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년 후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왜곡된 정보로 불안과 갈등 부추기는 교육시장
앞으로 대학 입시 ‘진로와 인성교육’이 포인트
충북 사교육 현주소
입시 관련 전문가 인터뷰
현직 중학교 수학교사 H씨는 초등학교에 아이를 보내면서 혼란에 빠졌다. 일부러 유치원 때 문자와 수학 교육을 시키지 않는 유치원을 골라 보냈다. 중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보니 초등학교 때 공부에 질려서 아예 손을 놓는 경우도 많이 봤고, 사교육에 대한 반감도 있었기 때문이다. 정작 한글을 미처 떼지 못하고 간 아이는 학습부진아로 찍혀있었다. 유치원부터 학습을 하지 않으면 바로 부진아가 되는 현실에 H씨는 충격을 받았다. 그는 아이 교육에 대한 가치관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어느 날 갑자기 불안감이 엄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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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영은 선임연구원…“선행교육보다 적기교육 필요”
“돈으로 만들어진 인재, 사회가 원하지 않는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교육걱정)은 우리나라의 과열화된 사교육 시장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아이가 아이답게 클 권리를 주장해온 시민단체다. 노영은 선임연구원에게 질문을 던졌다.
-우리나라 사교육 시장 규모는 어느 정도 인가.
지난 4월 교육부가 발표한 우리나라의 사교육비 현황을 보면 지난해 총지출액은 18조 2000억원이다. 전체 사교육비는 줄고 있지만 실제 지출되는 명목사교육비가 늘었다. 명목사교육비는 24만 2000만원인데 이 통계는 사교육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도 함께 산출했기 때문에 실제 비용은 더 많다. 학생 수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사교육비는 여전히 늘고 있는 셈이다. 실제 사교육에 참여한 학생들만 따져보면 가정에서 한 달 평균 35만 3000원을 지출하고 있다.
-사교육은 기본적으로 불안마케팅이지 않나. 교육부 정책이 자주 바뀌는 것도 한몫하는 것 같다.
안타까운 부분이다. 교육부에서 불순한 의도를 갖고 정책을 만들어냈다고 보지는 않는다. 학부모들은 제도가 바뀌고 변화하는 것을 잘 알아채지 못한다. 사교육 업체들이 한발 먼저 정보를 캐치하고 유리한 쪽으로 해석해 제공하니 학부모들은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게 모순이다. 일단 검색만 해봐도 사교육 관련 업체들이 먼저 뜨니까 다른 정보를 찾아보지 않으려고 한다.
-영어교육, 수학교육을 두고 학부모들의 고민이 많다.
영어는 조기교육보다는 적기교육이 해답인 것 같다. 초등학교 3학년 때 하느니 빨리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많다. 수학도 마찬가지인데 사교육 시장에선 검증되지 않는 이론들이 넘쳐나고 있다. 수학이 심각한데 교과서 내용도 너무 많고 난이도가 높아 시작도 하기 전에 기하게 만들고 있다. 선행교육보다는 적기교육이 효과적이다. 영어교육에 대해서는 사교육걱정에서 조만간 대안들을 내놓을 예정이다.
-대학 입학 이후 또 취업이 기다리고 있지 않나. 학생들은 지금 어떠한 공부를 해야 하나.
정부에서 대학에 학생 선발권을 주려고 한다. 대학에서는 변별력 갖기를 원하기 때문에 자꾸만 일렬로 줄세우기를 시도한다. 사교육을 통해 대학을 간다고 해도 결국 채용시장에서 원하는 인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이 자신들의 미래를 설계하는 게 중요하다. 사교육으로 만들어진 인재는 경쟁력이 떨어지게 돼 있다. 아동에게는 놀 권리가 있다. 유엔에서는 아동의 나이를 만 18세, 그러니까 우리나라 고등학생까지 본다. 부모가 아이에 대해 위험요소를 제거해 준 뒤 기다려주고 지켜보는 게 필요하다. 목적의식을 갖고 주입시키려 하면 계속해서 사교육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사교육에 대한 올바른 정보 제공도 필요하다. 사교육걱정에서는 지역에서 요청하면 순회설명회를 갖기도 하고, 사교육걱정없는 세상 카페(http://cafe.daum.net/no-worry/)를 통해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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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남환 전국 입학담당관협의회장…“학교생활에 충실하고 진로 탐색에 시간 할애”
“입시, 큰 물줄기가 바뀌었다고 봐도 좋다”
정남환 박사(호서대 교수·사진)는 전국 입학담당관협의회장을 맡고 있다. 이 분야 전문가인 그는 앞으로 달라진 입시제도는 ‘자기 주도형 학습’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과거 입학사정관제로 불렸던 제도가 도입된 지 대학은 8년차, 특목고와 자사고는 6년차인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고 보나.
과거에는 시험성적으로 대학을 결정했지만 지금은 다른 영역이 존재한다. 학교생활기록부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인성과 창의적 체험활동을 얼마만큼 잘 했는지 평가한다. 세계적인 흐름과도 맞는 일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입시제도가 바뀌었지만 학부모들이 사교육에 너무 의존하면 새로운 흐름에 대한 준비를 못하게 된다. 5년 간 종단 연구를 했는데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들어온 학생들이 일반학생들보다 사회적응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다시 과거처럼 시험점수만으로 대학을 가는 시대는 끝났다.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됐지만 역으로 이를 준비하는 학원들도 생기지 않았나. 돈이 없으면 소위 ‘스펙관리’도 안 된다는 우려가 있는데 실제 어떠한가. 자기소개서를 쓰는 데도 비용이 든다고 하는데.
자기소개서는 어딜 가나 기본이다. 대학뿐만 아니라 사회에 진출할 때도 그렇지 않나. 그러나 이른바 자소서(자기소개서 약칭)나 면접이 당락을 좌우하지는 않는다. 누군가가 써준 자소서도 확연히 티가 난다. 학교생활기록부가 훨씬 중요하다. 평소에 학교생활을 충실히 하지 못한 채 나중에 자소서나 면접 준비를 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소위 사교육이 만들어준 스펙은 소용이 없다. 가령 00영어대회에 나가 수상했거나 해외봉사활동 같은 건 전혀 기록되지 않는다.
-올해 인성교육진흥법과 진로교육법이 통과했다. 진로나 인성교육도 중요시되면서 이를 대비한 학원까지 생기고 있다. 앞으로 입시 방향이 어떻게 될까.
앞으로 키워드는 진로와 인성이 될 것이다. 법이 통과됐으니 아마 학원도 생길 것이다. 양 날개와도 같다. 아이들이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밥상머리 교육부터 시작돼야 한다. 배려, 나눔, 타인을 존중하는 가치를 배워야 한다. 진로 또한 향후 직업과 연관되고 자신을 탐구하는 과정이다. 진로를 정해놓고 맞춰가거나 학원이 주도하는 형태가 되면 안 된다. 인생설계를 스스로 하면서 이를 스토리텔링할 수 있어야 한다.
-특목고나 자사고, 또한 대학입시를 위해 구체적인 준비사항은.
부모들은 안테나를 잘 세워야 한다. 입시의 물줄기가 바뀌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수능과 함께 학교 공부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기본이다. 진로에 대한 탐색과 함께 창의적 체험활동의 참여(자율, 동아리, 봉사, 진로 활동), 폭넓은 독서활동, 다양한 방과후 활동을 포함한 인성분야 발달이 중요한 경쟁력이다. 그러니까 학업능력발달과 인성능력발달이 중요한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