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는 운동이 아니라 즐기는 운동을 하자”
충청리뷰‧지역아동센터 충북지원단 ‘아이들을 뛰게하자’캠페인 전개
다음달 9일 괴산에서 ‘RESPECT'정신 담은 특별한 축구대회 개최
“우리나라는 사회체육이 성인중심이죠. 제일 좋은 시간대와 공간은 어른들이 차지하고 있어요. 일본만 해도 청소년들에게 운동장을 양보하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죠. 직장인들은 새벽 5시에나 사용할 수 있고, 운동하고 난 뒤 출근하는 게 일상이에요.”
사회적 협동조합 ‘일하는사람들’의 이상엽 사무국장은 사회체육을 바라보는 우리나라와 일본의 인식차에 대해 발제했다. 이 국장은 일본 나고야 대학에서 평생학습 연구로 학위를 받았다. 사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뛸 수 있는 공간도, 시간도, 인식도 마뜩치 않다. ‘아이들을 뛰게 하자.’ 충청리뷰는 앞으로 이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명제를 실천하기로 했다.
충청리뷰는 올해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 지원을 받아 지역공동체사업인 ‘아이들을 뛰게 하자’ 캠페인을 전개한다. 실제 지역아동센터 학생들을 모아 10월 9일 풋볼대회를 괴산청소년수련원에서 개최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전 토론회 개최 및 향후 캠페인을 통해 사회적인 분위기를 조성할 예정이다.
토론회는 지난 17일 충북엔지오센터에서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열렸다. 양준석 행동하는 복지연합 국장이 사회를 봤고 황미영 충북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 안현민 성화지역아동센터장, 송현정 노리울지역아동센터장, 이창희 충북지역아동센터 충북지원단장, 박정연 충북아동여성포럼 회원 등이 참여했다.
엘리트 체육에만 지원 쏠려
이 국장은 “체육활동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는 이미 보도가 많이 됐어요. 학교부터 체육시설을 제대로 갖춰놓지 못한 게 문제죠. 하물며 학교 공간이 취약한데 외부 공간이 잘 돼 있을까요. 일례로 운동부에 대한 인식을 보면 돼요. 운동부는 공부 못하는 애들이 하는 거라는 생각이 강하죠. 일본은 학교마다 각종 스포츠 동아리가 다 있어요. 인기종목, 비인기종목을 따지지 않고 다 참여해 자신이 좋아하는 운동을 접하게 되죠. 실력과는 아무상관 없이요”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체육은 한마디로 즐기는 활동이 아니라 승부만 내는 ‘전투’에 가깝다. “하나의 나무라고 봐야 해요. 학교, 생활체육, 엘리트 체육이 하나의 나무처럼 성장하고 서로 유기적으로 도움을 주고 받아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딱 세갈래로 갈려져 있고, 서로 이해관계가 복잡하죠. 협회 건물도 따로 쓰고 조직도 따로 있어요.”
우리나라 학교 체육은 엘리트 체육에 가깝다. 소년체전도 그렇고, 운동부 활동도 선수로 뛰기 위한 학생들만 참여한다. 그는 “모든 시설과 지원이 엘리트 체육에 집중돼 있다고 봐요. 예전에는 태릉선수촌에 있는 친구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했어요. 다시 보니 그들을 위해 대부분의 아이들의 체육활동에 있어 소외되고 있어요. 심각한 문제죠”라고 강조했다. 축구경기만 해도 독일에서는 12리그까지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1,2리그만 존재한다. 중‧고등학교 체육수업도 1,2학년에 몰아서 하고 3학년은 그 시간에 자습을 하기 일쑤다.
이 국장은 “일본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자전거 못타는 사람이 있고, 어릴 때 수영을 배우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좀 놀래요. 일본의 유치원생들은 지역의 학교시설을 이용해 수영을 꼭 배워요. 즉, 초등학교에는 수영장이 모두 갖춰져 있죠”라고 덧붙였다. 어릴 적부터 체육활동을 몸으로 익힌 만큼 성인이 돼서도 여전히 스포츠 활동에 젖어있게 된다. 회사팀, 엄마팀 배구단이 존재하는 것도 다 이러한 교육의 일환인 셈이다.
