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마다 돌아오는 지방선거는 지역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다. 광역·기초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은 우리들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들이 주민대표 역할을 잘했을 때는 우리지역이 발전하지만, 그렇지 못했을 때는 반대의 결과가 나온다. 올해 6·4 지방선거 본선게임에서 경기를 치를 후보들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시점이지만, 유권자들이 궁금해할 관전포인트 3가지를 생각해봤다.


올해 충북의 지방선거에 출마할 주요 후보들을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 행정관료 출신들이라는 점이다. 새누리당·새정치민주연합의 도지사, 통합청주시장 예비후보들은 묘하게도 전부 행정관료를 지낸 사람들이다. 현재 충북도내 광역·기초자치단체장 13명 중 공직자 출신이 아닌 사람은 딱 2명이다. 이필용 음성군수와 유영훈 진천군수만 공무원 출신이 아니다. 두 사람은 충북도의원을 지내고 출마해 당선됐다. 현 단체장들은 대부분 이번 선거에 출마한다. 이종배 충주시장과 김동성 단양군수를 제외하고는 모두 출마해 행정관료 출신 비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새로 도전하는 인물들마저 공직자 출신이 많다.

이 때문에 유권자들 사이에서 “충북은 왜 행정관료만 있냐”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충북지사 예비후보들은 중앙정부에서 ‘잘 나갔던’ 사람들이다. 서규용(66) 씨는 전 농촌진흥청장·농림수산식품부장관, 윤진식(68) 씨는 전 대통령실 정책실장 겸 경제수석과 산업자원부장관을 지냈다. 그리고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인 이시종(67) 지사는 강원도 영월군수와 국무총리 행정조정실 이사관·충주시장을 역임했다. 서규용 씨는 기술고시, 윤진식·이시종은 모두 행정고시를 합격했다.

양 당의 통합 청주시장 예비후보들도 모두 공직자 출신들이다. 새누리당 김동수(58) 씨는 정보통신부 차관, 남상우(69) 씨는 충북도 정무부지사·청주시장, 이승훈(59) 씨는 대통령비서실 산업정책비서관·충북도 정무부지사를 역임했다. 그리고 한대수(70) 씨는 내무부 재난관리국장·청주시장을 지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윤(63) 예비후보는 충북도 바이오사업과장·청원부군수를 역임하고 현재는 청원군수이나 시장 출마로 직무가 정지된 상태. 같은 당인 한범덕(62) 청주시장은 충북도 정무부지사·행안부 차관을 지냈다.

이 중 김동수·이승훈·한대수·한범덕은 행정고시 출신들이다. 청주시장 예비후보들도 도지사 후보 못지않게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그래서 행정관료에 고시출신 정도는 돼야 도지사·청주시장 후보 명함을 내밀 수 있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다. 양 당 5명의 예비후보와 한범덕 시장까지 합쳐 총 6명 중 전·현직 시장이 3명이나 된다는 것도 재미있는 얘깃거리다. 고령사회가 되다보니 전직 단체장이 다시 출마하는 시대가 된 것.

고령사회 진입하자 후보 대부분 60대 후반
도내 군지역 중 관료출신들이 많은 곳은 단양군과 괴산군이다. 단양군수 새누리당 후보인 류한우(64)씨는 충북도 복지여성국장, 새정치민주연합의 김동진(62) 씨는 단양군 기획감사실장, 무소속인 조남성(70) 씨는 충북도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이어 괴산군수 새누리당 예비후보 송인헌(58) 씨는 음성 부군수, 신동본(61) 씨는 괴산 부군수, 새정치민주연합의 노광열(64) 씨는 문광면장, 무소속인 김춘묵(54) 씨는 서울시 공무원을 지냈다. 그러나 현역 자치단체장들이 아직 예비후보 등록을 하지 않아 본격 비교 검토는 되지 않는다.

충북도내에서 가장 핫이슈가 되는 도지사·청주시장 선거를 볼 때 현재 거론되는 후보들은 대부분 관료들인데다 고령이다. 50대는 새누리당 청주시장 예비후보인 김동수 전 정통부 차관과 이승훈 전 충북도 정무부지사 밖에 없다. 이는 우리사회가 고령사회로 이미 진입했음을 시사하는 동시에 충북의 지역성을 설명해주기도 한다.

이재은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런 현상에 대해 “다른지역과 비교해 볼 때 충북은 관료들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 행정관료들이 지자체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공무원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그러나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무사안일하며 변화를 싫어하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4년 후에는 달라질 것이다. 충북은 보수적이라 시민운동가들이 출마하면 변절한 것처럼 보는데 거버넌스체제가 구축돼 시민운동가들도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론은 시민사회 역량을 키우는데 소홀했고, 지역사회는 인재 발굴 및 양성에 무관심했다. 이젠 두 가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헌석 서원대 법경찰학과 교수는 “충북은 인구가 적다보니 인물이 적다. 거기에 행정을 잘 알아야 자치단체장을 할 수 있다는 생각들이 있다. 그러나 단체장은 판단을 내리는 거지 직접 행정을 하는 게 아니다. 행정은 공무원들이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행정관료 출신 단체장은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 무리수를 두지 않는 장점이 있다. 반면 혁신적이고 도전적이고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정책개발을 하지 않는다. 공무원 사고의 가장 큰 특징은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아울러 문제가 있을 때는 근본적인 해법을 찾지 않고 때우기식 처방을 내린다는 게 아쉽다”고 분석했다.

충북은 행정관료들의 출마를 당연시하는 데 반해 다른 분야 사람들이 출마하는 건 생소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관존민비 사고도 강하다. 공직자로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면 도지사·청주시장 후보로 무수한 하마평이 쏟아지고, 군지역 부군수나 과장으로 퇴직하면 군수 후보로 거론되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정정순 충북도 행정부지사나 박경국 안전행정부 제1차관은 벌써부터 청주시장 후보로 거론돼 왔다. 퇴직전까지는 아직 공직생활 기간이 남아있는 관계로 4년 후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중앙부처에서 활동한 관료인데다 4년 후에는 퇴직하는 시점이기 때문에 자연스레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런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나 유권자들이 점점 변화와 혁신을 원해 4년 후에는 좀 더 다양한 인물들이 나올 수도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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