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이름표
2004-07-31 충북인뉴스
박종근 기자 "송혜교 입술 라인 만들어주세요." "전지현 눈썹처럼 그려주세요." 무슨 미장원에라도 온 듯 던지는 주문들 그래도 싫지는 않았습니다.
소중한 저의 '손님'이니까요. 제가 새겨준 눈썹, 바로잡아준 눈매와 입술로 그들이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자신있게 남 앞에 나설 수 있게 된다면 그것 또한 이 시대에 맞는 의술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견적 뽑는' 의사들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 이게 의술이냐 미용술이냐, 갈등도 있었죠. 그러던 어느 날 걸려온 문의 전화. "그 기술로 우리 아이에게 이름 좀 새겨주시면 안 될까요. 아이가 너무 극성이라 목걸이고 팔찌고 소용 없어요." 바로 이거다.
'전지현 눈썹'을 그리던 그 기술로 집 나가 길 잃기 쉬운 아이들의 발목에 이름과 전화번호를 예쁘게 새겨주는 거야. 부모들도 조금은 마음 놓을 수 있겠지. 3년 후면 저절로 없어지니 평생 남는 낙인도 아니고. 스무살이 다 되도록 말을 못하는 그 아이는 문만 열고 나서면 앞뒤 가리지 않고 뛰어다녀 몸이 상처투성이. 정신연령이 4세도 안 돼서 언제 잃어버릴까, 부모는 항상 가슴을 태운다고 했습니다.
그 아이의 발목에 이름을 새겨주던 날, "고맙다"며 제 손을 부여잡는 보호자를 보는 순간 다시 한번'의술은 인술'이란 말을 곱씹었습니다.
수술칼 들고 오지로 떠나지 않아도 인술을 펼칠 수 있는 길은 이렇게 가까이에 있었습니다.
※지난 25일 전국 500여명의 의료인들이 모여 설립한 대한임상반영구화장협회는 길을 잃기 쉬운 장애아동들을 대상으로 몸에 이름과 연락처 등을 새겨주는 미아방지운동에 나섰다.
장기적으론 치매노인들에게도 시술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