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덕흠에 등 돌린 김인수…뜨거워진 ‘남부3군’
“박 의원, 농업문제에 관심 없고, 의리‧신의 저버려”…행간의 의미는?
호사가들 ‘군수 출마 좌절’ ‘집 팔아 박 의원 돈 갚은 과거’ 서운함 표출
4월 총선을 향한 정치권의 본격적인 움직임이 시작된 가운데 김인수(무소속·보은) 도의원의 새누리당 탈당이 남부3군 선거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지역구를 수성해야 하는 박덕흠(새누리당·보은옥천영동) 의원에게는 악재인 반면, 설욕을 노리는 이재한(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로서는 생각지 못한 아군이 생긴 격이다. 특히 이 예비후보가 옥천·영동에 비해 보은군 지역에서 약세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터라 김 의원의 탈당이 선거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이 주목된다.
13일 새누리당에 탈당계를 낸 김 의원은 작심한 듯 다음날 도청 기자실에 찾아와 “박덕흠 의원과는 같이 갈 수 없다”고 말하며 “박 의원은 과거를 잊지 말고 의리와 신의를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에게 의리와 신의가 없다고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도 그는 “지난 5년간 함께 했다. 나는 의리와 신의를 지키는 정치를 하려고 하는데 박 의원은 그런 면에서 나와 맞지 않다. 새누리당에 있으면서 박 의원의 선거를 돕지 않을 수 없으니 탈당한 것”이라며 탈당 이유가 다른 무엇도 아닌 고스란히 박덕흠 의원 때문이라는 점을 거듭 밝혔다.
박 의원 “김 의원 허위사실 유포”
김 의원이 박 의원에게서 등을 돌린 이유는 무엇일까. 김 의원이 공식적으로 문제 삼은 것은 박 의원이 농촌지역구 국회의원이면서 농촌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박 의원과 손을 잡고 정치를 해온 이유가 농업도시인 보은의 발전이라는 점에서 이에 부응하지 못한 것은 의리와 신의를 저버린 행동이라는 것이다.
김 의원의 지적에 대해 박덕흠 의원은 사실무근이라며 불쾌함을 감추지 않았다. 박 의원은 “김 의원이 허위사실을 말하고 있다”며 “지역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대청호 규제와 관련해 입법 발의를 했겠는가. 또한 지금껏 단 한 번도 김 의원이 나에게 농업문제와 관련해 건의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양측의 주장이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 정치권을 비롯한 호사가들도 나름대로의 분석을 내놓았다. 그 가운데 하나는 2014년 지방선거에서 생긴 서운함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김인수 의원은 이미 8대(2006~2010년) 도의원을 지냈고, 군의회 부의장도 거쳤다는 점에서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군수 출마가 예상됐다. 더욱이 2010년 지방선거에서 이미 한차례 양보했던 터라 본인은 물론 주변에서도 군수 출마를 당연시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2010년에 이어 또 다시 김수백 전 보은부군수를 공천했다. 그 때의 서운함이 표출된 것란 분석이다.
또 하나는 금전거래의 서운함이다. 취재결과 2012년 3월까지 김 의원의 부인 명의로 돼 있던 보은읍 소재 개인주택이 현재는 박 의원의 형 명의로 돼 있다. 한 지역관계자는 “김 의원이 2008년 해당 주택을 매입했다. 당시에는 장성한 자식들이 결혼을 앞두고 있어 조금은 큰 집이 필요했던 것으로 안다”고 그때 상황을 설명했다. 당시 여윳돈이 없어 사채를 빌려다 썼고, 꼬박꼬박 이자도 냈다는 것이 김 의원이 설명이다. 하지만 당시 정황상 여러 의구심이 생긴다.
신협에서 사채로 갈아 탄 이유는?
