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울 때 꺼내 읽으면 좋은 책 <내 삶에 다가온 열 개의 성서 구절>

▲ 박종천
박종천
충북인재양성재단 사무국장

나는 전에 한양대 신문방송학과에 재직하셨던 이영희 교수를 좋아했다. 대학교에 들어가 읽은 그 분의 저서 <전환시대의 논리>는 유신체제 하에 초·중·고교를 다니고 또 다른 진실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을 까마득히 몰랐던 이 촌놈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 이후 읽은 <우상과 이성>, <8억인과의 대화>, <자유, 자유인>,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등은 이성과 정의, 지식인의 의무 등에 대한 고민을 안겨줬다. 그 분은 유신 독재에 항거하여 투옥과 석방, 복직과 해직을 여러 차례 되풀이하면서도 결코 자신의 양심을 저버리지 않았던 ‘행동하는 지성’의 표본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분을 대충 좋아한 것이 아니라 내 인생의 사표로 삼고 살아왔다. 그 분이 언론사 기자였기에 나도 기자가 되고 싶었고, 기자가 되었다.

그 분처럼 치열하게 사는 모습이 겹쳐지는 충북 출신의 한 남자가 있다. 바로 청주의 흥덕을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3선 국회의원을 하고 있는 노영민 의원이다. 노 의원은 청주고를 나와서 1970년대 후반 연세대 상대(경영학과)에 입학했다. 국가 경제가 외형적인 성장을 거듭하던 당시 그 정도 학벌과 경력이면 순탄하게 대기업이나 공직에 들어가 안락한 생활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런 안이한 삶을 버리고 민주주의를 향한 고난의 길을 스스로 택했다.

▲ 제목: 내 삶에 다가온 열 개의 성서 구절 지은이: 노영민 출판사: 도서출판 장백
왜 그랬을까? 그 무엇이 그 청년을 그토록 고민케 했을까? 그 답이 바로 그가 쓴 이 책 <내 삶에 다가온 열 개의 성서 구절>에 있다. 이 책은 그가 고교시절부터 투옥, 고문을 거쳐 국회의원이 되기까지 인생 고비고비 때 마다 어떤 성서의 구절이 그로 하여금 그런 결단과 행동을 하게 한 근거와 추동력이 되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고교시절 성서에서 로고스(logos, 말씀)에 관한 글을 읽고는 ‘말씀(logos)은 도대체 무엇일까?, 우주의 근원으로 선재(先在)했다는 그리스도를 표현한 것일까?, 세상과 인류를 비추어 주는 구원의 빛을 왜 하필 말씀으로 표현했을까?’ 등등으로 고민한 것은 향후 펼쳐질, 진리와 정의를 향한 그의 인생을 암시하고 있다.

인생의 자양분이 된 성서

그가 모든 집회와 정권 비판 활동이 꽁꽁 얼어붙었던 시절에 학교 대강당에서 구국선언서를 뿌리고 긴급조치 9호 위반 연세대 첫 구속자가 되게 한 것은 ‘사람은 행함으로 의롭게 되는 것이지, 믿음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누가 9:27)라는 구절을 행함이었다. “‘예’할 때에는 ‘예’라는 말만 하고, ‘아니오’할 때에는 ‘아니오’라는 말만 하여라”(마태 5:37)라는 구절은 그가 모진 고문과 재판 과정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당당히 외칠 수 있게 했다.

그는 2000년 16대 총선에 재야운동권의 요청으로 국회의원 선거에 나섰지만 실패한다. 그는 ‘선명한 가치를 내세우면 대중은 따라오게 마련이라는 오만한 생각 등등’을 반성하고, ‘모든 유권자는 허투루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는 법이 없다. 나는 그런 이들에게서 나의 비전과 노력으로 마음을 얻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랑 없이는 마음을 얻을 수 없다. 가식이 아닌 진정한 사랑만이 유권자로부터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깨닫는다. 이때 그는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사람은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이다”(마가 9:40)라는 구절을 깊이 되새겼다.

2008년 재선에 도전할 당시 그가 속한 정당의 인기는 바닥이었고, 그에게도 당을 옮기라는 회유와 협박이 들어왔다. 하지만 그는 ‘당선의 유불리만 따져 정치 성향이 전혀 다른 정당으로 옮겨가는 행위는 정치적 윤락이다. 그건 자신을 선택해 준 유권자들에 대한 배신이기도 하거니와, 그동안 살아온 자신의 삶의 궤적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정신적 타락’이라며 ‘죽으면 죽으리이다’(에스터 4:16)라는 구절을 바탕으로 결기를 세웠다.

시집 <바람 지나간 자리에 꽃이 핀다>를 펴낸 시인이기도 한 그는 다른 저서 <역사의 이정표가 된 40편의 연설-싯다르타에서 빌 게이츠까지>, <잊혀진 자를 위한 기록-현대사의 비극들>, <시대를 일깨운 편지들> 들에서 알 수 있듯이 역사와 민주주의 진보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고 고민하는 모습이 이 책에서도 여실히 보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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