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불허, 한국마사회 네 번째 도전도 실패
충주시, 말문화센터 ‘OK’ 마권장외발매소 ‘NO’

한국마사회의 네 번째 청주입성 도전이 실패로 마무리됐다. 이와 함께 전임 단체장이 의지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충주시도 조길형 현 시장의 동의를 얻지 못해 무위로 돌아갔다.

이로써 충북은 마권장외발매소(화상경마장)가 없는 광역자치단체라는 수식어를 유지하게 됐다. 그러나 한국마사회가 공원형이라는 당근책을 내세워 여전히 충북 입성을 노리고 있고, 이번에 실패한 명암타워 수탁관리자도 재추진 의사를 밝히고 있어 마권장외발매소를 둘러싼 공방은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마사회 내년에 또 공모
한국마사회는 지난달 28일 전국을 대상으로 2014년 공원형·복합레저형 장외발매소 공고를 진행했지만, 신청 마감시한인 27일까지 유치신청서를 제출한 곳이 없어 무산됐다. 당초 한국마사회의 청주와 충주 2곳이 모두 신청할 경우의 수까지 염두에 두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실은 냉담했다.

명암타워 수탁관리자와 마권장외발매소 유치추진위는 청주시에 동의를 요구했지만 청주시는 마감시한인 27일까지 동의하지 않았다. 경제활성화를 주요 기치로 내세운 이승훈 시장이라도 사행성 논란이 정리되지 않은 마권장외발매소 유치를 선뜻 동의하기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란 분석이다.

청주시는 이와 관련해 “화상경마장에 대한 시민의 부정적인 여론이 높다”며 “공모마감일까지 신청 서류를 검토하기에도 촉박했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충주는 청주보다 적극적이었다. 이종배 충주시장이 지역경제와 수안보 관광 활성화를 위해 수안보 말문화복합레저센터를 민간과 함께 추진했고, 마사회에 직접 방문해 의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연간 100억원대의 세수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홍보했다.

하지만 이 시장의 예상과 달리 반대여론이 거세지자 이 시장은 한발 물러서 주민설명회와 토론회를 통해 주민여론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사업자인 (주)유토피아가 지난해 요구한 동의서에도 사인을 하지 않았다. 주민 여론이 돌아서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수시로 접수를 받았던 마사회는 올 들어 마감시한을 정해놓고 모집 공고를 냈다. 하지만 신임시장은 이 시장과 달리 마권장외발매소 유치에 부정적이었다. 조길형 시장은 경찰 재직시절 강원경찰청장으로 정선카지노의 부작용을 경험했기 때문에 사행성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마감시한 하루 전인 지난 26일 수안보 옥수수축제 현장을 찾은 조 시장은 “말문화센터 조성은 수안보 경제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사업이지만 화상경마장을 갖춘 말문화센터 조성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입장을 전달했다. 사업으로 인한 부작용보다 더 큰 장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조 시장의 입장이었다. 결국 그렇게 이번 공모는 무산됐다.

자치단체장 의지가 중요
한국마사회는 그동안 청주 진출 의지를 드러내왔다. 이번 공모도 유치 측과 마사회 측의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마사회로서는 청주가 최고의 입지이기 때문이다. 한국마사회는 서울과 경기, 부산 등 32개 지역에 마권장외발매소를 운영하고 있다. 광역자치단체 단위 내에 마권장외발매소가 한 곳도 없는 곳은 충북과 전북, 강원 뿐이다. 그렇다보니 한국마사회로서도 충북 입성은 중요 과제다. 그 가운데서도 충주보다는 청주가 더 매력적이다. 지역 경제에서 청주가 차지하는 규모가 큰데다 통합으로 입지가 더욱 좋아졌고, 인근 충북의 다른 시군은 물론 세종시까지도 영역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마사회의 첫 도전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는 주변시설도 없이 마권장외발권소가 설치하는 도시형이었다. 가경동 소재 드림플러스가 한국마사회로부터 설치지역으로 선정돼 본격적인 행정절차에 돌입했지만 시민사회단체의 거센 반발과 청주시의 건물 용도 변경신청 반려 등으로 2005년 무산됐다. 이듬해인 2006년에는 사창동 현대코아가 또다시 유치전에 뛰어들었지만 반경 200m 이내에 교육시설이 있다는 이유로 승인하지 않았다. 교육시설을 명분으로 내세우기는 했지만 시민들의 반대여론이 승인하지 않은 실제 이유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동안 조용했던 마권장외발매소 유치전은 지난해 다시 불거졌다. 이종배 충주시장이 지역경제활성화를 내세워 마권장외발매소를 포함한 말문화센터 조성사업을 추진하자 청주에서도 관심을 보인 것이다. 전면에 나선 것은 일부 장애인단체였다. 장소는 명암타워, 유치 시 수익금의 일부를 장애인을 위한 복지재단 설립에 출연키로 했다고 유치전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여전히 차가웠고, 결국 무산됐다. 이번 네 번째 유치전은 지난해의 연장선이다. 또 다시 몇몇 장애인단체가 장애인 일자리 창출 등을 내세우며 청주시의 동의를 촉구했다. 하지만 이승훈 시장도 동의하지 않았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청주시가 밝혔던 촉박한 일정때문이라는 답변은 다시 말해 다음 공모에서는 실익 등을 고려해 승인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대답이라는 평가다. 특히 유치에 나서고 있는 명암타워 측이 재추진 의사를 밝혔다는 점에서 마권장외발매소를 둘러싼 논란은 재현될 전망이다. 명암타워 수탁관리자는 “단순한 마권장외발매소가 아니다. 가족단위의 휴식·여가 공간을 제공하고 청주시민들에게는 발권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청주시가 제대로 검토하지 못한 것 같다. 시일에 쫓겨 홍보가 안 된 것도 원인이다. 다음 공모에는 이 같은 점을 보완해 다시 참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충주 또한 마찬가지다.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유토피아로서는 마권장외발매소 유치가 사업성공과 직결하는 문제라는 점에서 포기하지 않을 전망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긴급회의를 열고 후속 대책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창근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회문화팀장은 “청주시의 결정은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시민들은 도박 청정지역이 유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화상경마장 유치가 반복되는 것은 우려스럽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듯 시민들의 뜻이 전달될 것이다. 무엇보다 자치단체장의 의지가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장애인단체 VS 장애인단체
마권장외발매소 ‘찬성’ 단체 대표성 없어

