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공약 파기 노골화, 지방선거 이해득실에 매몰돼

지방선거가 6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광역단체장부터 교육감, 시군의원까지 한번에 7명을 뽑는 최대 규모의 선거다. 전국의 수많은 선량들이 6월 등용문을 통과하기 위해 워밍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준비해야 할 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결전을 코앞에 두고 있지만 게임의 룰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초선거 정당공천 여부와 교육감 선거제도 개선 여부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정치권 합의를 위해 여야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했지만 헛바퀴만 돌리고 있다.

지방선거 제도개혁의 화두는 13개월전 대통령 선거에 비롯됐다. 예측불허의 치열한 접전상황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집권당이 정당공천을 폐지를 들고 나온 것은 예상을 뛰어넘는(?) 기득권 포기 선언이었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쪽에서는 허를 찔린 상황이었고 할 수없이(?) 정당공천 폐지를 약속했다.

많은 국민들이 정당공천 배제를 환영하다보니 안철수 후보까지도 자신의 공약으로 내세웠다. 정당공천 폐지는 분명 여당이 선수를 치고 나갔고 야당이 후수를 두는 판국이었다. 선거판세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지 가늠하긴 어렵지만 아무튼 박 후보는 상대보다 3.6% 앞선 득표로 대권을 차지했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이후 양상은 뒤바뀌기 시작했다. 선수를 쳤던 새누리당은 미적미적 당론 결정을 미뤘다. 대선 당시 후보공약 때는 별말이 없다가 집권이후 신중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이 정당공천 배제 방침을 재차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은 화답하지 않았다.

청와대 ‘해바라기’로 비판받던 당지도부도 정당공천 폐지 만큼은 엇박자를 놓은 셈이다. 그만큼 소속 의원들의 압력이 거셌다고 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역구 단체장, 기초의원 공천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국회의원은 세속적인 권력의 힘이 뚝 떨어지게 될 것이다.

이에반해 민주당은 정당공천 폐지에 대해 예상과 달리(?) 발빠르게 대처했다. 지난해 8월 전 당원투표를 통해 정당공천 폐지를 당론으로 확정했다. 당내 찬반논의가 뜨거웠지만 아예 당원투표라는 총의를 거쳐 쐐기를 박은 것이다. 지방선거를 통해 신당의 위상을 확보하려는 안철수 신당측도 폐지를 찬성하고 나섰다.

안철수 신당창당 준비위원회인 새정치추진위원회는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는 국민의 명령’이라고 못박았다. 여당 대선 후보가 선거공약으로 불씨를 댕긴 화두가 야당의 호응에 힘입어 맹렬한 불길로 확산된 셈이다. 수만명의 출마예상자들은 새누리당과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지난 6일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은 정당공천 폐지여부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중차대한 정치 현안 문제를 일부러 비켜갔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결국 야당측은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정당공천을 유지하기로 담합한 것은 아닌지 답변해 주시기 바란다”고 추궁했다.

실제로 기자회견 이후 정치개혁특위 새누리당 간사인 김학용 의원은 “기초 정당공천 폐지는 전문가들이 모두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고 하는데다, 실제 공천제를 폐지하더라도 득(得)은 하나도 없고 실(失)만 많다”며 반대의견을 분명히 했다. 김 의원은 한술 더 떠 “부작용이 뻔한데도 포퓰리즘적으로 밀어붙여 고치려는 것은 위선적인 개악”이라고까지 했다.

그렇다면 13개월전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공약은 ‘위헌 소지가 있고 포퓰리즘적인 실(失)이 많은 위선적인 공약’이었단 말인가. 그런 공약을 믿고 표를 찍어준 유권자들은 어쩌란 말인가.

차라리, 당시 대통령선거를 위한 ‘위선적인 공약’이었다고 대국민 사과부터 한뒤 정치개혁특위에 임하는 것이 도리 아닌가. 여야 모두 6·4지방선거 구도를 유리하게 이끌려는 정략적 계산이 숨어 있을 것이다. 특히 염두에 두는 것은 텃밭인 영남과 호남보다는 서울의 판세일 것이다. 정당공천제 유지 또는 폐지가 이곳 승패를 가르는 최대 변수로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당장 정개특위 활동시한은 오는 31일로 끝나고 2월 초부터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된다. 선거지형의 유불리만 따져 대치하면 공천제 폐지는 물 건너 갈 공산이 크다. 공천제 폐지로 지방을 중앙 예속에서 벗어나게 하고 국회의원의 특권을 없애자는 국민의 뜻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어차피 처음부터 완벽한 제도는 없다. 문제점이 드러나면 수정 보완하고 바꿔온 것이 인류의 역사다.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대선 유력후보 3명이 동시에 공약한 정치사안이 물거품이 되는 어쩌구니 없는 상황을 외면해선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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