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경 작가의 심리여행 에세이 <사람풍경>

유현주
청주시립도서관 사서담당

우리는 살아가면서 ‘그때, 그 사람은 내게 왜 그랬던 걸까?’ 라는 의문을 종종 갖게 된다. 그러면서 평소 내가 잘 알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던 사람이 어느 날 문득 낯설게 느껴지며 ‘얼굴 뒤의 얼굴’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의 당황스러움을 경험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사람에 대한 낯설음은 비단 타인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고 내 자신에게서도 어느 날 문득 낯선 향기를 느끼고 ‘아! 나는 뭐지...’하는 혼란스러움을 느끼기도 하니, 열길 물 속보다 한 길 사람 속을 알기 어렵다는 옛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다.

그래서 늘, 사람들의 속이 궁금했던 나는 김형경 작가의 ‘사람풍경’을 읽었을 때 사람의 마음으로 가는 길이 ‘잘 그려진 지도’를 만난 기분이었다. 그 동안에는 정신분석이론, 분석심리이론 등 사람이 느끼는 섬세한 감정들을 너무 학문적으로 딱딱하게 풀어낸 개론서로만 접해 보아서 사람 심리라 함은 무거운 학문의 일종으로나 여긴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김형경 작가의 <사람풍경>은 소소한 개인의 일상 속 다양한 경험과 사람 심리를 자연스레 연결 지어 설명해 주는 것이 특히 신선하고 매력적이다.

정신 분석가들은 인간 정신이 생후 3년에 이르기까지 60%, 여섯 살까지 95% 형성된다고 한다. 즉, 세살까지 형성된 인성을 중심으로, 여섯 살까지 배운 관계 맺기 방식을 토대로 하여 살아간다는 얘기다. 우리 삶의 중요한 부분은 이미 아기 때 모두 형성된다는 뜻이니,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우리 속담이 얼마나 정확한가.

▲ 제 목 : 사람풍경 지은이 : 김형경 출판사 : 사람풍경
작가는 ‘한 개인의 내면에는 이질적이고 독립된 세계가 존재하며 그것이 우리 생의 비밀을 더 많이 쥐고 있으며, 아주 힘이 세다고 한다. 그것이 바로 심리학에서 중요한 무의식이다. 무의식은 곧 우리 생의 은밀한 비밀 창고이자 보물 창고’라고 설명한다.

사람들이 속내를 꽁꽁 싸매도 그 사람의 무의식에 축적되어 있던 각자 개인 삶의 비밀이 살아가면서 불쑥불쑥 드러나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상대방을 이해할 때 그 사람이 우리에게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에만 의지하지 말고 그 사람이 무의식중에 자꾸 들키는 사실들에 집중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그 사람의 꾸밈없는 민낯이니까···

콤플렉스를 사랑하자

또한 작가는 우리가 타인에게 느끼는 특별한 감정은 대체로 투사일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타인의 이기적인 면을 유독 싫어하는 사람은 대체로 이타적인 사람이겠지만 그 사람의 내면에도 억압당한 이기심이 들어 있게 마련이다.

타인의 성적 방종에 대해 유독 분노하는 사람은 성적으로 도덕적인 사람이겠지만 그의 내면에도 바람둥이가 되고 싶은 욕망이 있다는 것이다. 수다스럽고 경솔한 사람을 경멸하는 과묵하고 진중한 사람도, 거짓말하는 사람을 경원시하는 정직한 사람도, 저마다의 내면에는 바로 그들이 인정하지 못한 채 타인에게 전가하는 바로 그 부정적인 측면이 억압되어 있다. 그리하여 우리가 누군가를 혐오하거나 비난할 때 그 행위는 곧 자신에 대한 비난이 되는 셈이다.

‘모든 타인은 나를 비추는 거울이다.’라고 한 게슈탈트의 말은 투사이론의 핵심을 가장 알기 쉽게 함축해 준 것 같아 머리에 쏙 들어온다. 그렇다면 본인이 원하는 삶의 방향으로 온전히 살아가기 힘든 이 시대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끼는 콤플렉스는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작가는 콤플렉스를 처리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콤플렉스를 숨기고 대신 다른 능력을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한다. ‘작은 고추가 맵다.’라는 속담처럼 작다는 결함을 맵다는 기능으로 보완하는 것이다. 전문 용어로는 ‘보상’이라고 한다.

그러나 보상보다 더 근본적이고 바람직한 방법은 콤플렉스를 사랑하는 것이며, 사랑하지 못하겠으면 최소한 있는 그대로 인정하라는 것이다. 수치스러웠던 콤플렉스를 의식 속으로 끌어안는 순간 더욱 다양하고 풍부한 인격이 나온단다. 또한 스스로 가치 있는 존재라는 확신이 생기면서 자기 존중감도 강해진다니, 앞으로는 우리도 의식적으로라도 콤플렉스를 내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노력을 부단히 해보자!

이처럼 작가는 인간행동에 영향을 끼치는 갖가지 심리 기제들에 대한 알기 쉬운 설명과 함께 고비 고비 맞닥뜨리게 되는 삶의 문제 앞에서 가슴 가득 슬픔이 차고 홀로 쓸쓸하면서 힘에 겨운 느낌이 들 때 우리가 어떻게 감당하고 이겨내야 하는지를, 그래서 우리가 얼마나 괜찮은 인간으로 거듭 성장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이야기 해주고 있다.

혹자는 “사람을 읽으려면 한비자를, 사람을 이기려면 손자병법을, 사람을 다스리려면 논어를 읽어야 한다.’ 라고 하던데, 난 감히 자신의 마음이든, 타인의 마음이든 오롯이 그 마음에 가 닿고 싶다면 <사람풍경>을 읽어 보라고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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