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축소 됐어도 1회 때보다 짜임새 있었다”는 평
‘2001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막을 내렸다. 공예비엔날레 조직위에서는 17일 동안 당초 예상보다 훨씬 많은 26만2500명의 관람객이 다녀가 성공작으로 평가하고 있다. 관람객 의견조사를 맡은 충북대 산업경영연구소(조사책임자 조중재 교수)에서도 1000명으로부터 대답을 들은 결과 응답자들의 70.3%가 유익했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밝혔다. 또 공예예술에 관한 교육적인 효과도 67.9%가 긍정적으로 답변했고 이 행사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에 대해 90.5%가 찬성했다고 말했다.
99년도에 열었던 첫 번째 비엔날레가 55억원의 예산을 들인 반면 올해는 35억원으로 대폭 축소됐다. 그러나 행사는 첫 번째 보다 군더더기가 없고 짜임새 있었다는 평이 많았다. 국제공예공모전과 초대작가관의 작품 수준이 전체적으로 향상됐다는 것이 관람객들의 여론이다.





“전시만 하려고 했으나 뜻 못이뤄”
이종준 총괄기획팀장은 “예산 절감을 위해 대행사를 쓰지 않고 도우미도 당초 45명이었으나 19명으로 줄이고 의전도우미와 통역도우미를 활용해 무역상담을 했다. 그리고 시민과 함께 하는 비엔날레로 정해 14개 단체와 행사를 벌였다. 또 체험행사 코너를 30여개로 확대해 도자기나 물레, 가죽공예, 칼라믹스 등을 직접 만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고 작품해설자인 도슨트를 배치한 점도 한 단계 발전한 모습이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이탈리아의 베니스 비엔날레처럼 행사를 하지 않고 전시만 하려고 했으나 아직까지는 종합예술축제가 환영을 받아 뜻을 이루지 못했다는 그는 청주가 가진 관광인프라가 없어 관광객 유치에 어려웠고, 청주·충북지역 작가들의 참여가 저조했던 것은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고 시인했다. 지역작가들의 불참은 행사 기간 내내 입줄에 오르내렸던 문제. 조직위 측에서는 “지역작가들을 참여시키기 위해 노력했으나 제대로 안됐다”고 말했으나 작가들은 “애초부터 이행사의 판을 짠 사람이 지역작가들을 배제했다”고 주장했다.
이벤트로서의 비엔날레를 보는 것이 아니고 미술행사로 비엔날레를 보는 작가들의 시각은 사실 매우 냉소적이었다. 일반인들이 “볼 것도 많고 체험행사장에서 다양한 만들기를 시도해 본 것도 괜찮았다”는 평에 비해 이들은 한번도 가보지 않았다는 사람들이 상당수일 만큼 철저히 외면했다. 따라서 과정이야 어쨌든 비엔날레가 지역 미술인들로부터 호응을 받지 못했다는 점은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청주가 하루 아침에 공예도시가 될까

청주지역 대학의 모 교수는 “행사를 끝내고 나면 아무 것도 남는게 없다는 것이 문제다. 차라리 이 돈으로 시립미술관을 건립하면 전시공간이 부족한 청주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공예비엔날레를 열더라도 몇 년을 준비해 작가들을 키우고 외국작가들과의 워크숍 기회를 만들어 작품을 확보한 후에 해야 되는 것 아닌가. 어느 날 갑자기 국제행사를 열고 작품을 전시한다고 청주가 공예도시가 되는가”라고 비판적으로 평가했다.
조직위 측에서는 앞으로 대학 공예과를 증설하고 공예의 거리와 공예촌 건립을 장기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현재로서는 요원한 상태.
공예비엔날레에 맞춰 개관한 한국공예관도 전시 성격이 뚜렷하지 않고 가격이 센 편이어서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외 쉴 공간이 부족해 단체관람온 학생들이 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점심을 먹는 모습이 연출됐는가 하면 일부 체험행사장의 물건이 수준 이하여서 실망했다는 의견들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하는 모 인사는 “몇 명이 왔다갔다는게 왜 그렇게 중요한지 모르겠다. 청주시에서는 이것만으로 성공했다고 평가하는데 행사의 내용에 대해 토론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산업공예관 안에 지역 공예단체가 내놓은 상품은 부끄러울 정도로 수준이 낮았다”고 분개했다. 그런가하면 전국적으로 홍보가 안돼 청주이외 지역에서는 이런 행사를 하는지조차 몰랐다는 것도 문제였다.





