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없이 축제로…상당교회 세대교체 ‘화제’

정삼수 목사 30년 목회하고 떠나…교인들, 경선으로 후임목사 선정
안광복 목사 부임…서류심사-동영상 설교-실제 설교 등 3차례 ‘시험’

2016-01-05     박소영 기자
▲ 상당교회 송구영신예배 모습.

상당교회의 1월 1일 송구영신예배는 어느 때보다 뜻 깊었다. 정삼수 원로목사가 부임한지 30년 만에 단상을 떠나 새로운 후임목사가 예배를 인도했다. 안광복 후임목사는 <일어나라 빛을 발하라>라는 주제로 성경말씀을 전했다. 상당교회는 지역의 대표적인 대형교회이다. 지역사회 인사들이 이 교회 신자이기도 하다. 상당교회는 후임목사를 추대하는 과정에서 일반적인 대형교회와는 다른 일종의 ‘경선’절차를 밟아 화제가 됐다.

사실 상당교회는 후임목사를 선정하면서 한 차례 시행착오를 겪었다. 지난해 9월 대전에 있는 모 목사를 추대했지만 세례교인 이상 참여하는 공동의회에서 부결됐다. 목사의 동영상 설교를 보고 교인들이 투표를 했는데 2/3의 표를 얻지 못한 것이다.

 

지난 9월에 1차 추대는 실패

 

이후 상당교회는 청빙위원회를 조직했다. 청빙위원회는 9월 21일부터 12월 20일까지 약 석 달 동안 30차례가 넘는 만남을 통해 신중하게 절차를 밟았다. 청빙위원은 13명으로 구성됐다. 장로 9명, 안수집사 2명, 권사 2명이었다. 장로 9명은 장로들이 무기명 투표로 정했고, 안수집사와 권사는 회장단에서 추천했다.

이들은 10월 초 교회 및 노회, 총회 홈페이지와 기독공보에 담임목사 청빙 광고를 게재한다. 그 결과 41명이 응모했다. 1차 서류심사를 통해 10명을 추렸다. 1차 서류심사에서 평가항목은 부모님의 신앙 배경(5%), 성장과정(10%), 목회동기(10%), 신앙 간증(10%), 성령의 열매와 은사(10%), 사모의 역할(5%), 목회철학(5%), 목회비전(10%), 목회 계획(10%), 설교에 대한 원칙과 소신(10%), 교회행정의 역할 분담(5%)이었다. 점수 배점 기준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목사뿐만 아니라 사모의 이력서까지 함께 제출하도록 해 같이 검토했다. 사모의 경우 6개월 이상 해외 선교지 사역 경험이 있으면 1점, 어릴 때부터 청년까지 신앙생활을 했다면 0.5점, 주일 학교 교사 등 교회봉사를 하면 1점 등으로 제시됐다.

 

3명이 최종 후보로 올라

 

1차 심사에서 추려진 10명에 대해서는 2차 설교동영상 평가가 이뤄졌다. 설교내용, 음성(음량), 듣는 자의 반응, 외모, 태도 등 5가지 항목에 대해 평가점수가 매겨졌고 이 과정에서 3명으로 후보자를 압축했다.

2차 통과자 가운데 위임목사로 있는 부산 안락교회 윤동일 목사는 중도에서 포기했다. 위임목사는 원래 생을 마칠 때까지 교회에서 시무하도록 돼 있기도 하고, 중간에 이를 안 부산 안락교회 교인들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후보자는 안광복 목사(당시 양재 온누리 교회 부목사)와 윤요한 서울 소망교회 부목사로 좁혀졌고, 이들은 신자들 앞에서 동영상이 아닌 눈을 마주보면서 설교를 했다. 찬양예배, 금요예배, 간증설교 3차례 설교를 진행했고, 교인들은 투표를 통해 최종 후임목사를 낙점했다.

