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신청 무슬림 “사회 갈등으로 생명위협”
파키스탄 출신 A 씨, “탈레반 위협 받고 있다” 눈물의 호소
이집트 반정부 시위전력 B씨도 청주출입국사무소에 재심접수
지난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파키스탄의 인권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17). 그는 탈레반의 여학생 교육 금지를 비판했다. 2012년 10월 유사프자이는 하굣길 버스에서 괴한으로부터 머리에 총을 맞고 죽을 고비를 넘겼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그는 현재 탈레반의 지속적 살해 위협으로 파키스탄으로 돌아가지 않고 가족과 함께 영국 버밍엄에서 살고 있다.
유사프자이처럼 이슬람 국가에서 탈레반 등 정치적인 이유로 우리 정부에 난민 신청을 하고 있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주노동자 인권지원단체인 이주민노동인권센터(소장 안건수, 이하 인권센터)가 지난 해부터 현재 까지 지원하고 있는 난민 신청 사건만 총 3건.
이중 한 건은 행정 소송 끝에 난민 신청지위를 인정 받았고 나머지 1건은 기각, 나머지 한건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들 세 사건의 당사자들의 출신 국가는 다르지만 이슬람이 주된 종교로 자라잡고 있는 사회에서 발생한 것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 세 사건은 정치적인 문제, 탈레반과 같은 사회 집단의 문제, 도덕률과 같은 사회 풍속의 문제에서 비롯했다. 바야흐로 이슬람 사회의 내부 갈등 여파가 우리 사회에 미묘하게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파키스탄 출신의 비키(28,가명)씨는 지난 주 인권센터의 도움을 받아 청주 출입국 관리사무소에 난민신청을 접수 했다. 인권센터에서 만난 비키 씨는 자신의 본명이 드러나는 것을 꺼려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자신이 처한 상황의 심각성을 알리려 했다.
그가 난민 신청을 하게된 직접적인 이유는 탈레반의 위협이다. 그는 파키스탄에서 와지리스탄 지방을 포함해 탈레반 세력이 국토의 15%를 장악했다고 밝혔다. 직접적으로 탈레반으로 불리는 그룹을 포함해 자이쉬, 토리시스 등 넓게 탈레반으로 분류되는 그룹 둥 10여개의 탈레반 그룹이 있다고 했다.
“아프카니스탄 성전에 동참하라”
비키 씨가 살고 있던 동네는 ‘알리 푸르 차타’라는 파키스탄 시골마을. 그는 학위를 위해 큰 도시인 라호르 지역으로 유학을 갔다. 2013년 8월 비키는 중간고사를 마치고 고향 집으로 가던 중 아홉 명의 중무장한 탈레반에게 습격을 당했다.
이 과정에서 비키가 가지고 있던 지갑, 신분증 등을 탈레반에게 압수를 당했다. 심한 구타 끝에 비키 씨는 풀려났지만 악몽은 그 이후에 시작됐다.
비키가 풀려난지 3주가 지날 무렵 비키의 부모는 익명의 사람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비키 씨의 부모에게 연락을 한 이들은 비키를 탈레반 조직에 가담시키지 않으면 아들을 살해하겠다고 협박했다.
비키 씨는 “부모님에게 탈레반 조직에 가담해 훈련을 받고 아프카니스탄 성전에 참여해야 한다”며 “수시로 전화를 걸어 탈레반 합류를 종용했다”고 밝혔다.
또 이런 사실을 경찰에 알리면 가족 모두를 죽일 것이라고 협박했다고 비키 씨는 말했다.
비키 씨와 그의 부모는 협박에서 벗어나는 길은 파키스탄을 떠나는 것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2014년 3월 한국의 S 대학교로 유학왔다.
하지만 탈레반의 협박은 멈추지 않았다. 탈레반 세력은 은밀하게 비키 씨의 집을 찾아 그의 부모를 구타하고 귀국과 조직 가입을 종용했다. 비키 씨는 그해 11월에 조용히 귀국했다. 고향집에 찾아가지 못하고 친척집에 머물며 부모와 재회했다.
