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식, 건강 때문에 휴학···특별장학금 받기 위해 고려대 진학
이시종, 농사·광산노동 하느라 휴학···무작정 상경해 서울대 진학

2014년 4월, 여객선 ‘세월호’만 침몰한 게 아니다. ‘대한민국호’도 침몰해 방황하고 있다. 17세의 꽃다운 아이들 수백명을 바다에서 잃는 대참사를 겪었으니 이 상처는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차분하게 각 자 위치에서 제 할 일을 할 때다. 본지는 국민들과 아픔을 함께 하면서 6·4 지방선거 커버스토리를 기획했다.

오는 6월 4일에는 우리지역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가 실시된다. 윤진식 대 이시종, 이시종 대 윤진식. 이 대결 만큼 긴장감 도는 게 없다. 두 사람은 같은 충주출신에 같은 청주고를 졸업했고, 중앙부처에서 고위공무원을 지냈다. 지난 2008년 국회의원 총선에서 격돌하더니 이번에는 도지사 선거에서 맞붙게 됐다. 인연인지, 악연인지 모를 정도로 숙명의 라이벌을 펼치는 두 사람의 인생여정이 흥미롭다.

충북도민들은 앞으로 선거기간 동안 두 사람의 불꽃튀는 접전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둘 중 한 명을 선택해야 한다. 그 선택은 신중해야 한다. 하지만 정치인으로서의 삶은 알려져 있으나 개인적인 삶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래서 人-사람 윤진식·이시종, 政-정치인 윤진식·이시종, 後-도지사 후보 윤진식·이시종에 대해 알아본다.

▲ 어머니와 함께 동물원에 간 윤진식 후보
새누리당 도지사 후보 윤진식과 새정치민주연합 도지사 후보 이시종은 공통분모가 많으면서도 서로 다르다. 윤 후보는 국회의원 사퇴서를 제출하고, 새누리당 후보로 결정됐다. 같은 경쟁자였던 이기용·서규용 예비후보는 자진 사퇴했고, 안재헌 예비후보는 컷 오프를 당해 사전 탈락했다. 이로써 자연스레 본선행 티켓을 손에 쥐었다. 다만 새정치민주연합의 유일한 도지사 후보인 이시종 지사는 24일 예비후보 등록을 한 뒤 선거판으로 나갈 예정이었으나 ‘세월호’ 참사로 연기했다. 윤 후보는 지금 자중하면서 선거준비를 하고 있고, 이 지사는 도정을 챙겨 둘 간의 대결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다.

끼니 잇기도 어려웠던 두 사람

두 사람은 모두 가난한 어린시절을 보냈다. 그 당시 누가 눈물젖은 밥을 안 먹었을까마는 두 후보도 지독하게 가난했다. 윤 후보는 1946년 충주시 성서동에서 태어났다. 유기공장을 하던 부친이 일찍 세상을 떠나고 어머니와 함께 살았다. 그는 ‘윤진식의 손길 발길’이라는 자서전에서 “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에 유기공장을 하던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집안 형편은 급속도로 기울었다. 충주에서 중학교를 마친 나는 충주에 있는 고등학교 갈 형편이 안됐는데 청주에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할 것을 희망했다. 그 때 집안 형편은 객지로 나가 학업을 계속하기는커녕 끼니를 잇기도 힘들었다. 그렇지만 어머니는 기꺼이 청주로 보내 공부할 수 있게 해주셨다”고 썼다.

그러면서 “만약 그 때 어머니가 내 선택을 외면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곤 한다”고 말했다. 아버지없이 가난한 형편에도 어머니는 윤 후보와 여동생의 학교 만큼은 계속해서 보내줬다는 것이다. 그는 대학갈 때도 형편이 어려워 학비와 생활비까지 지원해주는 특별장학생을 바라고 고려대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안정된 기업에서 월급을 많이 받고 장차 부를 쌓기 위해 경영학과에 들어갔으나 나중에 나라를 위해 일하는 게 보람있을 것 같아 행정고시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행정고시는 한 번 탈락 한 뒤 1972년에 합격했다.

▲ 충주사범병설중학교 졸업생들과 기념사진을 찍은 이시종 지사

이 지사는 1947년 충주시 주덕읍 덕련리 창동이라는 시골마을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초등학교 교사를 꿈꾸며 충주사범병설중학교에 들어갔으나 5·16 쿠데타로 학교가 없어지는 바람에 청주고에 진학했다. 윤 후보와 이 지사는 청주고 동문이나 학교는 따로 다녔다. 윤 후보는 청주고 39회로 입학했으나 건강을 잃어 1년 휴학한 뒤 40회와 함께 졸업했다. 그런데 이 지사는 38회로 입학해 역시 1년 휴학했다가 39회로 졸업한다.

이 지사는 ‘토박이 이시종의 충북생각’이라는 저서에서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 몇 달 안돼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이후 휴학, 농사일, 광산에서 금 캐기, 복학 등을 하면서 방황했다. 당시 나름대로 ‘부농발전5개년계획’을 세우고 열심히 추진하던 중 고교동창의 편지를 받고 충격을 받았다. 고민 끝에 대농 꿈을 접고 무작정 상경해 재수한 뒤 서울대 정치학과에 들어갔다. 대학 다니는 동안에도 형편이 어려워 학업과 농사를 병행했다”며 “1971년, 제10회 대학졸업후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에는 여러 곳에서 경험을 쌓았다”고 말했다.

두 후보는 행정고시 합격후 각 자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윤 후보는 주로 중앙정부 경제분야, 이 지사는 내무행정과 지방정부 일을 두루 섭렵했다. 충주지역에서는 두 후보 모두 입지전적 인물로 통한다. 가난해 끼니조차 잇기 어려웠으나 노력해 공직사회로 들어갔고 이후 승승장구했다. 남들은 한 번 당선되기도 어려운 선거에서 연이어 승리했다.

저서도 나란히···‘윤진식의 손길 발길’ ‘토박이 이시종의 충북생각’

윤진식 후보는 지난해 ‘윤진식의 손길 발길’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그리고 이시종 지사는 ‘토박이 이시종의 충북생각’이라는 책을 2010년 내놨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그렇듯이 가난한 어린시절을 겪었고 열심히 노력해 성공했다는 ‘자수성가형’ 책이다. 윤 후보는 ‘소리없는 조율 탁월한 윤진식’이라며 여러 언론에 소개된 글을 표지에 실었다. ‘탁월한 업무능력, 온유하고 소탈한 성품 가졌지만 한 번 맡은 일은 깔끔하게 끝장본다(매일경제)’ ‘야전침대 놓고 일에 악착, 과장 때부터 진돗개 별명(문화일보)’ 등이다.

이에 반해 이 지사는 ‘정치인이 본 이시종 의원’에 대해 실었다. 이 책을 낼 때는 국회의원이었다. “일 잘하는 사람을 국회에서 꼽으라면 이시종 의원이 먼저 떠오른다. 대학시절부터 40년 넘게 그를 봐왔지만 맡은 일은 언제나 확실하게 마무리 짓는다. 일에 대한 집념과 끈기가 대단하다(김형오 당시 국회의장)” 둘 다 과연 그럴까. 남은 선거운동 기간 동안 치밀하게 검증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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