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의 사회화는 선택이 아닌 생존전략”

고령사회 일본, 부모 돌보기 위해 젊은세대 매년 10만명 사표
경제적 손실 커… 중국 고령화 여파, 조선족 간병대체도 험난

2015-10-13     김남균 기자
▲ 지난 3일 서울시와 서울시어르신돌봄종사지종합지원센터 주관으로 ‘2015좋은돌봄한마당’행사가 열렸다. 사진은 요양보호사들로 구성된 메아리 합창단이 축하공연을 하는 모습.
▲ 타나카 마사히데(도쿄도고령자복지시설협의회 총무위원장·사회복지학) 박사가 고령사회의 돌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한·일 모두 국가적 위기에 빠진다고 경고했다.(사진에서 오른쪽이 타나카 박사)


“부모를 돌보기 위해 일본에서 매년 10만명이 일자리를 그만둔다. 일을 그만두는 사람들 중 90%가 여성이다. 개호(돌봄)를 한다는 것은 일을 그만두고 한다는 의미다. 이런 현상은 당연히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한국이나 일본은 인구 유지가 중요한 과제다. 돌봄이 여성 개인의 숙제로 떠 넘겨져 일자리를 그만두게 되면 이 여성은 경제적으로 빈곤해진다. 경제적 빈곤상태에서 부모를 돌보는 여성은 출산을 기피할 수 밖에 없다. 넓은 관점에서 보면 여성들이 아이를 낳아서 키우기 위한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없으면 한국인이나 일본인 같은 동아시아 민족이 없어질 수도 있다.”

타나카 마사히데(도쿄도고령자복지시설협의회 총무위원장·사회복지학) 박사가 고령사회의 돌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한·일 모두 국가적 위기에 빠진다고 경고했다.

타나카 박사는 초고령 사회인 일본과 진입단계인 한국에서 노인돌봄 문제가 이미 사회문제로 대두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의 철도회사가 한 노인에게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문제를 거론했다.

그에 따르면 할머니가 낮잠을 자는 동안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가 집 밖으로 나갔다. 치매 할아버지는 급기야 철로에 뛰어들었고 달리던 열차에 치여 죽고 말았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됐다. 해당 철도회사가 할머니를 상대로 치매할아버지를 돌보는 것을 소홀히 해 사고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손실을 입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참고로 일본의 주요 철도는 민영화됐다.

타나카 박사는 이 사건을 예로 들며 노인 돌봄 문제를 여전히 가족의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돌봄 문제를 경제적인 영역과 국가사회적인 영역의 문제에서 설명했다.

 

인력확보 위해 이주민 받아들이는 일본

타나카 박사는 돌봄 문제가 일본 정부의 이민 정책까지 변화시켰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은 그동안 농업 분야에 한해 이민자를 받아들였지만 내년부터 개호(돌봄)노동 분야에 이민자를 받기 시작한다”고 밝혔다.

타나카 박사는 정부의 이러한 정책은 부족한 돌봄 노동자를 메꾸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도 부족한 간병인력을 중국의 조선족을 통해 해결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사정을 감안하면 이 정책은 오래 갈수가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 지난 달 중국 칭화대학교에서 강연을 하고 왔다. 현재 중국도 돌봄 노동자가 매우 부족하다. 중국 고령자 인구만 1억3000만명이다. 중국의 경제력이 커지고 고령화가 진행되면 중국내에서 돌봄 수요가 증가한다. 그때가 되면 더 이상 중국이 노동력의 공급처 기능을 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타나카 박사는 “오히려 중국이 조만간에 동남아시아 인력을 수입하는 나라가 될 것이다. 조선족도 중국내에 머물 것”이라며 “노인 돌봄 문제는 개별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조만간 아시아 전체의문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타나카 박사는 돌봄 시장의 노동력 부족 문제는 열악한 처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단정지어 설명했다. 그는 일본 “고등학교 현대사회 교과서 조차 ‘개호(돌봄) 노동은 중노동으로 임금도 낮다’고 소개한다. 중학교 교과서도 ‘개호노동은 중노동이라고 소개한다’”며 “결국 낮은 처우가 돌봄 노동의 이미지를 왜곡시키고 사람들을 떠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돌봄 노동자에 대한 처우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야 노동자들이 일하러 올 것이다. 그리고 사람 손이 많이 가는 일이지만 로봇이나 기계 장비에 의존해서 사람들의 역할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체적으로 인구 유지가 필요하다. 넓은 관점에서 보면 여성들이 아이를 낳아서 키우기 위한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 노력이 없으면 인종 자체가 절멸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돌봄의 사회화를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이나 일본 모두 아이 키우는데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힘들다. 그런데 부모가 아프면 여성이 일을 그만두어야 한다. 여성이 돌봄노동을 하려고 공부한 것은 아니다”며 “개호(돌봄)의 사회화가 필요하다. 개호는 여성이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타나카 박사는 마지막으로 “돌봄노동의 가치를 홀대하다간 상상이상의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며 “특히 고령사회의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나라가 한국이다. 일본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해 한국이 참고할 필요가 있다. 꽃으로도 돌봄 노동자를 때리지 못한다는 심정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5 좋은돌봄 서울한마당 개최

“돌봄노동자 자긍심 고취·상호 존중하는 문화 확산 계기 되길”

지난 3일 ‘2015 좋은돌봄 서울한마당’ 행사가 서울시와 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 주관으로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진행됐다.

이번 행사는 2014년부터 진행된 ‘좋은돌봄 캠페인’의 일환으로, 어르신과 돌봄노동자가 상호존중하는 ‘좋은 돌봄’의 문화 확산과 돌봄노동자의 직업적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최경숙 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 센터장은 인사말을 통해 “돌봄노동의 가치가 인정되고 돌봄종사자가 존중될 때 좋은 돌봄서비스도 가능하다며 돌봄종사자의 노동환경개선은 고령화 시대에 중요한 사회적 과제이다”고 강조하는 한편 “센터가 돌봄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소통 창구로서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좋은돌봄 실천선언’이 발표됐다. 좋은돌봄 실천선언은 ▲좋은돌봄을 위한 요양보호사, 장기요양기관 운영자, 이용자(어르신, 가족)의 사회적 실천약속 ▲좋은돌봄의 중요성과 사회적 가치 ▲좋은돌봄을 뒷받침하는 제도·정책 개선방안 등을 포함하고 있다.

좋은돌봄 실천선언에 이어 ‘힘내라! 돌봄종사자’라는 주제로 다양한 문화행사도 펼쳐졌다. 특히 현장 돌봄종사자들이 직접 참여한 돌봄종사자 합창단·라인댄스·스트레칭 등의 발표가 이어져 참여한 돌봄종사자들에게 많은 공감과 재미를 선사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