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불감증 중독돼 있던 내 자신이 각성

▲ 신미양 주부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정부나 자치단체의 탁상공론 쏟아내는 회의석상에서 나오는 구태의연한 말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한 애도 분위기속에서 맞이한 어린이날에 아이와 함께 나들이에 나서는 한 아빠의 성실하고 진실한 다짐이다.

대한민국의 안전불감증에 대한 비난과 질타가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때론 원칙을 거추장스럽게 여겼던 부모들도 이젠 ‘안전 민감모드’에 돌입했다.

카시트가 있어도 제대로 사용하지 않았던 주부 이모씨(33·청주시 상당구 사천동)는 요즘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마트를 잠깐 다녀오더라도 카시트에 앉힌 아이에게 벨트를 꼭 메주고 있다.

이씨는 “내 몸도 귀찮고 아이가 답답해해서 가까운 거리를 갈 때는 당연히 해야 하지만 벨트를 거의 안해줬다”며 “이번 참사로 인해 안전불감증에 중독돼 있던 내 자신이 각성하게 되면서 카시트를 꼼꼼히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고 말했다.

어린이 안전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놀이동산에서는 그야말로 안전에 대한 예민함이 최대다.
지난 2일 4살 난 아들과 함께 청주 랜드 놀이동산을 찾은 김모씨(37·청원군 오창읍)는 박치기차를 탔다가 2분도 채 안돼서 내려야만 했다.

지루해하는 아들을 무릎에 앉힌 채 운전하던 김씨를 본 안전관리 요원이 달려와 기기작동을 아예 멈춰버렸고 당장 내리라고 호통을 쳤기 때문이다.

▲ 3일 독립기념관의 관람열차 안전관리요원이 관람객들이 안전하게 승하차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놀이동산에 사람도 많지 않았고 박치기차는 10여대 중 김씨를 포함해 3대만 작동 중으로 크게 위험한 상황도 아니었기에 안전관리 요원의 행동이 너무 빡빡하다고 느껴 질 수도 있었지만 김씨는 순순히 인정하고 박치기차에서 내렸다.

김씨는 “예전 같았으면 안전관리 요원에게 ‘옆에 다시 앉히면 되지 내 돈 주고 이용하고 있는데 왜 무조건 내리라고 하느냐’며 언성을 높였을 것”이라며 “하지만 세월호 참사로 인해 나부터 안전에 대한 원칙 지키기를 실천해야겠다고 다짐했기 때문에 아들에게 위험한 것에 대해 주의시켜주고 다른 안전한 놀이기구를 태웠다”고 뿌듯해 했다.

또한 어린이 안전체험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충북안전체험관은 오는 12월까지 유치원, 초등학교의 단체 체험신청이 완료돼 있다.

나모씨(35·청원군 오창읍)는 “교육기관에서의 외부활동에 대한 학부모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우리 아들이 다니는 유치원에서는 충북안전체험관 견학을 간다고 해서 보내기로 했다”며 “생활 주변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건·사고에 신속하게 대처하는 요령을 가르치고 건널목 안전하게 건너는 방법부터 자연재해에 대비하는 방법까지 스스로 몸과 마음을 지키는 방법을 알려준다고 하니 아들에게 유익한 시간이 될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냄비 근성’을 염려하며 세월호 참사로 깨달은 교훈들을 시간이 지난다고 덮어버려서는 절대로 안된다고 강조한다.

심리상담사 김정숙(50·청주시 상당구 영동)씨는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5일 동안 이어진 황금연휴동안 자녀를 둔 부모라면 한번쯤 내 뱉은 말, 아니 가장 많이 한 말이 바로 ‘안전’일 것”이라며 “곳곳에서 언제라도 재난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지속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사회적 의식이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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