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수급제 부작용 … 수급비 위해 ‘노동 포기’ 강제
현실성 의문?…박 대통령 ‘노령연금 20만원 공약’이 원조

기초생활수급제. 그 허상
① 대물림되는 가난
② 무노동 강요하는 복지정책
③ 대안 : 기본소득보장제
빈곤 가정에 대해 정부는 최저생계비를 지원하는 기초생활수급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제도가 오히려 빈곤 가정의 취업을 막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대안으로 특정 계층에 대해 기본적은 소득을 보장하는 ‘기본소득보장제’가 거론된다. 노동당 등 진보정당에서 의제화하고 있다. 현행 기초생활수급제의 문제와 대안으로 제시되는 기본소득보장제에 대해 살펴본다.

▲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 후보시절 65세 이상 노인에게 매월 20만원을 노령연금으로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조건없는 기본소득보장제는 아니지만 이 정책이 실현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해 10월 스위스에선 “모든 국민에게 일정액의 소득을 매달 현급으로 지급하라”는 법안에 의회에 제출됐다. 이는 국회의원에 의해 발의한 것이 아니라 스위스 국민 12만명이 서명한 국민발의 법안이었다. 국민 발의의 핵심 내용은 성인 스위스 국민 모두에게 매월 2500 스위스 프랑, 한화로 300만원 가량을 지급하고 미성년 국민에게는 625 스위스 프랑, 월 70만원을 지급하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스위스 정부는 2015년 국민발의된 법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게 된다.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되면 스위스는 2019년부터 조건 없는 기본소득제를 시행하는 첫 번째 나라가 된다.

이 소식은 외신을 타고 국내에도 큰 주목을 받았다. 그렇다면 스위스 사례에서 나타난 ‘기본소득보장제’는 어떤 개념일까.

‘기본소득 네트워크’ 상임대표 한신대 강남훈 교수는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모든 국민에게, 결혼을 했든 안 했든 상관없이, 일 하든 공부하든 아무런 조건 없이 똑같은 소득을 지급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강 교수의 설명처럼  기본소득제는 국민 모두에게 조건 없이 일정수준의 생활이 가능하도록 정부가 매달 생계비를 지급하는 제도다.

기본소득제는 국내에선 여전히 생소한 정책이다. 하지만 역사가 그리 짧은 것도 아니고 정치권에서 제기가 안 된 것은 아니다.  현 노동당 전신인 사회당이 제17대 대통령 선거와 제18대 총선에서 ‘국민기본소득제도’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들의 관심을 얻는 데 실패했다. 그렇다고 기본소득보장제가 수 만년 떨어진 우주 밖 다른 세계의 일만도 아니다.

일각에선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시절 약속한 “65세이상 기초노령연금 20만원” 공약이 사실상 기본소득보장제 정책이라고 평가한다. 한신대 강남훈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기초노령연금 월 20만원 지급 공약을 했다”며 “전 국민은 아니지만 65세 이상 국민을 대상으로 한 기본소득제로 분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왜 기본소득보장제일까

충청리뷰는 앞선 두 차례의 보도를 통해 국민기초생활수급제의 부작용을 구체적인 사례로 지적했다. 

부양의무제라는 족쇄 속에 수급권이 박탈된 60대 청주시민 A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사례. 수 천만원대의 학자금 융자를 안은 중증 장애인 자녀가 아르바이트로 번 30여만원까지 찾아내 그만큼을 공제하고 수급비를 지급했던 사례.

