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주사의 자비만 기다리는 속리산 관광
이시종 지사 문화재관람료 폐지 건드렸다 공개사과 ‘머쓱’
속리산 관광 활성화 오랜 숙제, 케이블 카 겹쳐 여론 ‘불끈’
“제 발언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결국 법주사와 조계종단에 누를 끼친 결과가 됐다. 법주사 측에 송구하다” “앞으로 더 이상 법주사 문화재 관람료 폐지와 관련한 오해가 없도록 하겠다” 최근 이시종 지사의 간부회의 석상 사과 발언이 지역언론에 화제가 됐다. 역대 선거 ‘6전 6승’의 정치 역정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사과였다.
단초는 4월말 보은 관광 활성화를 위한 법주사 문화재관람료 재검토 지시에서 비롯됐다. 도정 책임자인 지사가 물꼬를 트자 지역 언론들은 일제히 사찰 문화재관람료에 대한 포문을 열었다. 일부 신문은 관람료 폐지론까지 제기했고 법주사측은 곤혹스런 입장에 빠졌다. 이에 발화점이 된 도지사를 겨냥해 ‘부처님 오신날’ 외빈인사에서 제외하는 초강수 카드를 내민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선출직 정치인인 이 지사는 역대급(?) 공개사과를 했고 지난 25일 법주사 봉축법요식에서 인사말을 할 수 있었다.
당연한 요구임에도 종교 앞에 허리를 숙이는 지사의 모습을 보는 도민들의 심정은 착잡했다. 특히 신도 영향력을 내세워 선출직 공직자를 노골적으로 압박하는 종교의 행태에 비판여론도 높았다. 때가 되면 돌출하는 사찰 문화재관람료 문제가 올해도 이런 식으로 흐지부지 끝나는 것인지 아쉬움의 목소리도 크다. 도내에서 유일한 법주사 사찰 문화재 관람료를 재조명해 본다.
현행 문화재보호법 제49조, 제74조에 의하면 국보와 보물, 사적 및 명승 등 국가지정 문화재와 시·도지정 문화재 등 문화재 구역에서는 입장료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지정 문화재가 있는 역사적인 사찰은 대부분 국립공원 지역에 위치했다. 따라서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된 지난 2007년 이전까지는 관광객들에게 사찰 문화재관람료를 동시에 징수했다.
국립공원 입장료는 없어졌지만 문제는 사찰문화재 관람료가 해마다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2006년 2200원을 받은 법주사는 지속적인 인상을 통해 현재 성인 4000원을 받고 있다. 전국 사찰 관람료 중 최고 수준이다. 속리산 산행을 위한 등산객들은 법주사 정문 900m밖에 있는 매표소에서 실랑이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법주사쪽이 아닌 반대편 경북 상주시 화북지구 등산로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속리산 법주사 상가 주민들은 2007년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로 관광객 증가를 기대했으나 결과는 달랐다. 경북 상주 화북지구쪽의 등산객은 늘어난 반면 법주사쪽 관광객은 오히려 전년보다 줄어든 것. 결국 문화재관람료가 이런 상반된 결과를 낳았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법주사의 한해 문화재 관람료 수입은 8억~9억 정도로 알려져 있다. 조계종 5대 사찰에 속하는 법주사의 규모로 볼때 결코 큰 액수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법주사가 소유한 속리산 상가지역의 임대료도 상당한 고정수입원이 되고 있다.
하지만 법주사에 등을 기댄 주변 상인들은 해가 갈수록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관광객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연간 200~300만명이 몰리던 관광객이 65만명으로 추락했다. 국립공원속리산사무소의 법주사지구 탐방객 현황을 보면 2014년 1~4월까지 14만458명이었다. 하지만 올해 같은 기간 13만756명으로 1만명이 줄었다. 지난해는 세월호 참사라는 국가적 재난으로 최악의 관광시즌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그 보다도 1만명이 더 줄어든 셈이다.