마권장외발매소와 관련해 최근 장애인단체들이 연이어 기자회견을 열고 상반된 입장을 밝혀 의아함을 자아내고 있다. 관련 소식을 전해들은 한 시민은 “장애인단체가 얼마나 많기에 내부 조율도 못하고 서로 다른 입장을 나타내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먼저 기자회견을 연 쪽은 찬성하는 단체였다. 지난 23일 오전 5개 장애인단체로 구성된 유치위원회는 "전국 17개 광역 시·도 가운데 충북만 사행성이란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며 지역 경제 활성화와 세수증대 사업으로 마권장외발매소 유치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내놓았다.

마권장외발매소 유치에 장애인단체가 나선 것에 대해서는 마권장외발매소 유치를 통해 장애인 100여명이 일자리를 얻게 된다고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당시 추진위 대표로 기자회견문을 낭독한 사람은 장애인단체 소속이 아니었다. 취재결과 장애인단체 5곳과 함께 성균관유도회 충북본부가 추진위를 공동 구성한 것이었지만 급조한 탓인지 이 같은 사실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회견장에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공동대표로 기자회견문을 읽은 A씨는 충청리뷰와 통화에서 “친척 중에 장애인이 있다”며 왜 그 자리에 섰냐는 질문에는 “장애인단체 사람들을 기자회견장에서 처음 만났고, 연장자라서 건내 준 기자회견문을 낭독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성균관유도회를 대표해 참여했다는 사실도 몰랐다.

장애인 복지는 제도나 정책으로
한 장애인 단체 관계자는 “사업을 위해 일부 장애인단체를 이용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누구도 정확히 어떤 단체가 참여했는지 밝히는 사람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틀 뒤인 25일에는 장애인단체가 추진위를 구성하고 지지한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장차연) 산하 장애인단체 회원들은 충북참여연대와 함께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송상호 충북장차연 공동대표는 “장애인단체가 나서서 유치를 지지한다는 소식을 듣고 기자회견을 열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히며 모든 장애인단체가 뜻을 같이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장애인 복지는 제도나 정책을 통해야 한다. 도박, 사행성을 가지고 복지 운운하는 것은 창피한 일이며 같이 망가지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들은 또 “충북도민, 청주시민의 주머니를 털어 나온 세수 확보가 무슨 의미가 있나. 100개가 넘은 장애인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는 것도 실체가 없다”고 전날 장애인단체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통합 전 청주지역 등록장애인 수는 3만여명에 이른다. 통합 후 현재 청주시에는 4만여명의 장애인이 거주하고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자신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이런저런 단체에서 활동하는데 청주권 장애인단체만 하더라도 40여곳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이들 단체들은 한국장애인총연맹,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산하에 소속된다”고 설명했다. 한국장애인총연맹과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는 같은 뿌리로 장애영역별로 구분되는 시각장애인협회, 청각장애인협회 등이 대표적이다. 앞선 기자회견에 참석한 장애인단체도 이들 산하 단체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앞서 언급한 두 곳보다 진보적인 성격이 두드러진다. 지역에서는 이동권이나 활동보조서비스 등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 3개 단체는 장애인 문제에 대해 사안에 따라 같은 목소리를 내기도 하지만 이번 사안은 개별 단체 5곳이 본부 개념인 한국장총 등과도 협의없이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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