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규제 풀리는데···뒷짐진 비수도권
정부, 최근 제3차 규제개혁장관회의서 그린벨트 완화 방안 검토
“지자체, 국책사업 걸려있어 미온적”··현재 1000만 서명운동만
수도권규제 잠금장치가 박근혜 정부들어 술술 풀리고 있다. 정부는 투자활성화대책이라는 명분아래 여러 가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수도권만 좋아지는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이다. 하긴 박근혜 대통령은 올 신년기자회견에서 수도권 규제를 풀겠다고 공언까지 했다. 수도권 규제로 기업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였다. 때문에 지난 1982년 수도권에 경제력과 인구가 집중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 제정된 수도권계획정비법이 점점 유명무실화 돼가고 있다.
지난 6일 정부는 대통령 주재 제3차 규제개혁장관회의를 열고 그린벨트 규제 개선방안을 검토했다. 그래서 충북도를 비롯한 비수도권 지자체는 비상이 걸렸다. 시·도지사와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지역균형발전협의체는 6월말까지 1000만명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충북은 현재 6만여명이 서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나온 그린벨트규제 개선방안은 30만㎡이하 개발사업 해제 권한을 시·도지사에게 부여하고 해제와 개발절차 일원화로 사업기간 단축, 공장 증축 규제완화, 그린벨트내 주민소득증대를 위해 판매·체험 등을 위한 시설 설치 허용, 보전부담금 확대로 주민지원사업 강화 등이다. 과거 꽁꽁 묶여있던 그린벨트내 개발 해제 얘기가 나오자 수도권에서는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분위기다. 해제되는 그린벨트의 42%가 수도권 3개 지역, 나머지가 비수도권 11개 지역일 정도로 수도권에 집중돼 있기 때문.
지난 2007년 청주가 하이닉스반도체 유치에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수도권규제 정책 덕분이었다. 그런데 규제완화가 현실화 될 경우 충북은 여러모로 어려워 질 것이다. 이두영 충북경제사회연구원장은 “수도권 규제가 풀리면 4% 경제실현을 목표로 내건 충북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민선6기 동안 투지유치 30조원, 일자리 40만개 창출로 고용률 72%와 수출 200억달러를 달성하겠다고 약속했는데 기업들이 지역으로 내려오지 않으면 차질이 생긴다”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비수도권 지자체들은 정부 눈치 보거나 잇속 챙기느라 단결이 안된다고 한다. 향후 수도권 규제완화가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 비수도권이 똘똘뭉쳐 정부 정책에 저항해야 하지만 분위기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두영 충북경제사회연구원장은 “비수도권이 힘을 모아 수도권 규제완화를 저지해야 하는데 대부분 국책사업이 걸려있어 미온적이다. 강원도는 평창 동계올림픽, 전북은 새만금, 경남 MRO, 대전 과학벨트, 충남은 매포 신도시 사업 등으로 정부 정책을 내놓고 반대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이시종 지사가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해 왔다. 어쨌든 비수도권의 단결된 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 그린벨트 완화는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의 일환이건만 해제 구역이 많은 비수도권 지체는 이를 은근히 좋아한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에 비수도권의 결집이 안되고 있는 것. 충북도는 민관정협의체를 열고 대책을 논의하나 그리 활발한 편은 아니다. 지자체가 팔걷어부치고 나설 수 없는 한계는 있지만, 충북도가 실천가능한 방법을 동원해 더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게 도민들의 요구다. 균형발전지방분권전국연대와 한국환경회의, 경실련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오는 19일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고 입장을 발표한다.
한편 변재일 의원(새정연·청주 청원구)은 지난 2월 비수도권 합의없이 수도권 규제완화가 불가능하도록 하는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현재 국토교통위 계류 중. 변 의원은 공장총량 규제 및 대규모 개발사업 규제 등에 대해 지역발전심의위 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과밀부담금 부과대상 지역을 과밀억제권역에 속하는 모든 지역으로 확대하는 안을 담았다. 또 과밀부담금 배분비율을 100분의 70으로 상향조정하는 내용도 있다.
"하남시로 이전 안돼"···제천시, 세명대 붙들기 '안간힘'
‘주한미군 공여구역주변지역 등 지원특별법’ 개정안 통과 총력
지난 4월 30일 ‘주한미군 공여구역주변지역 등 지원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안전행정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이 법은 우리나라 방위를 위해 미군에 공여되거나, 공여됐던 구역으로 인해 낙후된 주변지역 경제를 진흥시켜 지역간 균형발전을 꾀하기 위한 것이다. 주한미군이 주둔하다 빠져나간 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제정된 것. 그러다보니 지방대학들이 수도권으로 이전을 추진해 지방에서는 난리가 났다. 제천 세명대가 하남시로 이전을 추진하는 게 대표적인 경우.
이를 저지하기 위해 일부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게 이 특별법의 개정안이다. 박수현 의원(새정연·공주시)은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시·도지사는 학교를 반환공여 구역이나 반환공여구역 주변지역에 이전하거나 증설하는 행위를 허가·인가·승인 또는 협의할 수 있다’는 기존 법에서 학교를 수도권내 학교로 한정하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만일 옮긴다면 수도권내 학교만 가고, 지방에 있는 학교들은 마음대로 이전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또 송광호 의원(새누리·제천 단양)은 광역시에 소재한 학교로 한정하는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안전행정위 법안심사소위는 정성호 의원(새정연·양주 동두천)의 안까지 포함해 법제사법위원회에 일괄 상정했다. 그래서 오는 6월 본회의에서 의결될 계획이다. 영남권과 충청권 의원들은 개정안 통과를 위해 힘을 모은다는 입장이다.
일이 이렇게 진행되자 경기도에서는 개정안 통과 저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 제천 세명대 유치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경기 하남시는 대학유치위원회까지 가동하고 있다. 한 수도권 언론은 최근 “하남시에서는 시를 중심으로 지역정치권·대학유치위가 세명대 유치를 위해 개정 법률안이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도록 모든 역량을 결집해 대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제천시는 세명대를 붙들어두기 위해 개정안 통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미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한 '세명대분교반대운동본부‘와 기관을 중심으로 한 ’지방대이전반대입법건의추진위‘가 구성돼 활동 중이다. 그리고 이근규 시장은 시 조직에 대학협력팀을 두고 대학과 상생발전 정책을 내놓고 있다.
시 관계자는 “지방대 수도권 이전반대를 위해 여러 가지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장학금 확대와 문화공연 지원, 관내 대학을 졸업하고 관내 업체에 취업하면 업체를 지원하는 고용장려금제도 등을 시행하거나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명대는 대학원생까지 합쳐 8866명이다. 만일 하남시로 이전하면 2000여명이 갈 것으로 알려졌으나 한 번 구멍이 뚫리면 쉽게 기반이 흔들릴 것이라는 게 제천시민들의 생각이다. 시 관계자도 “개정안 통과여부에 사활이 걸려 있다. 꼭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