하지만 탈레반은 이 사실을 알고 그의 부모에게 “한 달 안에 탈레반에 합류하지 않으면 아들을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비키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에 돌아온 비키 씨는 학업에 집중할 수 없었다. 우울증도 심하게 앓았다. 그가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자 성적이 떨어졌고 한국 유학을 가능하게 했던 장학금을 받을 수 없었다.
비키는 학비를 감당할 수 없었다. 등록금이 없어 학업을 포기해야 했다. 학생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유학비자도 만료가 됐다. 이 상태 라면 비키 씨는 한국을 떠나야 한다. 하지만 비키 씨는 한국을 떠나는 것이 여전히 두렵다.
비키 씨가 살고 있는 지역은 여전히 탈레반 세력이 강력하다. 비키 씨에 따르면 파키스탄 정부조차 탈레반과 연결돼 있다. 그는 “탈레반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종교적인 측면에서 사람들의 정신적인 것을 지배하고 있고 추종하게 만든다. 필요에 따라서는 사람들에게 현금을 지원 한다”며 “이런 영향력은 정부 관료에게도 고스란히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비키 씨는 “파키스탄으로 돌아가는 것은 탈레반 조직에 가담하는 것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만약 이것을 거부한다면 탈레반은 나를 죽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파키스탄은 탈레반 세력의 테러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6일에는 탈레반 반군이 파키스탄 북서부 키베르 파크툰크와주 페샤와르에 위치한 군 부설 학교를 공격해 학생과 교사 등 120명 넘게 사망하고 약 80명이 부상당했다.
탈레반은 이 테러가 자신의 소행이라며 와자리스탄 지역에 대한 정부군의 공격에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5월에도 탈레반은 비무장 시민을 대상으로 총격 테러를 벌였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 5월 13일 파키스탄 남부 항구도시 카라치에서 무장괴한들이 버스 안에서 무차별 총격을 가해 승객 등 43명이 사망했다.
탈레반으로부터 조직가입과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는 비키 씨의 난민 신청에 대해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한국, 2012년에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 제정
난민 신청 인정률은 3~5%… 당사자에게 입증책임
한국은 독립적인 난민법이 제정된 아시아 최초의 국가다. 국회는 2012년 12월 '난민 등의 지위와 처우에 관한 법률'(난민법)을 통과시켰다. 그 이전에는 출입국관리법에 일부 난민 관련 규정이 포함돼 있었다.
난민법은 ▲ 공항ㆍ항만에서의 난민 신청 ▲한국에서의 난민 지위 신청 절차 명시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 ▲강제송환금지 ▲난민지위신청자 보호 등 난민 지위 보호에 관한 근거 조항을 두고 있다.
하지만 난민 신청이 수용되는 경우는 아직까지는 매우 낮은 편이다. 외국인들의 난민 신청을 돕고 있는 이경 인권센터 상담실장은 “현재 난민신청이 수용되는 비율은 5% 내외로 알려져 있다. 일부 전문가는 3% 이하로 보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난민 신청 관련한 절차는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신청 서류를 접수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이 실장은 이때 왜 신청하게 되었는지를 어떻게 작성하느냐가 성패를 좌우한다고 밝혔다.
신청 서류가 접수되면 국내에 6개월 정도 체류할 수 있는 G1 비자가 발급된다. 심사위원회는 서울에 있는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열린다.
결과에 불복하면 재심 신청을 요청 할 수 있고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 실장은 그동안 3건의 사건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그는 불교국가인 스리랑카에서 무슬림 반군 활동을 한 외국인과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이유로 난민 신청을 한 외국인 사건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반정부 시위에 가담하며 3차례 체포 됐던 이집트 반체제 인사에 대한 사건을 지원했다. 이 실장은 이 중 한 건만 정부가 난민신청을 수용했다고 밝혔다.
이 실장은 “절박한 상황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껴 신청하는 경우도 있지만 진실성에 의심이 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