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돌린 송전선로, 세종시로 변경 가능성은?

한전중부건설처 “전동면경유안 재검토 필요성 받아들여”
청주시, 지난주에야 반대 입장 밝혀…적극적 대처 요구

2016-01-19     오옥균 기자
▲ 사진설명- 송전선로 건설을 놓고 주민들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한전이 오송 제2생명과학단지 전력공급을 위한 경유지 선정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로써 한숨 돌리긴 했지만 옥산면 주민들이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청주시 등 관계기관이 적극적으로 당위성을 주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오송 제2생명과학단지 내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추진된 송전설로 건설사업이 주민들의 반대로 원점에서 재검토하게 됐다. 사업을 추진하는 한전중부건설처는 최근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시켜주었다. 하지만 한전의 이 같은 결정이 노선 변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청주시의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요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본보는 지난해 12월 12일자 ‘76만볼트 전깃줄 아래 위태로운 마을’ 제하의 표지이야기를 통해 오송제2생명과학단지 전력공급을 위한 송전선로 결정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가장 큰 문제는 합리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 해당 송전선로는 청주시 옥산면 장동리와 천안시 동남구, 세종시 전동면을 걸쳐 지나가는 76만 5000볼트 초고압송전선에서 전선을 따 오송 제2생명과학단지까지 연결하는 사업이다.

 

전동면 경유안이 정답인 이유

한전은 해당사업을 진행하면서 동림산 우측으로 우회하는 선로(옥산면 경유안)와 좌측으로 우회하는 선로(전동면 경유안)를 놓고 외부기관(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에 의뢰해 선정절차를 밟았다. 그 결과 옥산면 경유안이 채택됐다.

옥산면 경유안은 전동면 경유안보다 더 돌아간다. 다시 말해 길이가 길다는 것이다. 한전 중부건설처는 대략 700m가량 길 것이라고 예측했다. 당연히 건설비용이 더 들어간다. 건설비용만 더 드는 것이 아니다. 주민들 보상에 따른 비용도 옥산면이 더 들어갈 전망이다. 전동면 경유안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는 가구수는 5가구인 반면 옥산면 경유안은 120가구가 영향권에 들어간다. 해당 지역구 노영민 의원은 “국민들의 고통을 최소화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옥산면 경유안으로 진행할 경우 120가구 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하지만 전동면 경유안은 5가구로 상대적으로 적다. 여러 이유를 거론해 전동면 경유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을 한전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김택선 한전 중부건설처 갈등관리부 차장은 “12월 9일 국회에 찾아가 전동면 경유안에 대한 검토가 미비하다는 의견을 전해 들었다. 미비하다고 지적된 부분에 대해 더 검토하겠다는 것이 한전의 입장이고, 정확한 데이터는 측량작업이 진행된 뒤 나올 것이다. 두 안에 대한 동일한 측량작업 후 다시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마을주민들은 한전의 측량 요청을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한 주민은 “지금까지 진행된 것도 당사자인 마을주민들이 모르는 사이 진행됐다. 측량을 하겠다고 하는데 그것이 평가를 위한 것인지, 송전선로 건설을 위한 것인지 어떻게 아느냐”고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 차장은 “측량의 목적에 대해서는 확답할 수 있다. 옥산면경유안에 대한 측량이 끝나면 전동면 경유안에 대한 측량도 진행할 것이다. 측량은 경유안 선정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주민은 “두 곳 모두 진행하는 게 사실이라면 굳이 옥산면경유안 먼저 측량해야 하는 이유가 뭐냐. 전동면을 먼저 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늦어도 너무 늦은 市 입장 전달

본보는 12월 12일자 보도에서 선정 절차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위탁을 맡긴 협의기구는 반쪽자리로 운영됐다. 일부 주민들의 주장에 따르면 협의기구 운영은 물론 송전선로 논의가 진행된다는 사실도 수개월이 지난 후에야 알게 됐다는 주민들도 상당수다.

