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어민 영어교육, '검증을 위한 수업'에 요란법석

음성군청에서 지역의 다양한 행사나 소식을 홍보하기 위해 매일 쏟아져 나오는 보도자료가 정작 당사자들의 생각이나 입장과는 차이가 있어 (취재원이나 기자를)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이는 오보성에 가까운 보도자료로 지나친 홍보위주의 기사를 작성하다보니 미처 확인절차를 거치지 않은 내용들이 그대로 언론에 보도돼 자칫 여론을 사실과 다른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어 주의가 요망되고 있다.

2일 오후 1시 30분 음성 삼성면 청룡초등학교에서 전국 최초로 근로자강사를 초청해 무료 원어민(외국인) 영어교육을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기대반 우려반 달려갔다.

먼저, 외국인강사를 만나기 힘든 시골학교에서 원어민이 수업을 하는 것이 회화를 처음으로 배우는 학생들에게 동기부여가 충분히 될 수 있다는 생각이 기대였고 다음으로는 영어권이 아닌 방글라데시출신의 근로자가 (대학원을 졸업했다고는 하나) 영어회화 교수법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느냐하는 것이었다.

영어회화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이 두가지는 매우 중요한 요소로 오랜 시간에 걸쳐 준비를 하지 않으면 단지 언어(영어)를 구사한다는 이유만으로 강단에 설 수 없기 때문이다.

청룡초 과학실에는 이미 3~6학년 40여명의 학생들이 빼곡이 모여 행사(?)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교실에는 지역의 유지들이 참여해 이번 수업의 의미를 더했다.

   


What's your name? 알람씨가 학생들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3,4학년 학생들의 첫 수업, 원어민 선생님과의 첫 만남.
알람(Firoz Alam)씨가 학생들 앞에 나왔다.

Hi!
How are you?

간단한 인사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알람씨는 What's your name?하고 한 학생에게 물었다.

"......"

어렵다. 한국선생님과 할 때는 잘됐었는데...

수업이 끝난 후 쉬는 시간을 이용해 유종렬 교장께 양해를 구하고 교장실에서 알람씨와 몇 마디를 나눴다.

대학에서의 전공을 물어보니 역사(History)라고 했으며 학생들을 가르친 경험은 없다고 말했다. 나이는 32살.(음성군청 보도자료에는 28살로 돼 있다.)

유 교장이 이번은 시험수업이고 강사로서의 검증이 통과되지 않았기 때문에 알람씨의 대학원 졸업장 등 관계서류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특히 알람씨는 수업을 진행하는 강사가 아닌 영어전담교사의 보조역할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또한 아직 (원어민 강사와 수업진행이) 결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심사를 거친 후 수업이 성공적으로 잘 되면 그 때가서 보도를 해달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유 교장은 건물 밖까지 나와 음성군청의 보도자료와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니 그렇게 알아달라며 보도를 하지 말아줄 것을 간곡히 당부했다.

면과 기업체가 '작은 학교를 살리자'는 취지아래 교육을 위해 나선 일은 초등학교의 경우 드문 일이고 보기 좋은 현상이다.

문제는 음성군청의 성급한 보도(알림) 자세다.

'전국 최초' '무료 교육' 등 자극적인 단어를 내세워 언론이 관심을 가졌지만 아직 준비가 덜되고 확인되지 않은 자료를 섣불리 내보내 취재원 당사자와 기자를 당혹케 했다는 비난은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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