이 국장은 “일본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꼭 운동부 이야기가 그려져요. 이는 운동부를 소재로 한 작품이 아니라 워낙 일상적인 활동이기 때문에 나오는 거죠”라고 말했다.
뻔한 체육교육을 바꾸자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나라의 체육교육이 바뀔 수 있을까. 이는 지금 세대의 중요한 과제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둡기만 하다. 일단 현재의 체육교사들 조차도 즐기는 체육을 경험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마을에 있는 외적자원들이 학교로 들어가 활동을 연계하는 방안은 어떨까. 이 국장은 “학교에선 전공을 했는지, 자격증이 갖고 있는지부터 따져요. 그런 사람보단 동네 조기축구회에서 10년 정도 활동한 분들이 더 아이들을 잘 가르칠 수 있어요. 지역사회 자원들과 학교가 연계해야 하는 데 서로 거리감이 있어요. 학교 체육수업이 바뀌어야 해요”라고 설명했다.
지·덕·체는 교육의 중요한 요소지만, 한국사회는 세 분야의 활동이 평행선에 놓여있지 못하다. 이창희 지역아동센터 충북지원단장은 “이기는 체육을 해왔지 즐기는 체육을 경험해보지 못했으니 체육활동 또한 엘리트 교육으로 흘러가고 있어요”라고 지적했다.
성화지역아동센터에서는 3년 동안 체육활동을 실시했다. 지역아동센터에서 바깥놀이 활동을 하기란 쉽지 않다. 공간도, 교사도 구하기 어려운데다 학부모조차 체육활동보다는 영어·수학을 가르쳐주길 바란다. 안현미 센터장은 “국민임대 아파트 안에 시설이 있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번 놀이터를 이용해 체육활동을 벌이는 게 가능했다. 아이들은 체육활동을 통해 감정조절 능력이 커졌어요”라고 설명했다.
이창희 단장은 “축구, 야구는 기능만을 배우는 게 아니라 삶의 모습으로 투영돼 나올 수 있어야 해요. 서로 존중하는 체육활동이 가장 중요하죠”라고 강조했다. 양준석 국장은 “인식의 변화, 프로그램 및 매뉴얼 개발과 더불어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재능기부자들이 많이 나와야 합니다. 이러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칠 수 있도록 이슈파이팅을 해야죠”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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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존중하는’ 축구대회가 있다고요?
도내 지역아동센터에서 16개팀 참가
충청리뷰와 지역아동센터 충북지원단은 오는 10월 9일 특별한 축구대회를 괴산군 청소년수련원에서 개최한다. 지역아동센터 충북지원단은 올해 2번째로 어깨동무 한마음 페스티벌을 개최해 이날 2500여명의 지역아동센터 종사자, 학부모들을 한자리에 모은다. 이날 행사에서 충청리뷰와 지원단은 예선을 통해 선발된 지역아동센터 16개 팀의 축구대회를 개최한다. 승부를 내는 경기가 아니라 존중과 배려를 배우는 ‘RESPECT'정신을 담은 대회를 치르게 된다.
올해 대한축구협회는 ‘RESPECT'캠페인을 본격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홍보대사로 이영표 축구선수와 이을용 코치를 임명했다. 현재 영국, 일본, 유럽축구연맹 등 전세계적인 캠페인으로 확대되고 있다. 매년 축구장에 일어나는 폭력과 폭언을 금하고 말 그대로 존중을 배우는 경기를 하는 것이다.
지역아동센터 충북지원단 관계자는 “아이들이 존중과 배려로 5행시를 짓기도 하고, 손수건을 잇는 활동 등 RESPECT정신을 담아낸 활동들을 충청리뷰와 공동 기획하고 추진해요”라고 설명했다. 이날 충청리뷰는 RESPECT 관련 포스터 제작 및 기념배지 등을 나눠주고 캠페인의 의미를 확산시킬 예정이다. 깜짝 이벤트로 이을용 코치의 사인이 담긴 축구공을 기념품으로 나눠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