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은 <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

이재은
충북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한국정책포럼 회장

스티브 잡스였던가. “소크라테스와 점심을 함께 할 수 있다면, 애플이 가진 모든 기술을 그것과 바꾸겠다”고 말했던 사람이. 이제 그의 진심이 십분 이해된다. 세상이 혼탁해 보이고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보이지 않을 때, 내가 습관처럼 늘 입에 되뇌이는 구절이 있다.

“침잠하라, 침잠하라, 또 침잠하라.” 내면의 깊은 심연에 빠져 들어가 나만의 시간을 갖고, 외부의 번잡함과 혼란스러움으로부터 벗어나곤 하는 나만의 주문이었다. 다행히도 한참을 그러고 나면 마음이 한결 안정되고 정신이 맑아지곤 한다.

여전히 세상은 빠르게 돌아가고 있고, 무엇이 진정으로 지켜나가야 할 원칙인지 분간하기 어렵고, 어떻게 사는 것이 진정으로 잘 사는 것인지 고민스러운 시대이다. 비단 이 시대만 그럴까. 아니다. 인류의 위대한 스승이자 인류사회의 영원한 등불인 소크라테스가 태어난 것이 기원전 469년이고 보면, 지금부터 약 2400여 년 전에도 인류사회는 여전히 같은 질문과 고민을 안고 살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쩌면 훨씬 그 이전부터 그러했으리라.

시대의 고민과 모순을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교양(liberal arts) 학문을 쌓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교양이란 무엇인가? 혹시라도 오페라를 관람할 때 큰 소리로 떠들어서는 안 된다거나 식사를 할 때 옆 사람에게 기침을 해서는 안 되는 에티켓 정도를 교양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혹은 우리가 상식이라고 일컫는 세상을 살아가는 데 이해하고 있어야 편리한 것 정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닌지. 분명히 그건 아니다.

▲ 제목: 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 지은이: 플라톤 옮긴이: 황문수 출판사: 문예출판사
세상 사람들 모두가 옳다고 인정하는 이론, 사상, 이념에 대해 과감하게 비판할 수 있는 지적 능력을 교양이라고 보자. 이러한 비판과 자유로운 사상, 이념, 철학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것은 인간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철학이 세워졌을 때 가능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의 주장에 대해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무너져 내릴 것이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의 벗이여, 우리는 많은 사람들이 우리들에 대해 무슨 말을 하든 괘념하지 말아야 하네. 오직 정의와 부정을 분별할 줄 아는 한 사람, 그 사람이 말하는 것, 그리고 진리를 존중해야 하네. 그러므로 자네가 우리는 정의와 부정, 선과 악, 명예와 불명예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충고할 때, 자네는 처음부터 잘못을 범하고 있네.” 가장 훌륭한 삶이란 무엇인가. 분명히 훌륭한 삶은 올바르고 명예로운 삶이다. 그렇기에 인간은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일을 해야만 한다는 점을 우리는 알고 있어야 한다.

우리가 올바르고 명예롭게 살기위해서 탐구해야 할 또 하나의 주제는 ‘죽음’이다. 죽음이 영혼과 육체의 분리라고 본다면, 죽는다는 것은 영혼이 독립해 있어서 육체로부터 해방되고 육체가 영혼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육체의 기관을 통해서 아름다움, 선함, 만물의 본질, 참된 본성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적 통찰력으로 그리고 명석한 정신의 빛으로, 그리고 육체적 감각이나 욕망을 갖지 않는 순수한 영혼이야말로 사물의 본질을 가장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그러므로 육체의 어리석음으로부터 풀려나서 명부에 가면 거기서 지상에서 사랑하던 사람들이나 아내나 자식을 만나고 그들과 이야기할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게 되는 것이야 말로 참된 철학자의 소망이 아니겠는가. 따라서 죽음이 다가오는 것을 슬퍼하고 주저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지혜를 사랑하는 자가 아니라 육체를 사랑하는 자이며, 동시에 돈이나 권력 또는 두 가지를 다 사랑하는 자일지도 모르는 것이다.

이제 우리가 끝없이 고민하고 혼란스러워 하며, 남아 있는 생에서 무엇을 해야할까 하는 남모르는 고민을 하는 이가 있다면, 그나마도 힘들어하는 육체를 더 힘들게 만드는 술을 마시는 대신에 가까운 서점으로 달려가 소크라테스의 변명, 크리톤, 파이돈, 향연을 읽어보기 바란다. 이 책을 제대로 읽은 사람이라면 다시 또 서점으로 달려가 플라톤의 국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을 찾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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