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공장서 전기콘센트 숨겨진 CCTV 카메라 발견돼
경찰, 7월2일 전격 압수수색… 노조, 철저 수사 촉구

창조컨설팅을 통해 불법으로 노조파괴 공작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주)유성기업이 또 다시 시끄럽다.

6월 27일 금속노조유성영동기업지회(지회장 이정훈)는 회사가 조합원을 감시하기 위해 몰래카메라를 설치했다며 관련 사실을 공개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영동경찰서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과 ‘카메라등 이용 촬영죄’ 혐의를 적용해 2차례에 걸쳐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번에 발견된 CCTV카메라는 노동자들의 탈의 장면까지 촬영을 한 것으로 전해져 심각한 인권침해라는 지적이다.

지난 6월 회사 측 노조원에 폭행혐의로 고소당해 재판을 받던 유성기업노조원 A 씨는 증거자료로 제출된 사진을 보고 의문을 품게 됐다. A씨는 사진의 각도가 사람이 찍을 수 있는 위치가 아니라 높은 곳에서 아래로 촬영된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A씨는 몰래카메라에 의해 촬영됐다는 의문을 품고 해당 사실을 노동조합에 알렸다.

노조는 즉각 진상조사에 나섰다. 노조가 사진에 나와 있는 곳을 탐문한 결과 3곳에서 CCTV용 카메라가 발견됐다. 카메라가 발견된 곳은 놀랍게도 전기콘센트와 비상구 표시등. 직원들이 이곳에 카메라가 설치됐을 것이라고 전혀 생각할 수 있는 장소가 아니었다. 발견된 3대의 CCTV 카메라는 노동자들이 작업복을 갈아입는 탈의실을 비추고 있었다.

회사도 해당 사실을 시인했다.  이 회사 노무관리이사 K씨는 “시설보호와 관리자 신변보호를 위해 CCTV를 설치했다”며 카메라를 설치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K 씨는 “노조가 주장하는 몰래 카메라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노조원들이 폭력을 행사하는 등 불법행위가 많아 설치했다”며 “노조원들이 기존의 카메라를 수시로 뜯어 안 보이는 곳에 설치했다”고 말했다.

K 이사는 노동자들이 옷을 갈아 입는 장면을 촬영한 사실도 인정했다. 그는 “카메라 한 대가 탈의실쪽으로 향한 것은 맞다”며 “탈의 장면이 촬영된 것은 맞지만 상시 모니터링을 하지도 않았고 상황이 있을 때만 따로 보았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말했다.

몰래 촬영한 영상, 재판 증거물로 활용

회사는 이렇게 촬영한 영상을 회사에 우호적인 노조에 제공한 사실도 확인됐다. A씨의 사례에서 나타나듯 촬영된 영상은 재판과정에서 증거물로 제출됐다. 유성기업은 그동안 극심한 노사 갈등을 겪었다.

그동안 창조컨설팅에 의한 노조파괴 공작 의혹이 일부 사실로 확인되기도 했다. 창조컨설팅은 기존 노조를 와해하기 위해 회사측 노조를 결성하는 수법으로 기존 노조를 와해시켰다. 유성기업에도 창조컨설팅이 개입한 다른 사업장과 동일하게 관리자로 중심된 제2노조가 결성됐고 이로 인해 끊임없는 갈등을 겪었다.

특히 유성기업 제2노조측은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현 금속노조 소속 노동자들로부터 폭력을 당했다며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 제4조에는 “불법감청에 의하여 지득 또는 채록된 전기통신의 내용은 재판 또는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될 수 없다”고 정해져 있다. 이런 사실을 알고 있을 유성기업 사측이 금속노조 조합원 몰래 촬영한 영상이 법원 증거물로 제출한 사실은 회사가 의도적으로 개입된 사실을 반증한다. 

반면 회사가 설치한 CCTV 카메라에 의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촬영을 당한 노동자들은 정신적 충격을 호소하고 있다. 노조는 “일부 조합원들은 현장 기계에도 몰래카메라가 숨겨져 계속 자신을 주시하고 있다고 느끼고, 심지어 자신의 차에도 몰카가 달려 있다고 의심하기 시작해 일을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고 했다.

노조, ‘경찰 못 믿겠다’

사건을 신고 받은 영동경찰서는 지금까지 2차례에 걸처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7월 2일 1차 압수수색에 이어 8일 2차 압수색을 실시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노조는 경찰의 압수수색이 형식적으로 진행되다며 반발하고 있다.

유성기업 노조는 “몰래카메라는 네트워크로 실시간 감시 및 원격감시가 가능한 것으로서 접속프로그램으로 누가 어떤 PC에서 접속하여 감시하고 불법으로 채증된 자료를 누가 사용했는지 등 전반적인 압수수색이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경찰이 1차 압수수색한 것을 지켜본 결과 “노조가 찾아낸 카메라 3대와 VCR만 가져갔을 뿐 다른 곳을 전혀 돌보지 않았다”고 경찰 수사에 불만을 나타냈다.

법조계에서 이번 사건을 단순한 불법 촬영 사건이 아니라 심각한 인권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차곤 변호사는 “몰래카메라로 녹음까지 했다면 통신비밀보호법과 개인정보보호법 등을 위반한 것이며, 탈의실에서 나체를 촬영한 것은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 특례법 위반”이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노동자들의 활동이나 쟁의행위를 CCTV로 감시해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치권도 이 문제에 대해서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은 지난 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검경과 고용노동부는 유성기업의 반인권적인 불법 행위를 신속하고 철저하게 조사해 사법처리에 나서야 한다”며 “회사가 증거를 인멸하지 못하도록 신속한 압수수색을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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