행사에서는 만만한게 학생들이다?
공예비엔날레에 청소년 ·어린이 관객이 59.9%, 각종 지역축제에도 학생들 수시로 동원돼

지난 99년 제1회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행사장을 다녀간 사람은 총 46만2천여명이었다. 그대신 행사 기간이 32일간으로 올해보다 훨씬 길었다. 이중 단체관람 학생들은 12만7974명으로 전체의 26.6%를 차지했다. 반면 외국인은 초청자까지 포함해 1.3%에 불과했다.
그래서 청주시가 국제행사라고 벌여놓고 학생들을 동원해 머릿수를 채우고는 ‘관람객이 몇 만명 왔다갔다’는 식으로 홍보하고 있는 점에 대해 지역민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높았다. 이것은 올해도 마찬가지다. 초·중·고등학교와 유치원 어린이들의 소풍장소가 비엔날레 행사장이거나 다른 곳을 가다가 중간에 들렀다 가는 곳이었기 때문에 역시 많은 수의 학생들이 동원됐다.
올해는 총 26만2500명중 일반이 10만8413명(41.3%)인데 반해 단체가 15만4087명(58.7%)을 차지해 단체 관람객이 훨씬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체 인원중 청소년이 7만1137명으로 전체의 27.1%, 어린이가 8만5051명으로 32.4%로 집계됐다.
따라서 청소년과 어린이를 합한 숫자가 무려 15만6188명(59.5%)으로 성인들보다 많았다는 점은 이번에도 역시 동원성 인원이 적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이들 중에는 가족단위로 행사장을 찾은 청소년·어린이들도 있지만 60%를 육박하는 숫자 속에는 단체 관람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외국인은 6528명으로 전체의 2.5%밖에 되지 않아 국제행사라는 이름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학생들은 실제 공예비엔날레 이외에도 각종 행사에 동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말로는 체험학습이라고 하지만 행사장을 채우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가장 만만하기 때문에 학생동원이 끊이지 않는 것. 충북도교육청이 지난 22일 도교육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 낸 자료를 보면 지난해 3월부터 올 9월까지 도내 10개 교육청에서 17개 문화예술축제에 6995명이 동원된 것으로 밝혀졌다.
청주가 지난 4월 용암 봄꽃축제에 150명·범시민준법운동실천대회에 210명, 충주가 수안보온천제에 366명·앙성온천제 166명, 옥천이 지용제에 1331명·중봉충렬제 1547명, 진천이 농다리축제에 386명·생거진천 화랑제 350명, 단양이 소백산 철쭉제 312명·온달축제에 120명을 동원해 학생들이 없으면 행사를 어떻게 진행할까 의구심을 갖게 하고 있다.
/ 홍강희 기자




손순옥 씨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이렇게 보았다

“꼭 돈을 많이 들여 소문난 잔치를 해야 하는가”

손순옥 (작가·충북아트페어 조직위원)

『2001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를 관람하면서 청주시는 너무나 청주지역 문화현실을 평이하게 판단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의식이 생겼다. 어떤 문화생산물을 만들 것인가를 생각하기 이전에 그러한 생산물을 만들고 수용할 수 있는 환경들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를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문화적 마인드의 부재를 보이는 관료주의의 굳건한 힘이 느껴졌다.
국제초대작가전과 국제공예공모전은 전시작품들의 내용이나 크기, 배치, 관객들의 동선을 좀더 심사숙고해야 했다. 작품들을 대할 때마다 예술은 물질보다는 정신의 소산이라는 믿음을 확인 시켜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전시장을 돌며 많은 시민들이 느낀 것은 이렇게 돈을 많이 들여 소문난 잔치를 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였다. 지역의 축제는 그 지역의 역사적 전통이나 지역적 특성, 특히 그 지역의 주체인 시민들의 참여를 가장 소중히 생각해야 한다. 사실 축제라는 것은 삶의 한귀퉁이에서 자연스럽게 튕겨져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
또 공예비엔날레에 대한 본격적인 타당성 조사와 성격규정, 추진된 방식과 절차 등이 옳고 합리적인 책임 있는 문화행정이 전제되었는지 보아야 한다. 각종 국제 문화예술제들이 지역문화의 활성화와 맞물려 개최되는 상황에서 문화사회로 가기 위한 전환에 역행하는 관료주의적 문화시스템은 아닌지 여러 가지 의견이 돌출 될 수 있다. 그래서 비엔날레에 출품된 작품들에 대한 협소한 비판에서 예술운동, 정책, 운영체계, 공공성과 같은 과정에 대한 광범위한 지적이 필요하다.
그리고 공예비엔날레의 내면을 찬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드러난 현상의 외피를 벗겨낸 정직한 대면이 되어야 한다. 이 행사를 통해 진정한 문화적 가치를 가져오는 것은 무엇인가? 동원된 관람객의 수, 행사의 규모, 집행된 예산 액수 같은 외피적인 요인들은 물론 아닐 것이다. 오히려 작더라도 비엔날레의 생명력은 비엔날레를 생산하고 참여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이고도 능동적인 응집력과 유대감을 갖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국제공예비엔날레가 생겨서 예술을 관람할 기회가 많아졌다고 해도 다양한 문화적 형태들이 프로그램화되어 구체적인 내용으로 채워지지 않으면 예술의 공공성을 온전히 확보했다고 보긴 어렵다. 문제는 그러한 구체적인 문화내용들을 수혈하는 주체가 특정한 소수로 제한되어서는 안되며 특정한 전문 창작가로 수렴되어서도 안된다.
비엔날레는 미술을 통한 우리시대의 인문학적인 새로운 지평을 열어 가는 예술의 실험무대다. 특히 일반 축제 행사들과 차별화된 성격이 전제되면서 그 범주 안에서 기획자와 작가, 관객이 서로 소통·교류하는 장으로 가야 한다. 관객들과의 소통이 제일 중시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기에 지역사회와 시민사회, 재정문제 등에 대한 공감대와 합의 도출과정과 함께 전문성, 창의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문화서비스 산업으로 성격규정과 국제적 경쟁력이 요구되는 비엔날레의 자생기반을 시급히 구축하는 것, 이를 위한 겉치레 중심의 전시행정 관행과 성과주의 극복이 급선무 되어야 한다.




