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은 사납금…입금액 올리고 월급 제자리
대법원 "불법 사납금 행정처분 정당" 확정 판결


▲ 지난 20일 공공운수노조택시본부 노동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청주시는 전액관리제 위반사업장을 엄중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택시업계가 관행을 이유로 유지하고 있는 사납금 제도는 엄연한 불법이라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택시 노동자들은 사납금제도 하에서 최근 2년간 실질 월급이 43만7500원이 줄어든 사실도 확인됐다.

법원의 최종 판결을 이유로 추가 행정처분을 미루던 청주시였지만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이상 2차 과태료 처분 조치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지만 청주시 관계자는 2차 처벌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새로운 노정갈등으로 비화될 우려도 있다.

지난 10월 22일 대법원은 전액관리제를 위반한 것에 대해 청주시가 500만원의 과태료를 처분한 것은 정당하다며 공민교통이 제기한 행정소송을 기각했다. 이에 따라 2차 행정처분을 둘러싸고 청주시와 택시 노조, 택시회사 간 진행된 2년 간의 논쟁은 종결되게 됐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택시회사의 주장 대부분을 부정했다.  대법원은 노조와 회사 간에 합의를 통해 사납금제를 시행해 문제될 것이 없다는 택시회사의 주장을 일축했다. 대법원은 “근로조건은 노사 자율적 합의로 결정할 수는 있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법으로 정해진) 전액관리제의 시행 여부 자체까지 노사 간의 협의에 의해 정할 수는 없다”고 명시했다.

대법원은 전액관리제가 택시 회사의 기업의 자유, 계약의 자유를 침해하고 사기업의 경영통제 또는 관리 할수 없도록 돼 있는 헌법에 반하는 위헌적 법률이라는 주장도 기각했다.  

전액관리제가 택시업계의 수익현황에 맞지 않고 대부분의 회사에서 지켜지지 않는 등 현실을 도외시한 법률 이라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은 “전액관리제 도입계기가 사납금제로부터 파생된 여러 사회적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법률이 제정된 점, 운송사업자들에게 투명한 사업 경영을 유도한 단 점, 운수 종사자에게 안정적인 근로조건 마련에 기여한 점 등을 종합해보면 택시업계의 현실에 맞지 않는 다는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며 판결문에 명시했다.


사납금제의 불편한 진실

청주시의 기본택시요금은 현재 2800원이다.  택시 요금은 지난해 3월 2200원에서 600원이 올랐다. 요금 인상을 결정하는 곳은 충청북도. 도는  2013년  1월 18일 부품단가 상승, 인건비 상승, 연료비 상승, 물가 상승 등을 감안해 경제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택시 요금인상안을 결정한바 있다.

그러나 본보가 확인한 결과 도의 주장은 일부가 사실이 아니었다. 특히 인건비가 상승했다는 도의 설명과는 달리 택시기사의 임금은 외형상 제자리에 머물렀고 실질임금은 50% 가량 삭감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현재 전액관리제 시행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농성이 진행되는 청주 A 법인택시. 이 회사에 재직중인 택시 노동자들의 대부분은 1일 일정액을 회사에 납부하고 나머지 수익을 수입으로 가져가는 사납금제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전액관리제 법망을 피하기 위해 사납금제와 더불어 최저임금 정도의 금액을 고정급여로 지급하는 월급제를 병행하고 있다.

본보가 확인한 결과 A택시회사 에서 1일 2교대를 근무하는 택시 기사가 회사에 납부하는 사납금은 2012년 10만1000원, 2013년  10만3000원, 2014년 10만5500원으로 해마다 2000원 가량 인상됐다.

운수사업법상 사업자가 비용을 전액 부담하도록 돼 있는 LPG가스에 대해 이 회사는 2012년 38리터, 2013년 30리터, 2014년 25리터만 줄여 제공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월 급여는 88만원으로 3년간 변하지 않았다.

월 25일을 근무하도록 돼 있는 것을 감안해 이 기간 택시노동자와 택시회사 사이에 진행된 분배 구조를 확인해 봤다.
 
사납금 10만1000원이었던 2012년, 이 회사의 택시기사는 월 252만5000원을 사납금 명목으로 회사에 제공했다. 반면 회사는 월 95만원의 가스비를 부담하고 기사에게 월급 88만원을 지급했다. 회사는 69만5000원의 차익을 남겼다.

2013년 이 회사의 사납금은 전년보다 2000원이 오른 10만3000원. 회사는 제공하던 LPG가스를 1일 8리터 줄였다. 이를 월로 환산해보면  택시기사 1명은 월 257만5000원을 회사에 벌어주었다. 반면 회사는 월 75만원의 가스비를 부담하고 월급 88만원을 지급했다. 택시기사는 23만원의 가스비와 사납금 인상분 5만5000원, 합 28만5000원을 전해보다 더 부담했다.  사실상 실질임금이 28만5000원 삭감된 것이다. 반면 회사는 94만5000원의 차익을 남겼다.

"인건비 상승"   道 주장과 정반대

택시노동자 입장에서 2014년 상황은 더 나빠졌다. 2014년 이 회사의 사납금은 10만5500원. 제공되던 LPG 가스도 대폭 줄어 25리터만 제공됐다.  택시기사 1명은 매월 263만7500원을 회사에 벌어주었다.

반면 회사가 부담하던 가스비는 월 62만5000원으로 대폭 줄었다. 택시 기사는 전년과 마찬가지로 월급 88만원을 지급받았다. 택시기사는 2012년에 비해 회사에 11만5000원을 더 벌어다 주고 가스비는 32만5000원을 더 부담했지만 월급은 88만원을 수령했다.  사실상 택시기사의 월급은 43만7500원이 줄어든 것이다.
반면 회사가 택시 노동자 1명으로부터 얻는 차익은 월 113만2500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택시회사의 인건비가 상승했다는 도의 주장과는 정반대의 상황이 된 것이다.

이렇게 불법인 사납금제가 악용돼 택시 기사들의 근로조건을 악화시켰지만 단속의 손길은 제대로 미치지 못했다.

사납금제 처벌 미온적인 청주시…왜?
김병국 시의회의장… "회사만 처벌 부당·기사도 처벌해야 "

대법원의 확정 판결에도 불구하고 청주시는 여전히 전액관리제 위반 행정처분에 대해 미온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25일 청주시대중교통과 관계자는 “2차 행정처분 여부에 대해 방향은 정해졌지만 결과를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청주시 교통과는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오지 않았다며 택시노조의 2차 행정처분 요구와 고발을 무시해 왔다는 점에서 이 관계자의 말은 처분 의사가 없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렇게 청주시가 사납금제 처벌에 대해 미온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해 택시노조는 택시회사 사장인 김병국 시의회 의장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며 의혹의 눈길을 보냈다.

이에 대해 김병국 의장은 전액관리제는 찬성하지만 청주시의 과태료 처분은 잘못된 행정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기사들이 벌어 들이는 수입 전체를 회사로 갖고 온다는데 반대 할 사람이 어디 있겠냐”며 전액관리제 도입에 대해 찬성 의견을 나타냈다.

이어 “하지만 청주시의 행정은 잘못됐다. 법은 쌍벌제다. 왜 회사만 처벌하나. 택시 기사도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