60대 후반의 아버지가 간헐적인 건설일용노동인 일명 노가다를 해 번 40여만원 때만에 수급비를 삭감당했던 중증장애인 B 씨. 급기야 B 씨는 “아버지가 왜 일을 하는 지 모르겠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렇듯 소개된 사례는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수입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국민기초생활수급제도가  빈곤의 악순환과 대물림의 탈출구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아무리 일해도 최저임금 조차도 벌기 힘든 계층에게 1인 월56만원의 범위 안에서 살라는 것에 다름 아니었다. 이에 충청리뷰는 국민기초생활수급제가 본 취지와는 달리 노동의욕을 원천에서 배제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로 이런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대안으로 기본소득보장제가 거론된다. 기본소득보장제 운동을 진행하고 있는 단체인 ‘기본소득네트워크’ 대표 강남훈 교수. 그는 ‘오마이뉴스 대구경북’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기본소득은 노동의 요구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에게 생활이 보장될 수 있도록 개별적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소득이 없는 사람들에게 좌절하여 자살하지 않을 정도, 취업을 기다리며 재기할 수 있을 정도의 소득을 보장하는 것"이라며 "이 정도의 소득이 보장된다고 해서 노동 유인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세모녀 자살 사건은 다시는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본소득네트워크’ 금민 운영위원은 “국민기초생활수급제도는 수급권자에게 일자리와 수급권 사이의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부분적인 노동소득이 있기 때문에 정해진 수급액보다 적은 금액을 받게 되는 조건부수급권자는 일을 해도 빈곤으로부터 탈출할 수 없다”며  반대로 “수급권자가 일자리가 생겨 월 100만원을 벌 수 있게 되었다고 치자. 수급비보다 20만원 정도 많은 돈을 더 벌려고 장시간 저임금노동에 시달릴 것인가 일하지 않고 80원만 받을 것인가 사이에서 망설일 것”이라고 밝혔다.

금민 위원은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근로빈곤층을 없애자는 제도가 아니다.  기본소득은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자산 심사나 노동 강제없이 무조건 지급된다. 부양의무자 심사도 없이 개별적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세 모녀자살 같은 비극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 현재 1인 가구 수급액인 56만원 정도를 기본소득 지급액이라고 가정해 보자.  월 90만 원 노동소득을 얻는 사람의 경우에 총소득은 기본소득을 합한 146만원이다. 즉 기본소득을 통해 총 소득이 늘었다. 기본소득을 도입하면 복지함정, 즉 복지제도가 빈곤을 재생산하는 일은 없어진다”고 주장했다. 금민 위원의 주창처럼  일자리와 수급권인가의 양자택일이 강요되는 한 비극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지방선거에서도 공약 등장
한범덕 청주시장 후보 ‘생활임금보장제’
윤남용 도의원 후보,  ‘전면 도입’ 공약

▲ 충북 광역도의원 선거에 출마한 노동당 윤남용 후보. 윤 후보가 선거구에서 ‘기본소득보장제 전면 시행’ 피켓을 들고 유세를 하고 있다.

10년 전 민주노동당이 무상의료와 무상교육을 제시했을 때 주류 정당과 다수 국민들은 비현실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비현실적으로 평가됐던 이 공약은 무상급식과 반값 등록금으로 이미 현실화 됐다.

일부 정치 전문가들은 기본소득보장제는 2014년 판 무상의료‧무상교육 정책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그러나 6‧4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자의 공약과 활동을 세밀히 살펴보면 기초생활보장제와 관련된 정책과 후보를 찾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한범덕 청주시장 후보와 노동당 윤남용 도의원 후보다. 한 후보는 복지공약의 제 1순위로 ‘생활임금보장제’를 내걸었다. 생활임금보장제는 현재 노동법에서 규정한 최저임금보다 높은 일정한 생활임금을 지급하도록 지방정부가 책임지는 것이다. 한 후보는 26일 진행된 사회복지 토론회에서 “아주 세밀하게 정책을 확정한 것은 아니지만 공공부문을 우선으로 시행 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의 공약이 노동이라는 전제조건을 달았다면 윤남용 후보는 조건없는 ‘기본소득보장제’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윤 후보는 “장애인권 운동을 하면서 아무리 일을 해도 기초생활 수급비 이상의 소득을 올리지 못하는 것을 직접 체험했다”며 “가난의 울타리에서 벗어나게 하지 못하는 국민기초생활수급제도 대신 기본소득보장제야말로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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