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킬 개체만 50마리, 이동통로와 근본대책 확보시급

박완희
두꺼비친구들 사무처장

지난 3월 18일, 청원군 오송읍 연제리에서 두꺼비 집단 서식지가 발견되었다. 산란을 위해 산에서 내려오던 두꺼비가 콘크리트 농수로에 갇혀 죽어간다는 시민제보로 확인된 것이다. 통합청주시의 개구리 보호를 위해 3월 6일 발족한 2014 두꺼비순찰대 지킴이들이 현장에 출동하여 세 시간 동안 농수로에서 200여 마리의 두꺼비를 구해 주었다.

농수로에서 일주일 이상을 보낸 두꺼비 중에는 천적에게 공격을 당하거나 마른 농수로에서 말라 죽어가고 있었다. 운 좋게 농수로에 빠지지 않은 두꺼비들은 산란지로 가지 못하고 도로로 나와 차에 깔려 죽어갔다. 당일 현장에서 확인된 로드킬 개체만 50마리 이상이 되었다.

마을 주민에 의하면 올해처럼 이렇게 많은 두꺼비들이 나온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청주, 청원지역 두꺼비 생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사)두꺼비친구들은 이번에 약 400개체 정도 발견된 오송은 원흥이방죽 이후 최대의 두꺼비 서식지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러나 오송의 두꺼비들은 안전하지 못하다. 두꺼비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서식지인 숲과 알을 낳을 수 있는 산란지, 그리고 이 두 곳을 연결해 주는 이동통로 확보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재의 오송 두꺼비들에게는 이 세 가지 모두가 위협적인 상황이다. 서식지인 숲의 북쪽 사면에 92,286㎡의 오송바이오전원마을이 들어설 예정이고 현재 산자락을 깎아내는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또한 숲의 남쪽 사면에도 12채의 민간 전원주택단지가 조성 중이다. 결국 서식지인 숲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산란지인 연제리 623번지는 오송생명과학단지의 산업폐기물매립시설이 들어설 예정지이다. 2008년 10월 준공된 이곳은 논이었던 곳에 둑을 쌓아 저수지 모양으로 만들었다. 마을 주민들에 의하면 자연스럽게 물이 고여 3년 전부터 두꺼비가 알을 낳는 산란지가 되었다고 한다.

▲ 농수로에 빠져 산란지를 찾지 못하고 있는 두꺼비 한 쌍.

또한 두꺼비 이동통로에는 460m 길이의 콘크리트 농수로가 만들어져 있다. 이 농수로 역시 폐기물매립예정지를 조성하면서 만들어졌다. 산란을 위해 내려올 때, 알을 낳고 산으로 돌아갈 때, 그리고 새끼두꺼비들이 산으로 올라갈 때 이 농수로는 심각한 장애물이 되고 있다.

이에 두꺼비순찰대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지난 30일, 긴급 양서류 전문가 초청 현장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이날 참여한 “김종범 박사(아태양서파충류연구소 소장)는 숲에 99,000㎡ 규모의 전원주택단지가 조성되면 두꺼비 서식지가 심각하게 줄어들게 되고 향후 두꺼비는 개체수가 급감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또 전남대학교 성하철 교수(생물학과)는 “정밀조사를 전제로 북쪽 사면부의 전원마을 개발로 두꺼비 산란이동 방향이 이번 농수로 쪽으로 집중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히면서 5월이면 새끼두꺼비들이 다시 서식지인 숲으로 이동하면 또 다시 콘크리트 농수로에 빠질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농수로에 대한 보완 대책이 시급히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강원대학교 박대식 교수(과학교육과)는 “두꺼비들의 세대의 문제를 정밀하게 모니터링해서 산란지, 서식지, 이동통로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국립생태원에서 참여한 최태영 박사는 “두꺼비들의 활동반경이 대략 2km라고 할 때 현재 서식지의 두꺼비들이 다른 산란지를 이용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은 두꺼비에 대한 정밀생태조사를 통한 근본대책 수립을 이야기하였다. 또한 원흥이 두꺼비로 전국적인 유명세를 탄 청주시가 이번 오송의 두꺼비 문제를 해결한다면 다시 한 번 전국적인 녹색도시로 거듭날 것이며 이것이 도시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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