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신문에 연재됐던 사설에 살을 붙인 <희망사회를 위한 제언>

▲ 송재봉 충북NGO센터장
요즘 같은 시대에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이 사치인지도 모르겠다. 희망이란 무엇인가? 곧 실현될 미래에 대한 꿈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의 희망은 아직 멀리 있는 것 만 같다. 그런데 오늘 트위터에서 “희망이란 어려움을 삭제하는 것이며, 절망이란 어려움을 불가능으로 낙인찍는 것이다”라는 글을 보며 희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지금 우리사회는 미래보다는 과거와의 싸움에 모두들 힘겨워하고 있다. 민주주의가 위기라고 한다. 초여름에 시작한 거리의 촛불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 지방자치도 위기다. 그 출발은 권위주의적인 중앙정부에서 시작되었다.

지방정부의 생명줄인 예산을 틀어쥐고, 지역의 자립성을 약화시키는 수도권의 각종 개발관련 규제를 풀어주고, 지방자치 단체의 방만한 경영과 무능을 질타하고 있다.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자치의 위기론은 증폭되고 지역은 스스로 지역을 경영할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그러나 지방과 지방자치의 위기가 전적으로 외부적 요인에만 기인한다고 할 수는 없다. 지역민들이 지방정치와 지역사회 문제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지역 스스로 중심을 세워 지역의 자립적 발전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자문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내적 성찰을 하는데 있어 일본 아사히신문이 발행하고 박경수·후지포럼이 평역한 ‘희망사회를 위한 제언’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제목: 희망사회를 위한 제언 지은이: 아사히신문 옮긴이: 박경수, 후지포럼 출판사: 논형
<희망사회를 위한 제언>은 2007년 가을부터 6개월 동안 아사히신문에 연재되었던 사설들을 번역하고 해설과 참고자료를 덧붙여서 펴낸 책이다. 여기서 필자는 “정치가 미덥지 못하면 수리 스스로 희망사회를 위한 비전을 그려봐야 하지 않을까요?”라는 질문을 던진다.

희망이 없다고 말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절망적인 마음상태에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불씨를 심은 것이 중요하다. 책에서는 2005년 희망학 프로젝트를 시작한 도쿄대학 혼다 유지 교수의 주장을 싣고 있다.

 희망을 요즘 유행하는 개인의 심리적인 상태를 개선하는 힐링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사회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중시하면서 희망은 막연한 바람이 아닌 ‘장래에 대한 구체적인 전망’을 통해 생긴다는 것이다. 이제는 지역 스스로 지방정치와 자치를 발전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전망을 제시해야 지역민들이 희망을 가지고 사로 협력하고 연대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사회에 던지는 질문들

이 책은 단순히 일본 지방자치에 대한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많은 부분이 우리의 현실과 맞닿아 있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라는 문제 이외에도 지방분권, 성장과 분배, 비정규직과 청년실업, 연금, 단일민족 신화, 희망을 잃어가는 지역사회 등이 그러하다.

따라서 여기에서 제안하는 많은 정책들이 우리가 지금 고민해야할 과제들이다. 주민생활에 대한 결정권을 지역정부에 넘겨 연대형 지역연합국가로 가자,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보장되는 새로운 고용관계 구축, 복지의 유지와 확충을 위한 증세, 국가부채 증가 억제와 관리, 공적연금 일원화, 고령사회를 위한 의료·노인 요양제도, 아이 낳고 키우기 쉬운 사회, 사회적 연대를 위한 NPO와 시민의 역할 증대, 취업교육, 지식 기술의 융합과 첨단산업 육성 등은 2014년 지방선거의 핵심 의제로 제시될 과제들이다.

“사회를 굳건히 떠받쳐야 할 젊은이들이 자신의 생계조차 꾸리지 못한다. 이것이 우리가 꿈꾸던 사회였던가? 이대로 가면 빈부간 계층 분열이 심화되어 사회의 기반이 흔들릴지도 모른다”고 우려하면서, 대책으로 “첫째, 고용을 안정시키고 최저생활 수준을 끌어 올려야한다.

둘째, 빈곤층의 자립을 지원함과 동시에 자립도 촉진해야 한다. 셋째, 취업 전이든 후든 개인 능력을 높일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충실히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하는 빈곤층의 문제는 우리나 일본이나 비슷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정부와 기업이 적극 나서지 않으면 공동체 자체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음 경고하고 있다.

끝으로 한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은 외지인, 미친사람, 젊은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외지인은 폐쇄적일 수 있는 지역에 늘 새로운 시각으로 성찰 할 수 있는 눈과 같은 존재이며, 미친 사람은 아무리 어려운 문제라도 지역의 필요가 있다면 끝까지 파고들어 성과를 만들어 내는 사람, 젊은 사람은 정체되어 있는 지역에 새로운 도전으로 활기를 불어 넣는 사람을 이야기 한다.

우리 지역사회에서도 <희망사회를 위한 제언>을 통해 개방성과 성찰적 자세, 집요함과 진취적인 정신으로 무장한 지역일꾼이 다양한 영역에서 배출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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