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교육청․복지단체들의 형식적인 사업 시행, 문제로 지적
관련전문가들 “청소년 자살 접근조차 어려워, 통합관리 필요해”

“당장 오늘 죽음을 생각하는 사람에게 형식적인 캠페인이나 자살예방 홍보는 의미가 없다. 그런 사람들은 아예 캠페인에 참여조차 하지 않는다. 직접적인 개입을 통해 죽고자하는 사람들은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짜야 한다.”

최영락 청주시정신건강증진센터장은 ‘자살’에 관한 문제에 있어 지역사회의 통합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익명을 요구한 사회복지기관 관계자는 “솔직히 사례관리가 실적이 되다보니 사업이 중복되는 경우도 있다. 대상자 공개를 꺼린다. 통합관리가 돼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다 공감하고 있지만 지자체 차원에서 방향이 서지 않다보니 모두 쉬쉬하는 분위기다”라고 밝혔다.

이러다보니 복지관련 전문가들조차 자살예방사업이 우후죽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청주시는 독거노인지원센터를 지정해서 예방사업을 하고 있고, 복지관에서도 저마다 자살예방바우처사업을 진행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기존에 관리하고 있던 사람을 다시 추려서 보고서만 작성하는 등 공무원에게 보이기 위한 형식적인 사업들도 많다”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장과 행정 따로 따로

▲ 최영락 청주시정신건강증진센터장은 ‘자살’에 관한 문제에 있어 지역사회의 통합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자살에 관한 문제에 있어서 현재 응급개입을 하고 있는 곳은 청주시정신건강증진센터가 유일하다. 시군단위에서 유일하게 정신과 의사를 센터장으로 두고 응급개입을 하고 있는 상황. 이에 최 센터장은 “올해 70건의 응급개입을 했다. 각 복지관에서 관리를 하다가 막히면 센터로 보낸다. 대상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병원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향후 대상자에 대한 사례 관리도 진행한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청주시정신건강증진센터의 운영구조를 보면 독립적이지 못하다. 청주시로부터 청주의료원이 위탁을 받아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올해 12월이 위탁 기간이 만료되는 시점이라 재계약여부는 그 때 가봐야 한다. 이에 최센터장은 “통합 청주시 차원에서 자살예방센터를 만들고 정신질환자에 대한 통합관리를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현장에서는 ‘통합관리’를 주장하고 있지만 행정에서는 엇박자가 나고 있다. 충북도는 자살예방센터를 구축하려고 준비 중이다. 충북대 병원이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도 정신건강증진센터 내에 자살예방센터를 구축하는 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도 정신건강증진센터에는 센터장이 비상근 의사로 있어 한계가 분명하다. 실질적인 응급개입은 어려운 실정이다.

최근 충북도교육청도 김병우 교육감의 공약사항인 ‘학교폭력 긴급지원센터’를 설치하기 위한 준비를 해나가고 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청 차원에서 학교폭력에 대한 기본적인 조치들이 이뤄지고 있지만 보다 통합적으로 사례관리를 하기 위해 의견을 조율중이다.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내용은 없다”라고 설명했다.

예방보단 사후관리 중요

청소년 자살사건의 경우 사건 이후 사후대처가 미미하다. 이에 대해 최 센터장은 “청소년 자살에 대한 심리적 부검을 진행하려고 해도 저지를 당하기 일쑤다. 정말 중요한 것은 청소년 자살의 인과관계를 밝혀내는 것인데 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학교폭력 문제를 조사해 온 신동명 평화샘프로젝트 연구원은 “일단 청소년 자살에 대한 자료 자체가 많지 않다. 왜 자살하게 됐는지 원인을 밝히지 못하고 그냥 묻힌다. 하지만 아이들은 죽음의 이유에 대해 다 알고 있다. 어른들만 모른다. 학교장, 학부모, 친구들의 반대로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는다. 일본이나 핀란드에선 자살문제에 대해 사회적으로 접근하고 분석하는 작업으로 자살율이 현저히 줄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청소년 자살은 결국 친구와의 관계맺기가 단절됐을 때 일어난다. 대안은 마을 단위 공동체가 다시 살아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적으로 들리겠지만 마을이 아이들을 보살필 수 있는 네트워크를 형성해 나갈 때 실제적인 예방사업을 벌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대구시와 일부 지역에서 마을단위 공동체와 연계한 학교폭력 예방 사업을 벌이고 있다. 청주시에서도 수곡동 주민네크워트 사업 ‘수호천사’가 올해로 3년차를 맞이했다.

수호천사에는 마을 동 주민센터, 복지기관, 소방서, 경찰서, 학교 등 관계기관 27곳이 협약을 맺고 있다. 신 연구원은 “일단 사건이 발생하면 정보가 공유된다.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끊어졌던 공동체가 회복돼야 한다. 애정을 갖고 있어야 방관하지 않게 된다. 수곡동을 기점으로 다른 동까지 네트워크 사업이 확대돼야 한다. 학교폭력의 문제는 결국 학교와 지자체가 같이 풀어나가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청주시 청소년 4명 중 한명 자살 생각해봤다

최근 청주 청소년 4분의 1 '자살 생각'을 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청주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는 지난 11일 이 같은 내용의 '2014 청주시 청소년의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를 중간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청주지역 11개 초등학교(6학년)와 중학교(2학년)에 재학하는 627명(남자 358명, 여자 269명)을 대상으로 지난 7월9일부터 8월20일까지 진행했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7%포인트다.
조사 결과 '지난 1년간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76.4%(479명)는 '전혀 없다'고 했으나 23.6%(148명)는 '1~2번 이상'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조사 결과 20.9%보다 약간 높았다.성별로는 남자보다 여자 청소년이 자살 생각을 더 많이 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우울 수준도 남학생보다 여학생이 더 높았고 양부모가정 외에 가정환경에서 자란 청소년의 부모자녀 관계는 낮고 부모폭력 목격 경험과 학대 경험 수준은 높았다. 여학생은 남학생보다 친구의 지지를 더 많이 받지만 학교폭력 피해 경험도 남학생보다 더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삶의 만족도와 자아인식 요인에서는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높았고 양부모가정 청소년이 다른 가정 청소년보다 자아인식 수준이 높았다. 학업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는 초등학교 6학년보다 중학교 2학년이 더 높았다.

지역별로는 통합 전 청원군 청소년보다 청주시 청소년의 학업성적 스트레스가 높았고, 양부모가정 청소년이 다른 가정 청소년보다 학업 성적 스트레스를 더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통계청이 발표한 충청지역 2012년 청소년들의 자살통계를 보면 2010년 5∼24세 청소년의 사망원인 중 자살은 10만명당 대전 7.6명, 충북 9.8명, 충남 7.3명이었다.

연령대별로 보면 2010년 대전지역의 20∼24세 청소년 자살은 10만명당 25.8명, 충북지역은 29.5명, 충남지역은 21.6명으로 나타났으며 충북지역은 청소년 자살률이 전년보다 10만명당 1.2명 증가한 반면, 대전과 충남지역의 청소년 자살률은 전년보다 3.5명, 0.9명 감소하였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