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청원 통합, 읍·면주민은 아직 서럽다
시내버스 외 운송 수단 이용료, 거리 불문 읍면지역 ‘비싸’
택시 35% 할증…퀵서비스 최대 3배, 대리운전‧콜밴 2배
청주청원 통합이 시민들의 일상에는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 옛 청원군, 지금은 읍면지역으로 구분되는 지역의 시민들에게 와 닿는 변화 중 하나가 버스요금 단일화다. 이제 1300원만 있으면 통합 청주시 어느 지역이든 갈 수 있게 됐다. 그만큼 생활권도 넓어졌다. 반대로 읍면지역 시민들은 여전히 운송권(運送權)에서 소외되고 서럽다. 예전보다 저렴한 가격에 버스를 탈 수 있게 됐지만 대중교통이 아닌 일반 운송수단에 대한 차별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읍면지역 시민들이 불만을 터트리는 특별(?) 운송수단의 가격 책정 배경에 대해 알아보았다.
“좋은 점도 있지만 출·퇴근 할때면 왜 이사왔나 싶다. 거리는 비슷한데 동료들보다 많게는 2배의 교통비가 든다.” 윤필환(41) 씨는 흥덕구 오송읍 아파트 밀집지역에 산다. 서원구 개신동에 살던 윤 씨는 3년 전 이곳으로 이사했다. 직장인인 그는 야근과 회식 등으로 택시나 대리운전을 이용해 귀가하는 횟수가 적지 않다. 개신동에 살 때보다 한 달 교통비가 10만원 이상 더 들어간다. 윤 씨는 “통합 후 조정이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1년이 넘도록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 여전히 대리운전도 더 비싸고, 택시비도 더 비싸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윤 씨와 같은 소비자는 크게 느끼지 못하지만 택시비는 분명히 달라졌다. 지난 7월, 3년간의 진통 끝에 55%였던 읍면지역 할증요율이 35%로 인하됐다. 기본요금은 2800원으로 옛 청주지역인 동지역은 2㎞까지가 기본요금구간인 반면 읍면지역은 1.12㎞가 기본요금구간이다. 40%가량 더 비싼 것이다.
기본요금구간을 넘어서면 동지역은 143m에 100원씩 올라가지만 읍면지역에서는 135원씩 올라간다. 읍면지역에서만 이동한다고 가정하면 기본요금까지 포함해 35%이상 더 내야 하는 것이다.
택시, 2017년까진 지금 요금제 그대로
택시업계는 이 정도의 변화도 ‘통 큰 양보’라고 말한다. 시내버스와 달리 대중교통이 아니라 직접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는 형편이지만 결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청주시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타 지역 사례를 보더라도 일원화한 경우에는 전체적인 요금을 올려 택시업계가 손해를 보지 않았다. 반면 청주의 경우에는 전체 요금은 동결한 채 읍면지역만 요율을 낮췄다. 하지만 읍면지역 이용자들은 여전히 불평등하다고 느낀다.
앞으로는 나아질까. 청주시 관계자는 “결국 타 지역처럼 전체적인 요금을 올리고 일원화하는 방식이 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청주시 관계자는 “천안의 경우 일원화하는 대신 115m당 100원으로 인상했다. 세종시는 105m당 100원”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업계에서는 일원화에 따른 부작용을 언급하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박종택 개인택시청주시지부장은 “할증이 사라지면 읍면지역 기피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복합할증이나 단일요금제 모두 장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요금을 올려 일원화할 경우 읍면지역은 저렴해지고 동지역은 비싸지게 된다.
어떤 변화가 오든 당분간은 지금의 요금체계대로 유지된다. 관련법에 의해 택시요금은 변동사유가 발생할 시 2년에 한번 요금체계를 조정할 수 있다. 2015년이 해당년도였지만 유가하락으로 택시 연료인 LPG가격도 내려가 등으로 조정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 다음 조정 기회는 2017년에 돌아온다. 그때까지는 현재의 요금체계가 유지된다.
청주시, 시장 개입 안하나 못하나
택시요금만 차별받는 것이 아니다. 읍면지역은 대리운전비도 비싸다. 거리에 따라 요금 적용이 다르다면 수긍하겠지만 단지 옛 청원지역이라는 이유만으로 비싸다. 청주 A 대리운전 관계자는 “예전에 그렇게 형성됐고, 다들 그렇게 받고 있어서 굳이 바꿀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청주고속버스터미널에서 충청대학교까지는 7.5㎞지만 대리운전비는 1만 5000원이다. 반면 용정동 아파트 밀집지역까지는 두배 가량인 13.2㎞라도 옛 청주지역이란 이유로 1만원이다. 용정동보다도 더 가까운 오송 아파트밀집지역(12㎞)까지는 2만원이다.
짐이 있을 때 이용하는 콜밴도 다르지 않다. 예전에는 미터기를 달고 거리별 요금을 받았지만 택시업계의 반발로 현재는 지역별 요금제를 택하고 있다. C콜밴 관계자는 “시내권은 1만 5000원, 오창은 2만원, 오송은 3만원이다. 업체마다 가격은 같다”고 설명했다.
비하동에서 휴대폰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김성식 씨는 퀵서비스 비용이 아까워 읍면지역에는 직접 배달을 간다. 김 씨는 “매장 위치가 청주 끝(예전 기준)에 위치해 있다 보니 강내, 오송 고객이 꽤 많다. 거리는 상당구와 비슷한데, 상당구는 5000원을 받는 반면, 강내는 1만 5000원을 받는다. 3배나 비싸다보니 부담스러워 이용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청주 퀵서비스 업계에서는 시내권 5000원, 청주역 등 3차 우회도로 부근 8000원, 오창‧옥산‧오송은 1만 5000원을 받고 있다. 물론 출발지와 거리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같은 불평등을 해소할 방법은 없을까. 업계는 같은 기준으로 같은 가격을 제시하며 사실상 담합을 하고 있지만 청주시는 자율적인 가격결정에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주시는 시장물가를 관측하고 물가 안정을 도모하는 부서를 운영하고 있지만 단 한 차례도 개입하지 않았다. 일자리경제과 경제정책팀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비슷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개입할 여지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청주시의 무관심 속에 읍면지역 시민들의 차별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해피콜’ 통합 후 일부구간 더 비싸
통합전 읍면지역 이동 2000원 고정, 통합 후 최대 4000원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호하기 위해 운영되고 있는 청주시가 위탁운영하고 있는 ‘청주해피콜’ 조차 일부 구간에서는 통합 이후 이용요금이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청주시시설관리공단이 위탁운영하고 있는 청주해피콜은 현재 45대 차량을 운행하고 있다. 청주시는 지난 1월 해피콜에 대한 이용요금을 변경해 상한액을 4000원으로 정해 요금부담을 줄였다. 통합 전에는 5㎞까지 기본요금 2000원에 1㎞당 360원이 가산돼 장거리의 경우 6000원 이상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통합 과정에서 읍면지역 내 이동 시 비용은 오히려 늘어나는 맹점이 발견됐다. 통합 전 청원군 해피콜 이용자의 경우 청원군 어느 지역으로 이동하더라도 2000원 단일요금을 낸 반면 지금은 10㎞까지 2000원, 10㎞를 넘어서면 ㎞당 300원의 추가요금이 발생한다. 해피콜을 이용해 상당구 남일면에서 흥덕구 강내면 충청대학교까지 이동한다고 가정하면 통합전 2000원이었던 이용료가 현재는 4000원으로 2배 오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