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복수다’…접시 깨듯 말문을 열자”

부당한 처우공감 … 속은 부글부글, 실제론 눈치만
행복련, ‘사회복지사들의수다’ 통해 문제제기 나서

2015-04-30     김남균 기자
▲ 대다수 사회복지사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선 침묵이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묵묵히 청소일을 하고 있는 사회복지사 모습/ 육성준 기자 eyeman @cbinews.co.kr

행동하는복지연합(이하 행복련)은 지난 3월부터 일명 ‘복수다’(사회복지인들의 수다)를 진행하고 있다. ‘복수다’는 매월 첫째 주 목요일 행복카페서 진행되는 토론 프로그램. 4월‘복수다’는 10여명의 사회복지사가 ‘저녁 없는 삶’이란 주제를 가지고 토론을 진행했다.

양준석 행복련 사무국장은 “사회복지사들이 처한 현실에 대해 가감 없이 이야기 하고 이를 통해 개선점을 찾아보기 위해 ‘복수다’를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양 국장은 “하지만 현재까지는 참여가 저조하다. 예상외로 사회복지사들이 자신이 겪고 있는 상황을 밖으로 드러내는 것에 대해 주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밖으로 드러내기를 주저하는 경향은 취재 현장에서는 더욱 심했다. 어렵게 인터뷰를 수락한 사회복지사들 조차도 “자신과 속해 있는 단체가 드러나면 절대 안된다”고 말했다.

사회복지사들은 왜 자신의 이야기를 밖으로 드러내기 어려워할까. 이들은 한결같이 “보조금을 주는 정부와 지자체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모 사회복지시설 센터장은 “만약 사업을 감독하는 기관 눈 밖에라도 나 내년 예산이 줄어들거나 하면 감당이 안 된다”고 말했다.

 

패배의식은 순응만 재생산

사회복사들의 오랜 침묵과는 달리 현재 사회복지사들의 처우에 대한 만족도는 매우 낮다. 또 시설 유형별 임금 격차 등 노동 조건의 차이에 대해서도 불만이 매우 높다. 충북사회복지협의회의 2014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급여에 대한 만족도는 21.9%에 그쳤다.

사회복지사들 중 야근수당을 지급받고 있는 비율은 12.7%, 시간외 수당 지급률은 32%, 처우개선비 지급률은 11.3%에 불과했다. 사회복지사의 60% 이상이 법정 휴가 중 실제 연간 10일 이하만 사용했다.

이런 조사 결과는 대부분의 사회복지사들이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다는 것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이 통계는 역설적으로 사회복지사들이 권리에 대해 무지 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표본도 된다.

양준석 행복련 사무국장은 “사회복지사들이 권리에 대해 모르지 않는다. 사회복지사들이 시설에서 시간외 수당 받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도 알지만 그것이 근로기준법상 정당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침묵할 뿐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경향이 생긴 원인을 ‘패배의식’으로 지목했다. 양 국장은 “지자체를 비판하는 순간 보조금이나 지원금이 지급돼야 될 시기에 안주거나 필요한 정보에서 배제되는 등 불이익을 받은 경험이 있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다 보니 알게 모르게 패배의식이 커지고 침묵하는 경향이 강해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양 국장은 “사회복지업계의 노동 연건이 한순간에 다 개선될 수는 없다”며 “경제적부분, 비경제적 부분으로 구분해 대안을 마련하고 우선 순위를 정해 시급한 것부터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선 “사회복지사들이 스스로 나서 구체적으로 말하고 요구할 때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가 해결되려면 문제가 발견돼야 한다. 복지의 사각지대, 노동권의 사각지대가 드러나야 개선점이 나온다. 양 국장의 말처럼 침묵 대신 ‘복수다’가 필요한 이유다.

 

탈법 드러난 사회복지협의회, 개혁 시발점 되나
감사결과 19개 위법사항 적발…사무총장 퇴진 불가피
보수기득권 옹호 평가 속 “이참에 개혁 돼야” 목소리


그동안 지역 사회회복지계를 대표해 목소리를 냈던 충북사회복지협의회(대표 심의보, 이하 협회)의 치부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사무총장은 자신의 봉급을 임의로 인상하고 직원은 예산을 유용했다. 23일 충북도는 충북사회복지협의회 운영 실태 지도점검에서 모두 19건의 위법 사항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도 점검 결과 이상도 사무총장은 2014년 1월 자신의 급여 기준을 올려 본인 전결로 처리하고 연간 1400여만원을 더 수령했다. 협회 직원 A씨는 2013년부터 2년간 법인 계좌와 신용카드 결제 계좌에서 32차례나 2270여만원을 인출해 사용했다. 협회는 2013년부터 지금까지 후원금 수입·지출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산하기관에는 정부에서 지정한 회계프로그램을 사용하라고 교육하면서 정작 자신은 수기 회계를 사용했다. 이렇게 협회가 위법하게 업무를 운영하다 적발된 것만 총 19건. 도는 이에 대해 300만원의 과태료를 물리는 등 19건의 적발 사항 중 시정 12건, 주의 1건, 개선 6건 등의 행정조치를 내렸다.

도 점검 결과가 발표 되자 충북사회복지협의회에 대한 개혁의 목소리가 커졌다. 동시에 이시종 지사와 마찰을 빚다 사임한 김창기 전 협회장에 이어 이상도 현 사무총장의 퇴진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지적된 사항 모두 전 김창기 협회장과 이상도 사무총장 체제에서 발생한 일이어서 현 심의보 회장이 책임질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일로 협회가 그동안 보여준 보수적 행보와 이시종 지사와의 갈등도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도와 협회의 불편한 관계는 지난해 12월2일 충북도사회복지사협회 송년의 밤 행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유시문 전국사회복지사협회장은 축사에서 "충북사회복지사들의 처우가 전국 꼴찌에서 두 번째"라고 발언했다. 이에 이시종 지사는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충북 사회복지사 처우가 전국 10위를 기록하고 있다"며 "유 회장의 '전국 꼴찌에서 두 번째'라는 발언은

표집이 무작위로 집계된 잘못된 비공개 통계로 사실과 다르다"고 맞불을 놨다.

공교롭게도 이 일이 있은 후 올 1월 26일 협회를 ‘부정당업자’로 결정하고 도가 추진하는 공모사업 입찰자격을 박탈했다. 이때 문제로 삼은 것이 지난해 11월, 협회가 사회복지신문에 발표한 ‘충북지역 사회복지사 등 종사자 처우 실태조사 결과’. 연구 용역을 위탁받은 협회가 도의 승인 없이 발표해 지방계약법을 어긴 것을 문제 삼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전 김창기 회장이 2월11일 급작스럽게 사의를 표명했다. 김 전 회장 사임이후 협회는 2월 25일에 임시 총회를 열고 심의보 충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를 대표로 선출했다.

이로서 전 표갑수 회장, 김창기 회장으로 이어지는 보수적 경향의 지도부는 사퇴했지만 이상도 사무총장은 김 전 회장 때 선출된 인물이다. 도청 퇴직간부들이 자리를 차지하던 관례를 깨고 대전 참여연대 출신의 이상도 사무총장이 선출돼 기대를 받기도 했지만 개혁적 행보는 없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이참에 사회복지협의회에 대한 개혁의 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사회복지계 모 인사는 “사회복지사를 대표하는 유일한 법적 단체인 협회가 제구실을 못하고 기득권을 옹호한 것도 분명한 사실”이라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사회복지사 전반을 대변하는 대표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