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지역 자치단체장들 대부분 60대, 올 출마예상자중엔 칠십줄도 있어
정당, 인물발굴 안하고 선거되면 인물난···모임·포럼·아카데미 활성화해야

“충북에서 40~50대는 어린 사람으로 취급 받는다.” “60대 정도 돼야 기관·단체장을 할 수 있는 곳이 충북이다.” “사회는 급속도로 변하는데 충북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은 여전히 구시대 인물이다.” 충북도민들은 이런 불만들을 심심찮게 털어놓는다. ‘올드보이(Old Boy)’들이 지배하는 곳이 충북이라는 얘기다. 실제 여성단체들을 제외하고 나면 여성 기관·단체장들은 별로 없고, 젊은층이 드물다보니 올드보이의 천국이 충북이라는 말도 틀리지는 않는다. 올드보이들이 집권하고 있는 실태와 이유를 생각해보고 40대 지방의원·시민운동가·기업인의 얘기를 들어본다.

충북도내 기관단체장들을 망라한 대표적인 모임이 무심회이다. 공공기관·학계·언론계·군부대·금융기관·공공단체·종교계·사회단체·국회의원 등이 포함된 이 모임에는 충북을 이끌어가는 인사 156명이 속해 있다. 이들의 면면을 보면 60대 이상이 많다. 그 중 도민들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자치단체장과 사회단체장들을 살펴보면 충북은 젊은층 보다는 60대 이상 비율이 높다. 이런 점에서 충북은 ‘올드’하다고 볼 수 있다.

▲ 충북지역 자치단체장 평균 나이는 62.3세다. 다른지역에는 40~50대 젊은 단체장들이 나와 곧잘 당선된다. 충북도 인물발굴과 육성에 힘을 쏟아야지 그렇지 않으면 보수적인 성향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사진은 기관·단체장들의 2014 신년인사회.

경기도 단체장들 50대 많아
염태영(54) 수원시장, 이재명(50) 성남시장, 최성(51) 고양시장, 김만수(50) 부천시장. 이들은 전국 자치단체장 중 대체로 개혁적이고 혁신적인 행정을 하는 사람들로 분류된다. 이들은 모두 50대로 젊은 자치단체장에 속한다. 민선5기가 시작되던 지난 2010년에는 40대였거나 막 50대에 접어든 나이였다. 때문에 이들의 개혁성은 우선 젊은데서 찾아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안희정(49) 충남지사는 현재 40대로 전국 광역지자체장 중 가장 젊다. 안 지사 역시 젊은 사고로 충남을 이끌어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충북은 50대 단체장이 전체 13명 중 4명이다. 60대는 8명, 70대는 1명으로 60대가 가장 많다. 이종배(57) 충주시장, 정구복(57) 영동군수, 이필용(53) 음성군수, 유영훈(59) 진천군수가 비교적 젊은 50대에 속한다. 이시종(67) 도지사, 한범덕(62) 청주시장, 최명현(63) 제천시장, 이종윤(63) 청원군수, 김동성(66) 단양군수, 김영만(63) 옥천군수, 임각수(67) 괴산군수, 홍성열(60) 증평군수는 60대. 그리고 정상혁(73) 보은군수가 70대이다. 13명 단체장들의 평균 나이를 따져보니 62.3세. 서울을 제외한 지역은 자치단체 영향력이 크고 자치단체장들이 각 지역을 대표한다. 이렇게 볼 때 충북은 60대가 지배하는 지역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가하면 올해 치러질 지방선거 출마 예상자들의 연령도 높은 편이다. 새누리당 도지사 출마 예상자들인 김기문(59) 중소기업중앙회장, 서규용(66) 전 농림부장관, 이기용(69) 교육감, 한 대수(70) 전 청주시장을 보더라도 상당히 많다. 이시종 지사는 67세. 김 회장을 뺀 나머지 후보들은 4년간 도지사를 하면 70대에 접어들거나 훌쩍 넘게 된다. 이 교육감은 내년이면 70대에 들어서고, 한 전 시장은 70 고개를 넘었다. 통합청주시장 출마 희망자들은 새누리당 남상우(69) 전 청주시장, 이승훈(59) 새누리당청원당협위원장, 이종윤(63) 청원군수, 한범덕(62) 청주시장 등으로 이 위원장만 빼고는 60대이다. 이 중 남상우 전 시장은 70대가 코 앞이라 4년간 시장을 수행하면 70대를 훌쩍 넘는다.

나이는 숫자이지만 생각도 규정

물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나이가 많아도 혁신적인 사고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급변하는 시대에서 나이의 한계는 있다는 게 중론이다. 한 정치인은 “안희정 충남지사는 박정현 민주당 부여청양지역위원장을 정무부지사로 임명했다. 만 49세인 안 지사는 만 50세인 박 부지사를 임명해 충남이 훨씬 젊어졌다. 만일 충북지역에서 안희정 지사처럼 40대 후보가 나왔다면 당선됐을까? 너무 젊어 불안하다고 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인물을 발굴하고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에서는 인물난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정당지지도가 높으나 당선 가능성있는 인물이 없어 걱정이다. 지지도를 보고 너도 나도 달려들지만 ‘풍요속의 빈곤’을 겪고 있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도지사 후보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새누리당 공천을 원하는 후보들은 4명이나 되지만, 중앙당이나 도당에서 볼 때는 모두 불안하다. 예비후보 기간에 경쟁력있는 인물이 나올 것인가 목하 궁금해하고 있으나 이제까지 거론되지 않았다면 경쟁력있는 인물이 나오기 어렵다는 게 정치권의 얘기들이다. 반면 민주당은 지지도가 낮아 들어오려는 후보들이 없어 걱정이다. 현재 도내 시·군중 민주당 기초단체장 후보가 없는 곳도 있다. 또 당선가능성있는 여성 지방의원 후보도 많지 않다.

이런 문제점은 평소 인물을 발굴하거나 육성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비판에 직면한다. 정치인 모 씨는 “정당의 평소 역할이 인물발굴과 육성이다. 각종 모임과 포럼 등을 활성화해서 사람을 길러야 한다. 정치아카데미 같은 것도 선거 때만 할 게 아니라 1년 내내 열어라. 안그래도 충북은 면적과 인구가 적어 인물도 많지 않은데 이런 노력마저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겠는가. 정당들이 선거 때만 되면 후보가 없어 야단이다. 평소에 인물을 키우자”고 강조했다.

송재봉 충북NGO센터장은 “자치단체장=퇴직관료 틀을 깨야 한다. 도내 대부분의 단체장들이 관료출신이다보니 사고방식이 유연하지 않다. 관선시대와 민선시대의 차이도 잘 모르겠다. 퇴직관료 단체장들은 지역 명망가 혹은 퇴직관료들을 기관·단체장으로 보낸다. 그러다보니 신진세력들이 들어갈 자리가 없다. 시대가 급변하는 만큼 새로운 물이 들어가야 하는데 퇴직자들이 여전히 주요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 충북은 이런 관행들이 계속해서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이 바뀌어야 사회가 바뀐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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