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금 정책 발목 , 70만명 인력부족 사태 온다
일본 2015년 개호(돌봄)노동자 태부족 … 원인은 나쁜 일자리
평균임금의 70% 불과 종사자 이탈… 아베총리까지 긴급 약속
(*개호보험은 일본의 노인장기요양보험에 해당한다. 한국은 노인장기요양보험 시설에서 일하려면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해야 한다. 일본에서는 보통 ‘헬퍼’라 호칭한다. 이에 기사에는 일본식 노인장기요양보험은 ‘개호보험’, 일본의 요양보호사는 ‘개호 노동자’로 표기한다)
한국보다 먼저 고령사회로 진입한 일본의 노인요양 정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일본은 ‘베이비부머’ 세대가 고령기로 접어드는 2025년에 일본 전체에서 약 249만 명의 돌봄 종사자가 필요하지만 낮은 처우로 인해 인력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오히려 신규로 인입되는 인력보다 타 직장으로 이직하는 숫자가 커 일본 정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9월 24일, 아베 총리는 개호보험 관련 업무에 일하고 있는 개호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을 약속했다. 총리가 직접 나서 처우개선을 약속한데는 이유가 있다. 초고령 사회라 지칭되는 일본에서 돌봄 수요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담당할 개호 노동자들은 오히려 타 직종으로 이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후생노동성 산하 공익재단인 개호노동안정센터(이하 개호센터)에 따르면 돌봄 수요가 증가하는 만큼 개호노동자 확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개호센터에 따르면 개호가 필요한 고령자는 2004년에 330만명을 헤아렸는데, 2010년에는 약 390만명, 그리고 고령화가 절정을 맞이하는 2025년에는 약 53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종사자수는 2000년에 55만명, 2012년에 149만명, 2015년 현재 167~176만명이다. 개호센터는 현재의 추이가 계속될 경우 고령화 절정기인 2025년에 약 249만명의 개호노동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측 돼 현재보다 추가로 70여만 명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향후 연간 10만 명 이상을 충원해야 하는 수치다.
“이직을 막아라” 발등의 불
스즈끼 마사루 개호센터 업무부장은 “베이비 붐이 시작한 전후1947년에서 1950년 사이 출생자를 ‘단가이 세대’라고 지칭한다. 단가이 세대가 75세가 되는 2025년이 일본 고령화시대의 정점으로 요양 대상자가 급격히 늘어 난다”며 “개호 노동자가 그만큼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즈끼 씨가 말하는 현실은 녹록치 않다. 그는 “2013년 기준으로 학교를 졸업 한 후에 개호시설에 취업 한 숫자는 연간 5만3000명에 불과하다. 또 이중 9만 명이 이직한 상태다”고 밝혔다.
스즈끼 씨는 개호노동자들의 인력확보가 어려운 이유에 대해 열악한 노동조건을 첫째로 꼽았다. 스즈끼 씨의 설명처럼 개호센터의 2015년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일본 개호노동자의 월 급여는 일본 전체 노동자의 평균급여의 70%에 불과했다.
일본 전체노동자 평균 월 급여는 29만9600엔, 의료‧복지 분야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월 27만3600엔이었지만 개호노동자는 19만6131엔에 불과했다.
이를 반증하듯 개호센터가 조사한 자료에는 고용주 조차 저임금의 문제를 지적했다. 일본의 개호사업소 사업주들은 현 개호보험 운영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인재확보가 어렵다”는 것을 꼽았다. 인재확보가 어려운 이유로는 “현재의 임금으로는 인재를 확보 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개호사업소 사업주들은 설문에서 “저임금은 국가가 결정하는 보험체계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답했다.
개호노동자들의 답변도 비슷했다. 개호노동자들은 이직의 제일 원인으로 “임금이 낮고 장래의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라고 답변했다. 이어 “커리어를 형성하기 힘들고 진로가 명확치 않다”거나 “역할이 혼재되어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노동조건 개선은 필수
스즈끼 씨는 “일본은 현재 아베노믹스 뿐만 아니라 예정돼 있는 도쿄올림픽 건설 특수 등이 있어 경제가 호황인 상태다. 이런 호황기 일수록 저임금 일자리는 사람 구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개호인재를 늘리기 위해서는 다른 업계에서도 올수 있도록 노동환경 개선이 필요하다. 또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능력을 개발하기 위해 더 많은 것을 투자해야 한다”며 “우리 일본 정부는 이점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개호센터 뿐만 아니라 일본 정부의 과제로 “개호서비스 수요증가를 대비하기 위해 개호노동자의 증가를 유도하기 위한 종합적인 방책을 만드는 것이다”고 밝혔다.
스즈끼 씨는 “우선 개호 노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직을 하지 않도록 안정적인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이어 전문성을 고도화 하고 자질향상을 독려하는 것이다. 또 경력 단절자나 쉬고 있는 중년 여성 등 숨어있는 인재를 끌어들이는 기능 중화 활동을 위한 정책을 만들어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고령화에 대처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시기에 개호보험 정책 전문가인 타나카 마사히데 (사회복지학) 박사는 다소 극단적인 표현을 하며 위기론을 주장했다.
타나카 박사는 인터뷰에서 “고령화시대에 제대로 된 대책을 만들지 못한다면 일본인, 한국인과 같은 인종이 사라질 수 있다”며 “고령화 문제를 지엽적인 문제가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의 문제로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타나카 박사의 주장에 대해서는 다음호에 자세히 소개한다.)
일본 ‘개호노동안정센터’란?
일본은 개호보험 제도가 시행되면서 제정된 개호노동자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설립된 공익재단이다. 1997년 일본 후생노동성 소관 공익법인으로 설립됐다. 설립 당시에는 가정 개호노동자와 간병인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됐다.
2013년 공익재단에서 법인으로 전환됐다. 주요 역할은 개호 노동자들을 처우와 직묵능력 개발이다. 고용관리를 개선해 일하기 좋은 직장을 만들기 위한 환경개선지원 활동도 펼친다. 직무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 사업을 진행해 전문성을 높이는 동시에 서비스 이용자들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활동도 병행한다.
일본 47개 도‧도‧부‧현에 설치돼 있으며 300여명이 일하고 있다. 이중 센터 본부에 60명이 상근하고 있으며 해마다 노동조건에 대한 조사 실태작업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