해당 주택을 취득한 2008년 3월 보은신협은 해당 주택에 2억 1000만원의 근저당을 설정했다. 금융권이 통상 대출액의 120~130%를 설정한다는 점에서 실제 대출액은 1억 7000만원 가량일 것으로 추산된다. 그리고 김 의원이 말하는 사채를 빌렸다는 시기는 2010년 11월이다. 같은 날 보은신협의 근저당설정이 해지됐다는 점에서 사채를 빌려 제2금융권 빚을 갚았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사채를 빌려준 육모씨는 해당 주택에 3억원의 근저당을 설정했다. 사채의 경우 통상적으로 빌려준 돈의 150% 가량의 금액을 근저당 설정한다는 점에서 두 대출간의 차액은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멀쩡한 신협대출을 왜 사채로 바꾼 것일까. 금융업계 관계자는 “사채이자가 금융권 이자보다 싸거나 금융권이 대출 연장을 해주지 않았거나 둘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은행 대출이 연단위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후자는 가능성이 낮다. 반면 아는 사람 사이에서는 이자없이도 돈을 빌려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전자의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김 의원은 사채를 빌렸고, 이자를 냈다고 답변했다.
지역에서는 그 돈의 출처를 박 의원으로 지목했다. 해당 거래는 2012년 검찰이 박 의원의 선거법 위반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도 거론됐던 일이다. 당시 김 의원은 검찰의 소환조사에 응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검찰조사에서도 정상적인 거래로 인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더 자세한 설명은 거부했다. 검찰도 당시 수사 결과를 확인시켜주지 않았다. 다만 검찰이 해당 거래를 선거법 위반으로 판단하지 않았다는 점만은 확실하다. 다시 말해 선거운동의 대가성 거래가 아니라 순수한 거래이거나 박 의원과 상관없는 거래라는 것이다.
사채를 빌려준 육 모씨는 당시 박 의원이 소유하고 있는 회사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또한 보은 지역 연고도 없는 사람이다. 더욱이 2012년 3월 박 의원의 형이 주택을 매입한 직후 근저당권 설정도 해지됐다.
이 같은 정황에 김 의원의 설명을 반영하면 돈이 필요했던 김 의원이 박 의원을 통해 돈을 구했고, 이자만 갚아나가다 집을 팔아 빚을 갚은 것이다. 우연인지 모르지만 그 집을 박 의원의 형이 구입했다.
지역의 호사가들은 이 과정에서 김 의원이 서운했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일각에서는 빚때문에 내쫓기듯 집을 나온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살던 집과 관련해서는 이미 끝난 일이고, 서운함은 없다”고 설명하면서도 “사업으로 성공한 사람이라 그런지 손해를 보는 금전거래는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덕흠 의원 보좌관 ‘5000만원’ 빌렸는데, 모른다?
수상한 거래, 박 의원 소유회사가 2011년 근저당 설정
박덕흠 의원이 관계한 것으로 보여지는 금전거래는 김 의원 뿐만이 아니었다. 지난해 3월 4급 보좌관에 임명된 안 모(59)씨는 보은 토박이다. 옥천 출신인 박 의원이 상대적으로 지지기반이 약한 보은지역을 의식해 안 보좌관을 영입했다는 것이 지역 정가의 중론이다. 안 보좌관은 보은군이장협의회 회장, 한국자유총연맹 보은군지회 특우회장 등으로 활동했다.
2011년 6월 그의 아들이 운영하고 있는 식당 앞으로 5000만원의 근저당이 설정됐다. 근저당권자는 원하티앤알비주식회사다.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원하티앤알비는 원하종합건설, 원하레저와 함께 박 의원이 대부분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대표적인 회사다. 대표직은 박 의원의 형이 맡고 있다.
등기부등본상 기록돼 있는 채무자는 안 보좌관이다. 다시 말해 원하티앤알비로부터 5000만원 상당의 돈을 빌렸거나, 그만한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관계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근저당 설정은 1년이 지난 2012년 해지됐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안 보좌관은 일련의 과정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고 답변했다. 안 보좌관은 취재진과 통화에서 “오래전 일이라 기억나지 않는다.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