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아버지 “반려동물로 쥐를 키우던 아이였다”토로
학교기업 ‘시크릿 가든’, 쥐 도살 후 냉동 판매해 수익올려

여고생의 자살, 그 후
‘애완동물의 집’에서 벌어진 일

수의사를 꿈꾸었던 한 여고생은 지난 6월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애완용 쥐를 반려동물로 키웠던 그는 한국바이오마이스터고에 진학해 학교기업에서 활동하게 된다. 알고 보니 학교기업 ‘시크릿 가든’은 쥐를 도살하고 포장판매해 수익을 올리는 곳이었다. 시크릿 가든은 창업동아리로 있다가 올해 학교기업으로 선정돼 충청북도교육청으로부터 300만원의 지원금도 받았다. 여고생의 죽음 이후 학교와 도교육청의 대처, 그리고 학교기업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들을 살펴본다.

K양은 진천에 있는 한국바이오마이스터고에 올해 3월 입학한다. 평소 동물 키우는 걸 좋아해 애완용 쥐 를 키우고 있었던 K양은 입학설명회 때 학교 내에 있었던 ‘애완동물의 집’을 보고 최종 결정을 내린다. 입학설명회 때 동아리 선배에게 카카오톡으로 “애완용 쥐를 같이 키워도 되느냐”고 묻자 “괜찮다”는 답이 왔다. 수의사가 꿈이었던 K양은 용인이 집이었지만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규칙에 따라 한 달에 2번 주말에 집에 갔다.

K양은 3월 말 학교기업 ‘시크릿가든’에 가입하게 된다. 시크릿가든은 2008년부터 창업동아리로 있다가 올해 학교기업이 됐다. K양이 시크릿가든에 들어가서 한 일은 쥐를 키우는 게 아니라 키워서 죽이는 일이었다. K양은 지인에게 2달 동안 “쥐 700마리를 죽였다”며 카카오톡을 보낸다. K양의 아버지는 “쥐를 기르는 데 보통 정성이 필요한 게 아니다. 동물 키우는 일을 엄청 좋아했다. 반려동물로 쥐를 키웠던 아이였는데 학교기업이라는 데 들어가 쥐를 죽이고 있었다. 집에 올 때마다 괴롭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 애완동물의 집은 원래 축산학과 학생들이 동물을 기르던 곳이었다. 축산학과가 폐지되면서 동물들도 파충류만 남게 되고, 학생들은 이곳에서 파충류 먹이로 쥐를 길러 판매하는 학교기업을 운영했다. 자살사건이 발생하고 애완동물의 집은 지난 10월에 폐쇄됐다./사진=육성준 기자

쥐 도살 방법으로 죽음 택해

K양은 쥐를 통 안에 몰아놓고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질식사 시킨 후 냉동 포장해 온오프라인에서 판매했다. 그러다가 K양은 결국 6월 초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K양의 아버지는 “중학교 때 성적도 좋았고, 참 성실한 아이였다. 학교기업 활동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것 외에는 다른 징후가 없었다. 이러한 형태의 학교기업이 운영됐다는 게 이해가 안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2000마량의 쥐를 학생 10명이 키우고 있었다. 학교기업이 그런 곳인 줄 알았다면 가입하지 않았을 것이다. 처음에는 이러한 설명을 전혀 듣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K양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 왜 아무런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을까. 이 부분에서 한국바이오마이스터고 관계자는 “정기적으로 한 달에 한번 담임교사가 상담을 한다. 그 때 K양은 학교기업 활동과 관련해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죽음의 원인이 학교기업 활동이라고 말하기 어렵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K양의 아버지는 “집에 올 때 마다 힘든 점을 얘기했고, 카카오톡으로 그러한 내용을 주고받았다. 기숙사가 있는 학교인데다 선배들과 같이 활동하고 있어서 학교기업을 탈퇴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컸을 것이다. 3월 10일 학교에 학부모 이름을 밝히지 않고 전학을 문의해보니 마이스터고라서 전학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일반계고로 전학도 불가능하고 자퇴만 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5월 수학여행을 일본으로 떠나기로 예정돼 있어서 수학여행을 다녀온 후 그만두려고 했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가 터지면서 수학여행이 취소했다. 6월 초 아이가 ‘귀가 갑자기 안 들린다’는 말을 해서 6월에 집에 오면 MRI를 찍기로 했는데 그만 일이 터졌다”라고 설명했다. K양은 쥐들에게 했던 것과 똑같이 이산화탄소 흡입으로 죽음을 택했다.

▲ K양이 지인과 나눈 SNS 대화 내용 캡쳐 화면. K양은 입학해 3달여 동안 쥐 700마리를 죽였다.
하지만 한국바이오마이스터고 관계자는 “학교기업 가입신청을 할 때 애완동물에 관한 설문지를 받았다. 실험용 쥐를 기르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를 비롯해 알레르기 테스트도 했다. 축산이라는 게 본래 가축을 번식시켜서 식량으로 공급하기 때문에 도살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학생의 죽음에 대해서는 안타깝지만 전혀 모르고 학교기업에 들어왔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 또 중간에 그만둘 수도 있었을 텐데 왜 그랬는지 안타깝다. 쥐를 길러서 도살하는 것은 관상용으로 기른 게 아니라 파충류에게 먹이로 공급하기 위해서였다. 학교기업 활동은 일련의 과정을 경영적인 측면에서 배우는 것도 포함돼 있다”라고 반박했다. 이 학교기업의 담당교사 또한 “K양은 우직하고 성실한 학생이었다. 한 번도 힘든 내색을 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생명윤리교육은 없었다

이 사건은 4월 (사)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가 문제제기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카라의 이혜원 정책국장은 “학교는 미성년자와 학생들에게 노동을 시킨 후 수익을 창출했다. 그 일은 동물을 죽이는 일이었다. 죽음이 이렇게 간단하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체득하도록 했다. 생명윤리사상을 학교 당국이 가르쳐야 하는데 오히려 그 반대였다. 지금 학교 측은 계속해서 학교기업 활동과 학생 자살은 상관이 없다고 발뺌하고 있다. 어른들도 AI살처분을
하고 난 뒤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자살까지 한다. 전문가 조사 결과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라는 게 입증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K양에게 건강한 쥐를 키워서 자기 손으로 죽이는 일은 끔찍한 경험이었을 것이다. 입학해서 700마리를 죽였으니 졸업할 때까지 계산해보면 3000마리를 죽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쥐는 혐오스럽다고 해서 죽여서 팔아도 되고 다른 동물은 죽이면 안 된다는 논리가 맞지 않는다. 어떠한 생명도 다 존중받아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한국바이오마이스터고는 학교기업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쥐 3000마리를 판매해 11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충북도교육청으로부터는 학교기업이 되면서 올해 300만원을 지원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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