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공동체의 힘>에서 쿠바의 녹색혁명 배우다

▲ 남소연 충북대 중어중문학과 재학
‘식량을 줄 수 없다. 대신 직접, 남아있는 땅이 있다면 식량작물을 재배해라, 땅이 없다면 화분에라도 심고, 옥상에라도 심고, 텃밭 모서리나 아이들 놀이터에라도 심으라. 정 안되면 정부차원에서 땅을 빌려주겠다.’

2006년에 개봉한 영화 <공동체의 힘 : 쿠바의 녹색혁명>에 나온 대사다. 상상하기에도 어려운 저 말은 실제 당시 쿠바의 모습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낸 한 줄의 표현이다. 1시간이 채 안되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이 영화는 1990년대 초반 소련붕괴 후의 쿠바의 위기와 극복을 나타내고 있다.

소련의 지원에만 의존해왔던 쿠바는 사회주의 국가들이 붕괴하기 시작하자 석유의 수입량과 곡물의 수입량의 대부분이 줄어든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무상으로 혹은 저렴하게 원조받던 먹거리와 석유가 끊기면서 닥친 위기에 쿠바는 도시농업이라는 자구책을 강구하게 된다. 죽음을 면하기 위한 방편으로 도시의 굳은 땅에 농작물의 싹을 틔운 것이다.

농촌은 물론이고 도시에서도 조그마한 터가 있으면 심지어 자동차 주차장에서도 콘크리트 위에다 흙을 놓고 곡물, 채소, 과일 따위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쿠바의 식량 자급률은 95%가 넘는 결과를 이룩했고, 먼 훗날 세계적인 식량난에 있어 가장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 역시 쿠바가 되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를 보면 공식적인 식량자급률은 25%라고 하지만 식량을 생산하는데 소비되는 많은 석유로 인해 실제 식량 자급률은 5%에 되지 않는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물론 최근 심각하게 다가오고 있는 환경오염에 대비한 도시 농업이 싹을 틔우고 있는 실정이긴 하지만 국가적 차원의 지원과 정책을 수행하고자 하는 노력은 턱없이 부족할 따름이다. 사회전반적인 인식 수준 역시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다소 황당해보일지 모르는 예견이지만 경제위기, 석유위기, 식량위기, 기후변화의 조짐들이 곳곳에서 최근 들어 더욱더 자주 엿보이는 상황에서 석유와 글로벌 시장에 의존하지 않고 자기 먹을거리를 생산하고 지역공동체를 되살리는 크고 작은 방안들을 구상하는 것은 지금 이 시기에 가장 필요한 일이다. 생활의 모든 것을 혼자서 해결한다는 뜻이 아니다. 가능한 자신의 먹을거리를 조금씩이라도 직접 생산하려고 노력하고, 자기가 먹을 것에 대해 책임을 지는 자세를 요구하는 것이다.

쿠바의 옛 속담에는 이런 것이 있다. ‘나쁜 것은 언제나 좋은 것을 가지고 온다.’ 쿠바는 20여 년 전의 식량교란을 통해 21세기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와 생태혁명을 꿈꾸는 하나의 모델로 자리 잡았다. 이제는 한국의 차례다. 우리는 쿠바에게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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