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봉산리 옹기가마, 보존과 개발 3년째 결론못내
테마공원 조성-가마 이전 복원 이견, 충북도 역할 필요

▲ 감정평가를 거부하다 충북개발공사 직원에 끌려나간 박재환 옹기장.
충북도 무형문화재 박재환 옹기장(77)의 오송읍 봉산리 옹기 전통가마를 둘러싼 개발과 보존의 갈등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오송 2생명과학단지 조성공사 시행사인 충북개발공사는 지난 10월말 문제의 옹기가마터에 대한 현장 감정평가를 실시했다.

이날 현장실사를 막으려던 박 옹기장과 아들 박성일씨가 직원들에게 끌려나가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결국 박 옹기장은 실신해 병원으로 후송됐고 아들 박씨는 해당 직원들을 폭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지난 3년간 해결점을 찾지 못한채 폭행 시비까지 불거진 오송 옹기가마 논쟁을 재정리해 본다.

2010년 민선 5기 출범직후 이시종 지사는 공약사업인 오송 제2생명과학단지 조성을 적극 추진했다. 오송읍 정중리와 봉산리 일원 328만㎡ 부지에 9323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오는 2018년까지 바이오산업의 허브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산업용지에는 BT, IT, 첨단업종 및 연구시설이 유치되고 아파트 단지와 교육시설, 상업시설 등이 어우러진 복합산업단지로 조성된다. 지난 8월 기공식을 열고 첫삽을 떴다.

하지만 시행사인 충북개발공사의 사업추진 과정에서 복병(?)이 나타났다. 2012년 박 옹기장의 봉산리 옹기 전통가마가 철거대상이 되면서 지역 문화계 인사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전수자인 아들까지 7대에 걸쳐 200년간 가마터를 유지해 온 역사성이 손꼽혔다.

박 옹기장의 6대조 박예진이 200년전 천주교 박해를 피해 이곳에 숨어들어 옹기를 굽기 시작했다는 것. 다른 신도들도 모여들면서 1890년엔 프랑스 선교사가 벌미 공소(公所)를 설치했다. 해방이후에는 노기남 대주교가 벌미공소에 직접 내려와 미사를 집전하기도 했다는 것. 1930년초 신도수가 258명에 달했고 공소 주변에 옹기점이 100여개에 달할 정도로 번성했다는 것.

시굴업체 선정 놓고 진실공방

하지만 개량가마를 통한 대규모 생산공장이 들어서면서 전통가마는 위기를 맞게 됐고 박 옹기장은 1969년 고향을 떠나 잠시 인천의 옹기점에서 일하게 된다. 2년만에 돌아온 박 옹기장은 200년간 이어온 옹기가마에 칠기가마시설을 접합한 복합식 개량가마를 설치하게 된다. 문화재적 측면에서 이때 전통가마의 원형이 일부 변형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당초 개발지구내 지표조사에서 봉산리 옹기가마터는 시굴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역 문화계와 시민사회단체가 보존 필요성을 제기하자 지난해 3월 임시조사단을 구성해 다시 지표조사를 벌였다. 중앙문화재연구원의 조사단은 ‘전통 옹기가마의 전통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근거는 미약하다’고 결론내렸다. 근거로는 전통 옹기가마의 일반 형태인 통가마가 아닌 칸가마(7칸)이며 벽돌을 사용한 것도 전통방식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에대해 전수자 박종일씨는 “중앙문화재연구원은 사업지구 전체 조사를 용역받은 충북개발공사와 갑을관계 회사이고 자문위원 3명도 옹기 전문가는 아무도 없었다. 현장조사도 채 10분이 안걸릴 정도로 건성이었다. 시행사의 입맛에 맞춘 결과라고 생각하며 가마터 주변에 대한 문화재 발굴조사를 재차 요청했다”고 말했다.

결국 지난 3월 문화재청의 중재로 가마터 주변에 대해 시굴조사를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박 옹기장측은 40년전 현장 방문조사를 한 적 있는 D문화재연구원을 조사업체로 추천했다. 하지만 개발공사는 선 감정평가, 후 시굴조사를 내세워 6개월의 기간을 허비하게 된다. 결국 지난 9월 최소면적인 500㎡의 시굴조사를 D문화재연구원에 맡기는 것으로 구두합의하고 문화재청에 필요서류를 제출했다는 것.