▲ 상당교회는 이번에 잡음없이 세대교체 작업이 이뤄졌다. 정삼수 원로목사(사진 맨 오른쪽)가 후임목사인 안광복 목사를 소개하고 있다.
▲ 안광복 목사는 상당교회의 후임목사로서 송구영신예배를 첫 인도했다.

1차 항존직(장로, 권사, 안수집사) 선호도 조사를 할 때는 중앙선거관리소에서 기표소를 빌려와 교회복도에 설치하고 남녀를 구분해 투표했다. 그 결과 총 887명 투표에 안광복 목사가574표를 받아 64.7%를 차지했다. 2차는 교회 시무장로만 모여 투표했고 역시 안 목사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3차는 제직회에서 찬반투표를 했고, 찬성이 88.7%로 나왔다. 청빙이 확정된 이후에도 청빙위원회에서 따로 인터뷰를 진행해 교회에서 벌어질 수 있는 예기치 못한 일에 대한 대처방안까지 물었다.

청빙위원장을 맡았던 김성수 장로는 “교회의 세대교체를 진행하면서 최대한 공정하게 일처리를 하려고 했다. 신임목사와 원로목사가 잘 조화를 이루면서 한국교회의 모델이 되기를 기대한다. 청빙위원들이 모여 회칙을 정했고, 각서를 받고 시작했다. 보완을 철저히 했다. 사실 대형교회에서 후임목사를 선정하는 과정 자체가 가장 중요하면서도 큰 일이다. 전국에서도 이렇게까지 과정을 밟은 곳은 없을 것이다. 갈등이 아니라 축제가 되기 위해 청빙위원들이 정말 많이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이번에 후임목사가 된 안광복 목사는 장로회 신학대학원을 졸업했고, 미국 에모리 대학교에서 설교학 석사, 미국 컬럼비아 신학교에서 NCD박사학위를 받았다. 대전 온누리 교회 담당목사, 벤쿠버 온누리 교회 담당목사를 역임했다. 2014년부터는 양재 온누리 교회 부목사로 일했다. 추천인은 장신대 김운용 목사다.

상당교회의 한 안수집사는 “청빙위원들이 노력해서 잡음없이 잘 끝났다. 대형교회이다보니 후임목사 선정을 놓고 교인들이 의견이 갈라지고 심지어 교회가 쪼개질 수도 있는 등 갈등으로 치달을 수 있지만 최선을 다해 좋은 분을 모셔온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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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교회의 ‘역사’가 된 정삼수 원로목사

1985년 부임해 30년 목회…“직분 놓아도 언제나 하나님의 아들과 친구”

 

정삼수 원로목사는 1985년 8월 20일 청주상당교회에 부임해 30년 동안 목회사역을 했다. 지난 12월 27일 상당교회 샬롬홀에서 원로목사 추대 예식이 열렸다. 정삼수 목사는 인사말을 통해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올려드리며 주님이 무익한 종을 불러 직분을 내려놓고 가지만 저의 신분과 위치는 언제나 하나님의 아들과 친구라며 저를 끝까지 믿어 주시고 따라오셔서 위대한 역사를 이루게 하신 교우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상당교회는 대한예수교 장로회 소속이다. 서남교회 창립 20주년 기념으로 개척한 게 상당교회다. 1976년 4월 6일 민석기 장로의 집에서 시작됐으며 사직동에서 사창동으로 이전해 예배를 보다가 1979년에 사창동 259-12의 땅에 예배당을 지어 입주하게 됐다. 1985년에 정삼수 목사가 부임한 이후, 주변지역의 부지를 매입하여 교회를 증축했다. 교회 발전을 위하여 미평동 E마트 옆에 부지를 마련해 새롭게 성전을 지어 2002년에 이곳으로 옮겨왔다. 이제 안광복 담임목사 아래 부목사는 10명이 됐다. 상당교회는 현재 출석교인만 5000명이다.

정 목사는 퇴임한 이후 성화동에서 있는 크리스찬 하우스에서 목회상담사무실을 운영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