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지상주의의 맹점에 대해 경고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김영호 前 청주의료원장

IMF 이후 민영화와 세계화의 홍역을 한 차례 치루고, 한국경제가 안정이 되는 듯하더니 2008년 세계적 금융위기 이후 다시 경기가 위축되고 양극화가 심해져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장이 개방되고 외국자본이 들어와 각종 국내 경제수치가 상승되고 국민소득이 3만불에 육박해도 국민들은 더 어려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 역시 더 어려운 나라살림을 꾸려가고 있다. 좋아진다는 각종 경제지표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아직 세계최고의 자살률을 보이고 있다. 자유시장경제 체제에서 세계시장을 향한 효율성의 극대화를 앞세운 ‘시장지상주의'가 이 시대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지상 과제가 되고 있다.

그런데 <시장은 항상 좋은 것이고 올바른 것일까> 2010년 <정의란 무엇인가>로 전 세계의 주목을 끌은 마이클 샌델교수가 이번에는 <돈으로 살수 없는 것들>이란 새 책을 선 보였다. 이 책에서 샌델교수는 지나친 시장지향의 자유방임 자본주의 모순을 비판하고 시장의 효율성에 묻혀가는 인간의 존엄성과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들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무엇이든지 사고 팔고, 인도 여성의 대리모 서비스가 6000달러에 거래되고, 아프가니스탄 전투에 목숨 걸고 용병으로 참가하면 매일 1000달러를 받는다고 한다. 인간의 사랑과 심지어 생명조차 돈으로 거래되고 있다.

모든 것을 시장에서 교환 가능한 것으로 만들면 우리사회의 도덕적 가치와 인간의 존엄성이 사라지게 된다는 것을 저자는 경고하고 있다. 시장이 도덕성을 갖추고 일정한 기준에 의해 조정되어야 한다는 샌델의 제안은 한계에 이른 자유방임식 자본주의의 ‘시장지상주의 경제'에 새로운 방향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 제목: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지은이: 마이클 샌델옮긴이: 안기순 출판사: 와이즈베리
책은 5부로 구성되어 1부 ‘새치기'편에서는 대리 줄서기로 우선권을 사고 팔면서 시장이 점점 불평등해지고 부패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2부 ‘인센티브'편에서는 인센티브가 시장의 효율성을 높이지만, 사람들이 의사결정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보다는 점차 효율성과 경제적 가치만을 생각하게 되는 모순을 지적한다.

스스로 깨닫게 하는 특유의 질문법

그리고 3부 ‘시장은 어떻게 도덕을 밀어 내는가'편에서는 시장에서의 경제적 가치가 본래의 도덕적 가치를 밀어내고 대체한다고 지적한다. 혈액은행에서 피를 사고 팔면서 혈액을 존엄성이 없는 상품으로 만들어 간다는 것이다.

또 4부 ‘삶과 죽음의 시장'편에서는 삶과 죽음을 다루는 생명보험조차 선물시장에서 거래되고, 보험금을 타기위해 타인의 죽음을 기다리게하는 시장의 비도덕성을 지적한다. 사망자의 유가족에게 사후의 재정적 안정 보장이라는 도덕적 가치는 사라지고 생명보험은 대기업들이 선물시장에서 생명을 사고파는 치열한 상품으로 등장하고 있다고 한다.

마지막 5부 ‘명명권'편에서는 미국 프로 야구와 관련된 각종 명명권(이름)이 시장에서 거래되고, 선수의 싸인이나 야구볼, 일등석인 스카이박스까지 상품화되어 스포츠인 야구조차 지나치게 상업화 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무엇이든지 사고 파는 시장을 통해 과연 우리는 행복을 얻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샌델은 던진다.

샌델은 인간의 행복은 내적인 욕구와 공동체의 가치관의 충족에 의해서 정해지는 것으로 외적인 물질의 축적이나 획득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정의란 무엇인가?'에서처럼 저자는 직접 답을 말하지는 않았다. 질문들을 통해 독자 스스로 깨달아가게 하는 특유의 질문식 전개로 이 책 역시 전개되었다.

지금 대한민국은 위기에 빠져있다. 경제에 인간의 존엄성과 도덕적 가치를 부여하는 의미를 망각한 채 국가의 부를 늘리면 국민이 행복해 질 것이라는 논리에 빠져 있다. ‘자유방임 자본주의의 시장지상주의'라는 괴물에게 국민이나 국가나 모두 희생되고 있다. 기득권자들의 불공정이 당연시 되고. 공동체의 가치를 경제적 가치로 대체하는 부패가 만연한 우리나라 시장경제개혁에 이 책은 도움이 될 것이다.

저자는 시장이 지향해야 할 인간의 존엄성과 공동체의 가치회복을 위한 시장개혁의 방향성을 제시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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