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덕문화의 집, 사직동 골목구술자료집 <딱지 둘이 딱지 동무> 2탄 출간

<골목은 강으로 흐른다 2>가 출간됐다. 작년에 엮은 책 <여기 꼭두배기집 저밑 뽕나무밭>에 이어 사직1동 주민들의 골목이야기를 풀어 담은 두 번째 구술 자료집이다. 이야기를 채록하고 책으로 묶는 작업은 김덕근 충북작가 편집장과 소종민 문학평론가, 이종수 흥덕문화의집 관장이 맡았다.

이들은 사직동에 모여들어 마을이 만들어지고 골목을 이루며 살았던 1세대 어르신의 이야기에 이어 이번에는 골목을 쏘다니며 자라난 2세대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금은 40~50대가 된 사람들이 어린시절 동네 풍경과 놀던 모습들을 기억 속에서 풀어냈다. 일과 놀이가 어우러진 진솔한 이야기들이 우리 자신의 기억인 듯 친근하고 생생하다.

▲ 사직1동 사무소에서 열린 골목구술자료집 기획회의 모습.

▲ 박영근 씨 구술녹취 장면.

구술자료집을 엮으면서 사직1동의 3통과 4통 골목에는 벽화작업도 함께 진행됐다. 그 지역에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벽화로 그려지자 오가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발길을 멈추고 그림을 읽었다.

자료집에는 예비역 대령 송혁헌 씨와 박영근 청주문화원 동아리 팀장, 미소약국 김성식 약사, 제천이발관 박복동 씨의 이야기가 실렸다. 어린시절 아버지가 사직1동 사무소에 근무해 사택에서 살았던 송 씨는 “지금 사직동 분수대 쯤에 빨래터가 있었고, 빨래하는 어머니한테 세발자전거를 타고 갔다”면서 “세발자전거를 타고 공설운동장 한 바퀴를 다 돌았다. 세상에 이렇게 넓은 운동장이 있나, 이랬던 기억이 난다”고 떠올렸다.

그리고 박 팀장은 “썰매 만들려고 동네를 돌아다녔다. 재료가 귀해서 집나무 뜯어낸거에 못이 있으면 빼가지고 돌맹이로 펴서 썰매 꼬챙이에 박았다. 변전소 건너가 다 논밭이어서 겨울에 얼면 썰매를 가지고 가서 탔다”며 팽이나 썰매를 아이들이 다 만들어서 놀던 모습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운천동으로 넘어가는 자리에 있던 기찻길에서 철길에 못을 올리고 납작하게 만들어 놀던 것, 집에 있는 재료로 허술하게 만든 연이 쌩쌩 잘 날던 것들을 기억속에서 찾아냈다.

골목의 기억들로 퍼즐을 맞추다

지금의 체육관을 짓기 전에 있던 작은 산에서 잔디씨를 훑어 봉투에 담아 학교에 냈다는 김 약사는 “그 산에서 방아깨비며 여치 같은 풀벌레들과 온 종일 놀았다”며 “매미만 빼고 안 잡아본 벌레가 없다”고 했다.

김 씨의 기억에도 등장하는 제천이발관의 박 씨는 28년간 지금의 자리를 지켰다. 10대부터 이발 기술을 익힌 박 씨는 60년대 이발사 자격시험을 치른 장면을 눈에 보이는 듯 설명했다. 그의 충청북도 이발사 면허번호는 1270번이다. “얼굴은 기억이 안나도 머리만 보면 누군지 안다”는 박 씨의 이야기는 청주 사람들의 삶의 한조각 퍼즐 같다.

이들은 어린시절에 싸우는 소리 웃는 소리들을 담 너머로 들으며 이웃사정을 너나 없고 알고 지냈다고 했다. 다들 그렇게 사는 거라고 여기며 함께 살아가는 세상인 것을 의심하지 않았던 것 같다.

아파트 층간 소음으로 다투다가 사람을 상하게 하는 일이 벌어지는 요즘 세태와 확연히 대비되는 모습이다. 자칭 골목자서전이자 민중자서전이라 부르는 이번 자료집은 우리지역의 소중한 이야기자산임이 분명하다. 우리의 삶이 이토록 정겹고 신명나다는 사실을 이 책을 앞에 놓고서야 새삼 깨닫게 된다. 구술 자료집 한권으로 다시 한 번 오늘을 신나게 놀아 볼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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