협의체는 크게 한전과 협의기구 관계자, 청주시와 세종시 관계자들로 구성돼 있었다. 하지만 세종시 공무원을 비롯해 마을 이장 등 세종시 관계자는 단 한 차례만 회의에 참석했고, 나머지 회의는 청주시와 한전, 협의기구 관계자만 참석한 채 진행됐다. 그런데도 협의기구의 결정은 옥산면 경유안이었다.

이러한 결정에 이르게 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위탁을 맡은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는 투표에 의한 결정을 거부했다. 표결에 의한 처리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결국 세종시가 빠진 회의는 사실상 전동면경유안을 배제한 채 논의가 진행됐다.

세종시는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 논리다. 청주지역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사업이니 청주지역에서 처리하라는 것이다. 청주시도 사실상 이 같은 세종시의 논리를 인정했기 때문에 협의기구 내에서는 옥산면 경유안으로 결론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이다. 이후 주민들의 항의방문이 이어졌고, 늦게나마 청주시도 옥산면 경유안에 대한 반대 의사를 한전에 전달했다.

강호경 청주시 일자리경제과 에너지팀장은 “지난 주 한전에 공문을 보냈다. 설득을 위해 18일에는 세종시도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공문 내용은 앞서 설명한 내용으로 전력 공급이 국가산업이라는 점에서 지역성만으로 평가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대응시점에 대해서는 비난의 목소리가 여전하다. 옥산면 동림리 주민은 “청주시청에 항의 방문을 한 것이 지난해 12월 4일이다. 한 달도 더 지나 공문 한 장 보냈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냐”고 반문했다. 지난달 8일 해당부서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주민들의 반대 의견을 산자부와 충북도, 한전, 갈등해소센터에도 공문으로 보낼 계획”이라고 답했다. 정작 청주시의 입장은 한 달 만에 밝힌 것이다. 이에 대해 강 팀장은 “지자체간 싸우는 모습이 될까봐 우려한 것”이라고 답했다. 시민들의 고통이 우선순위에서 밀린 모습이다.

지난 9일에는 옥산면 경유안 채택시 재산피해가 예상되는 토지주 20여명이 첫 만남을 가졌다. 이들은 동림산 토지주 비상대책 위원회라는 이름으로 한전과 정부에 옥산면 경유안의 부당함을 알리고, 철회를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재산권 침해, 토지주도 뿔났다

토지주 비대위 “연락 한 번 못 받고, 땅 내줘야 할 판”

옥산면 송전선로 예상 경유지역 토지주들이 권리찾기에 나섰다. 토지주 20여명은 지난 9일 마을 인근에서 첫 모임을 갖고 ‘동림산토지주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들은 한전 등에 송전선로 입지선정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해당 문서에는 “한전이 송전선로 건설을 위해 2015년 4월 16일 1차회의를 시작으로 11월 19일 5차회의까지 진행하는 동안 토지주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에게 적법한 공청회 조차 열지 않았다. 형식적인 절차로 경과지를 결정하고, 토지 강제수용을 당할 입장에 처했다"며 "입지선정의 문제점을 한 번도 거론하지 못하고 억울하게 사유재산권을 침해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비정상적인 송전선로 입지선정에 반대한다며 탄원서를 제출했다.

한전이 토지소유주들에게 사전에 진행과정을 고지하지 않는 것은 전원개발촉진법 때문이다. 이 법에 의해 사업계획승인만 얻으면 별도로 토지주와 보상 논의 등을 거치지 않아도 수용절차를 밟을 수 있다.

전력공급 진행과정의 배타성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있다. 합법적으로 재산권을 침해하기 때문이다. 한 토지주는 “이미 인근 소유지에 송전탑이 세워졌다. 당시에도 연락을 받지 못했다”며 “땅값이 떨어지는 정도가 아니라 매매 자체가 불가능하다. 법을 개정해서라도 국민들의 재산권이 억울하게 침해되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