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죽음, 혹시 잊혀질까 시작했다”
세월호 참사 1주기 앞두고 노란리본 배지 나눠준 이춘기 씨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 문화제가 열리던 4월 16일 상당공원. 이춘기(41·직장인) 씨는 또 다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부디 유가족들이 원하는 진실이 인양되기를 기원합니다.”
이 씨는 이날 몇 개 남은 노란리본 배지를 현장에서 만난 이들에게 전했다. 이것으로 그가 혼자 한 달여 진행한 ‘노란리본 나누기’는 끝이 났다. “아이들의 죽음이 잊혀질까 두려웠다. 우리는 그 끔찍했던 날을 기억해야 한다. 그래서 다시는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이 씨는 지난 3월 김예원(단원고) 양의 페이스북을 보며 노란리본을 나눠줘야겠다고 결심했다. 김 양의 오빠는 세월호 참사 때 희생됐고, 김 양은 스스로 오빠의 후배가 됐다. 오빠를 그리워하며 김양이 페이스북에 남긴 편지글을 보며 이 씨도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 그리고 쌈짓돈을 털어 노란리본을 대량으로 구입해 나눠주기 시작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사실을 알리자 여기저기서 신청이 들어왔다. 그때부터 그의 수면시간은 절반으로 줄었다. 퇴근 후 4시간은 노란리본을 전달하는데 쓰였다. 그렇게 전달된 노란리본은 인증샷을 통해 다시 알려지고, 주문은 꼬리를 이었다. 지난 한달 동안 두 차례의 추가주문이 이뤄졌다. 이 씨는 “택배로 전달할 수도 있었지만 되도록이면 만나서 전달하고 싶었다. 그러면 지금보다 조금 더 관심을 가져주지 않을까 해서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지난 16일 모든 배달을 마쳤다. 이제 밀린 잠을 잘 수 있게 됐지만 광화문 물대포 세례 소식을 접한 이 씨의 가슴은 체한 것처럼 답답하다. 1년이 지나도 변함없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그를 또 잠 못 이루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