충북도 중재나서 매듭풀어야

이에대해 충북개발공사측은 “박 옹기장측과 시굴업체를 합의한 바 없다. 그쪽 요구대로 한다면 규정에 어긋나 조달청 공개경쟁을 통해 용역업체를 선정해야 한다. 봉산리 옹기가마터의 역사성을 감안해 사업지구내 근린공원을 옹기테마파크로 조성하는 안을 진작부터 제안했었다. 하지만 박 옹기장측에서는 처음에 조성원가대로 1만평을 달라고 비현실적인 요구를 하기도 했다. 이전복원의 경우 고열의 가마를 운영하는데 따른 민원소지가 있어 곤란하다. 애초 충북도 유형문화재 지정까지 받았다면 이전복원이 가능한데 무형문화재 기술보유자는 시설이전의 고려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측의 시굴조사 논의에 합석했던 조모씨는 “시굴업체는 옹기장측이 추천한 업체로 하기로 했다. 내가 합석했고 D문화재연구원을 추천해 개발공사 지원이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하는 것도 들었다”고 증언했다. 용역업체 선정을 놓고 6개월간 줄다리기한 정황을 보면 옹기장측 주장이 신빙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한편 보존 당위성을 주장해 온 한국우리문화연구원 송봉화 원장은 “오송 옹기가마 보존문제는 그동안 대화다운 대화가 없었다는 점이 가장 아쉽다. 어쩌면 개발공사는 수익성 사업을 벌이는 곳이니 그렇다쳐도 충북도가 팔짱만 끼고 3년간 외면해온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도 문화재위원들도 무슨 이유인지 이 문제에는 나서는 분이 없었다. 지역의 주목받아 마땅한 문제가 이런 식의 무관심과 피로증에 파묻혀 가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 지난 1월 한국내셔널트러스트상 수상으로 옹기가마 보존론이 힘을 받게 됐다.

‘오송 봉산리 옹기가마’, 한국내셔널트러스트상 수상
박상일 회장, 공원지구 포함 보존·이전 복원 방안 제안

지난 1월 오송 봉산리 옹기가마는 꼭 지켜야 할 자연문화유산에 선정돼 내셔널트러스트상을 받았다. 제11회 한국내셔널트러스트 보전대상 시민공모전에서 문화적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선정 이유는 일대에 흙이 좋은 점토가 있어 옹기촌이 형성되어 200년간 선대의 맥을 이은 가마라는 점이 손꼽혔다. 또한 천주교의 시대적 산물인 질곡 많은 교우촌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장소로서 인정받았다.

‘이곳만은 꼭 지키자’는 표어로 상징되는 한국내셔널트러스트상 수상이 봉산리 옹기가마의 문화재적 가치를 공인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공공의 이익을 위해 보존할만 한 역사문화적 가치를 인정한 것이다. 이같은 사회적 공감대를 무시하고 아예 흔적을 지워버린다면 그 피해는 우리 모두의 몫이다. 지난 2011년 충북문화유산연구회 박상일 회장은 봉산리 옹기가마에 대해 의견서를 작성했다.

박 회장은 ‘원위치에 원형대로 보존하는 것’을 기본원칙이라 밝힌뒤 ‘부득이 사업지구에서 제척할 수 없는 경우’ 다음과 같은 대안을 제시했다. 첫째, 문화재청과 도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받아 최소한의 면적이라도 공원지구에 포함시켜 보존할 것. 둘째, (옹기가마 및 주변의 부대시설을 모두 수용할 경우) 위와 같은 심의를 받아 최대한 가까운 곳에 가마를 새로 만들어 옹기장의 전통기술이 무형문화재로 전승되도록 할 것을 명시했다.

구체적으로 관람객과 학생들이 찾아와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과 전시판매 시설을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개발과 보존에 대한 논쟁이 3년째를 맞았지만 그보다 한발 앞서 박 회장이 제시한 의견이 마치 ‘선견지명’처럼 들리는 것은 왜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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