이같은 절박함 때문에 속리산면이장협의회는 지난 2012년 새 주지로 취임한 현조 스님을 단체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법주사의 문화재관람료와 관광버스 주차료 징수 폐지, 케이블카 설치 협조 등을 건의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단 한건도 받아들여 진 것은 없었다. 속리산 관광 활성화를 위한 현안사업 중 하나인 케이블카 설치에 대해서도 법주사의 입장은 모호하다. 당초 충북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법주사는 충북도, 보은군의 사업추진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심지어 사업에 투자의향까지 밝힐 정도로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하지만 케이블카 승차 위치를 둘러싸고 보은군과 틀어지기 시작했다. 법주사는 기존 매표소 위 공중 화장실을 철거한 곳을 주장한 반면 보은군은 문화재관람료 부담이 없는 속리산관광호텔 건너편 조각공원에 설치하는 안을 내세웠다. 승차위치를 보은군이 정한 곳으로 할 경우 법주사는 승객의 문화재 관람료 수입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법주사의 동의를 얻지 못한채 사업추진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이후 전국 19개 사찰에 남아있는 문화재관람료로 인해 곳곳에서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북 청송군에 위치한 국립공원 주왕산내 대전사도 사찰 문화재관람료 징수를 두고 갈등이 격한 상태다. 주민 대책위원회가 구성돼 등산객과 함께 올들어 2회에 걸쳐 문화재관람료 폐지를 요구하는 궐기대회를 가졌다. 대전사측은 "주왕산 상당부분이 사찰 사유지 임으로 관리를 위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입장료를 받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8년째 갈등을 겪어온 주민대책위는 문화재관람료 폐지를 위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탐방객 108명과 함께 문화재관람료 부당 이익금 반환과 위자료 청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이시종 지사는 문화재 관람료 폐지 조건으로 법주사에 수입보전 방안을 제시했다. 충북도와 보은군이 한해 5억원 정도 예산지원하겠다는 조건이다. 아울러 현재 매표소 위치를 사찰 앞으로 이전해 등산객들이 문화재관람료 없이 속리산을 오를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법주사는 “문화재관람료 존폐는 종단 차원의 논의 사안이기 때문에 개별 사찰에서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며 발을 빼고 있다.
또한 불교계 일부에서는 “등산로의 상당 부분은 사찰 토지이며 지금까지 가꾸고 보존해왔다. 사찰은 심신을 수양하는 성스런 공간이기 때문에 애초에 국립공원 지정에 반대했고 입장료 징수도 원하지 않았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시행하다 폐지하고나서 이제는 사찰 문화재관람료까지 없애라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법주사 여의도 땅 2.5배 소유, 종교재산 납세의무 논란
<시사저널>은 지난 2012년 우리나라 최대 불교 종단인 조계종이 전국 각지에 소유하고 있는 땅을 추적했다. 자료가 워낙 방대해 3만3058㎡(1만평) 이상의 임야를 소유한 사찰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종단 소속 전국 2455 사찰 가운데 3만3천58㎡ 이상의 임야를 소유한 사찰만 해도 388곳에 달했다. 총면적은 7억7798만㎡(2억3534만평)로 서울시(6억552㎡)의 땅을 다 합쳐도 조계종의 임야보다 적다. 심지어 국내 100대 법인의 땅 전부를 합쳐도 조계종이 보유한 임야 면적을 따라가지 못한다.
오대산 월정사는 5782만㎡(1749만평)로 단일 사찰로는 최대 규모다. 속리산 법주사는 2156만㎡(652만평)으로 전국 5번째 순위이며 서울 여의도 면적의 2.5배에 해당한다. 공시지가 기준으로 조계종이 소유한 땅의 가격은 5천억원대에 이른다. 하지만 종단이 소유하고 있는 재산은 ‘사유 재산’과는 다른 개념이라는 시각도 있다. 특정 개인 소유가 아니고 종단의 운영, 사회 사업 등에 쓰여지는 공익 재산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취지로 우리나라는 종교재산에 대해 과세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종교재단의 재산이 천문학적 규모에 이르고 일부 종교인의 고액 수입이 논란이 되면서 납세의무 이행에 대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국민 대다수가 찾는 국립공원 입구에서 군색하게(?) 문화재관람료를 받는 상황이라면 수입에 따른 세금을 내는 것은 당연하다. 사찰측은 보유한 문화재 관리보수비로 지출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유기홍 의원은 “관람료를 받는 국보급 문화재가 28개고 이들 문화재를 관리하는 사찰에서 2013년도에 380억원의 관람료를 받았다. 하지만 사찰측에서 자체 예산을 들여 문화재 수리를 한 실적이 없는 곳이 많다. 문화재관람료를 관리보수비로 전환시킬 새로운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