황인경 씨
“청주가 공예문화 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 확인”

황인경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조직위원회 홍보팀장)

‘공예의 미학과 예술적 가치를 공예산업화로 연결시키고, 문화상품과 실용적 디자인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이는 청주시가 지난 99년부터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를 개최하는 커다란 목표이자 의의라 할 수 있다.
공예는 인류문명의 시작부터 인간이 실생활에 필요한 도구를 만드는 기술과 그 예술적 산물의 총체적인 모습으로 자리 잡아 왔다. 다시 말해 선사시대부터 돌을 다듬고 흙을 빚어 연모를 만들고 그릇을 만들어 사용하던 인류의 손 기술이 오늘에까지 이어지며 공예는 인류문명을 생성하고 발전시키는 중요한 원동력이 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청주시에서는 2년 전 한국 공예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21세기 세계공예산업의 미래와 비전을 제시하기 위한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를 열며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당시 청주에서 국제공예비엔날레가 열린다고 했을 때, 세계는 물론 국내인 모두가 경이와 불안이 교차하는 눈빛으로 바라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결과는 공예문화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크게 기여한 모범적이고 성공적인 행사로 평가받았다.
그리고 2년여의 차질 없는 준비기간을 거쳐 또다시 2001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탄생했고 이 역시 17일간의 모든 일정을 순항한 끝에 지난 99년과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월등한 전시내용과 행사 등으로 국제적 비엔날레에 전혀 손색이 없었다는 호응을 이끌어 냈다.
2001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는 특히 기치로 내건‘미래를 여는 공예의 향연’답게 국제공예의 흐름을 가늠하고 공예문화의 미래를 조망하는 뜻깊은 자리였다는 것이 공예전문가들은 물론 행사장을 다녀간 일반 관람객 대다수의 의견이었다.
실제로 17일이라는 짧은 행사 기간 동안 총 26만2천5백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는 외형적 성과와 함께 청주를 명실공히 세계 공예문화 중심도시로 성장시킬 수 있다는 새로운 문화산업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데 의의가 컸다. 또 풍성한 결실의 계절 가을에 맞춰 개최되며 전국 초중고 학생들의 수학여행 등이 맞물리면서 주최측이 마련한 공예 관련 다양한 체험코너가 이들 현장학습의 산 교육장으로 내실 있는 행사가 되었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이는 두 번째라는 짧은 연륜에도 불구하고 이를 통해 청주라는 도시를 세계에 알리는 계기와 전 세계 공예인의 관심 속에서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는 이제 더 이상 지역 행사가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고 나아가 국제적인 비엔날레로 발돋움하였음을 웅변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가시적 성과와 맞물려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제대로 뿌리 내리기 위해서 보완돼야 할 점이 있었다는 것도 부인하지 않는다. 국제적 행사를 내세운 나머지 이를 준비하며 지역 공예가들의 참여가 부족했다는 점과 또 여타 행사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관람객들에게 보다 다양한 즐거움을 안겨주는데 한계가 됐다는 부분이 그것이다.
이에 따라 세계의 비엔날레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의 위상을 더욱 굳건히 다지기 위한 지역 작가의 분발과 함께 이의 자연스런 참여 확보 방안 모색, 그리고 공예비엔날레만의 성격에 부합하는 행사 프로그램 개발이 과제로 남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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