자치단체장 변호인단 판·검사 출신 `중무장'
이승훈-부장판사 출신, 임각수-대법관 동생, 정상혁-대형로펌
이승훈 청주시장,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 등 3명 영입
임각수 괴산군수, 이상훈 대법관 친동생 변호사로 선임
정상혁 보은군수, 대법 판결 앞두고 법무법인 광장 선임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충북 단체장들의 공통점은 뭘까.
신분 유지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교집합 말고도 공판 과정에서 이들 단체장의 ‘창과 방패’가 돼줄 변호인이 모두 판·검사 출신이라는 점이다.
20일 현재 재판에 계류 중인 단체장은 이승훈 청주시장과 임각수 괴산군수, 정상혁 보은군수다.
우선 임각수 군수는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 ‘준코’에게 1억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그는 지난달 23일 항소심 선고 직후 변호인을 통해 상고장을 제출했다.
임 군수의 상고심은 지난 2일 대법원에 접수됐지만, 담당 재판부와 주심 대법관이 지정되지 않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임 군수는 자신의 정치운명을 맡길 변호인단으로 법무법인 ‘엘케이비 앤 파트너스(L.K.B & Partners)’를 선임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임 군수의 담당이자, 이 로펌 대표인 이광범(57·사법연수원 13기) 변호사의 화려한 이력이다.
서울중앙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대법원 재판연구관, 대법원장 비서실장, 법원행정처 인사실장,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 등 요직을 두루 거친 ‘엘리트 법관’ 출신이다.
이 변호사는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의혹’사건의 특별검사를 맡기도 했다. 가장 큰 관심 포인트는 이 변호사의 친형이 이상훈 대법관이라는 점이다.
임 군수는 또 부인 밭에 군비로 석축을 쌓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 1월 22일 항소심에서도 직위상실형인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상고심 계류 중인 임 군수는 최근 김황식 전 국무총리(68·사법연수원 4기)를 변호인단에 추가했다. 김 전 총리는 2005년 11월부터 2008년 7월까지 대법관을 지낸 뒤 감사원장을 거쳐 2010년 이명박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냈다.
원심 파기를 끌어내야 하는 절박한 상황 속에서 임 군수는 ‘전관’의 프리미엄을 기대하고 김 변호사를 선임했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임 군수와 함께 기소된 괴산군청 공무원은 국내 대표 법무법인인 태평양을 선임했다. 태평양은 김앤장, 광장과 더불어 국내 3대 대형 로펌으로, 임 군수는 광장의 조력까지 받게 됐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승훈 청주시장도 재판에 넘겨지면서 변호인단을 구성했다.
이 시장은 지난 3월 23일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의 김상준 변호사 등 3명을 새로 영입했다. 이로써 이 시장은 청주 법무법인 청주로와 김 변호사 등 판·검사 출신들로 변호인단을 중무장했다.
담당 재판부의 재판장(부장판사)과 추가 선임한 김 변호사가 출신 고교·대학이 같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변호사가 재판장보다 7년 선배다.
이 시장은 앞서 안대희 전 대법관이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 평안과 청주지검 차장검사를 지냈던 정상환 변호사를 선임했다가 취소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항소심에서 벌금 90만원을 선고받고 대법원 판결을 앞둔 정상혁 보은군수는 법무법인 광장을 선임했다.
‘전관의 시각’을 통한 법리해석으로 재판을 유리하게 끌어나가겠다는 포석으로 변호인단을 구성한 이들 단체장의 재판 결과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