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 노조를 인정하지 않으면 삼성반도체 유족 사과는 진정성 없다”

▲ 성세경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사무국장
2013년 7월 중순에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설립했습니다. 그리고 노동자 두 분이 자살했습니다. 노동조합을 인정하라며 종범이와 호석이는 죽음을 선택했습니다. 종범이는 2013년 11월(33세), 호석이는 2014년 4월(34세) 우리들과 운명을 달리했습니다.

노동3권은 헌법에 보장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삼성의 이건희와 이재용은 헌법위에 군림하고 있나 봅니다. 삼성전자 서비스에서 노동조합이 설립되었으면 당연히 삼성전자 대표이사와 단체교섭을 통해 임금과 단체협약을 협상해야 합니다.

하지만 삼성은 교섭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작년 9월과 10월경 삼성은 한국경영자총연합(이하 경총)에게 교섭권을 위임했습니다. 교섭권 위임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경총은 교섭보다는 노조 깨기에 골몰했고, 그것을 정면에서 바라본 종범이는 “삼성전자에 다니며 너무 힘들었어요. 배 고파 못 살았고 …그래서 전 전태일처럼 그러진 못해도 전 선택했어요. 나의 죽음이 부디 도움 되길 바라겠습니다.”라며 죽음으로 노조를 지켜내려 했습니다.

작년 연말 최종범 열사는 55일만인 12월 24일 장례식을 치뤘습니다. 합의서는 “건당 수수료를 폐지”하고 “월급제 전환”, “노조활동 보장”을 보장 받았습니다. 그러나 합의서는 종이 쪼가리에 불과했습니다.

2014년 4월 17일 한국사회는 세월호 침몰로 인해 깊은 슬픔과 분노로 오열하던 그때, 호석이는 강원도 정동진에서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자살했습니다. 작년 종범이의 죽음으로 확보한 건당 수수료는 폐지되지 않았고, 월급제 전환은 차일피 미뤄졌고, 노조활동은 전면 부정되었습니다.

이에 호석이는 “더 이상 누구의 희생도 아픔도 보질 못하겠으며, 조합원들의 힘던 모습도 보지 못하겠기에 절 바칩니다. 저 하나로 인해 지회의 승리를 기원합니다”는 유서를 남기고 우리들 곁을 떠났습니다.


호석이의 죽음으로 삼성전자 서비스 노동자들을 삼성본관 앞으로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5월 19일부터 31일 현재까지 12일째 매일 7~8백여명의 노동자들이 서울 서초동 삼성본관 앞에서 침낭에 의지 한 체 24시간 농성을 벌이고 있습니다. 죽음으로 노동조합을 사수하고 있는 삼성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서 이건희와 이재용의 비정한 민낯이 보입니다.

노동조합이 유일한 에어포켓인 노동자들… 자신의 죽음으로 에어포켓을 만들어 나가는 종범이와 호석이가 ‘부처’이자 ‘예수’입니다. 삼성전자서비스 조합원들은 울분과 분노를 투쟁으로 승화시켜내고 있습니다. 조합원들은 삼성본관 앞에서 하나로 뭉쳤고, 악덕기업 세계 3위라는 오명을 받아온 삼성은 여전히 노동조합을 그림자 취급하고 있습니다.

삼성반도체 산재사망노동자 유가족과 함께 하고 있는 반올림도 “삼성이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으면 삼성반도체 유족 사과는 진정성이 없다”며 압박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인간존엄성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사회적 연대로 이어져야 합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홈페이지에 가입해서 서초동 삼성본사 농성장에 양말과 식비를 보내주십시오. 삼성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힘을 보태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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