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학생이라면 하는 생각으로 수업하니 보람”

▲ 김혜리 충북대 국어교육과 재학
지난 10월 28일. 대학교가 아닌 중학교로 등교가 아닌 ‘출근’을 했다. 바로 2주간 진행되는 참관 실습 때문이다. ‘참관 실습’은 사범대학을 재학하거나 교직이수를 하는 대학교 3학년 학생들이 2주간 중·고등학교에서 참관을 하는 것을 말한다.

4학년 1학기 때 진행되는 교생 실습을 대비해 나오는 ‘예비 교생 실습’이라 할 수 있다. 교생 실습과 참관 실습의 차이는 수업 여부다. 4학년 때 하는 교생 실습은 수업을 하지만, 참관 실습을 말 그대로 수업을 하지 않고 참관만 하게 된다.

솔밭중학교로의 첫 출근. 다른 교육 실습생들은 잠을 설쳤다며 긴장된다고 했지만, 나는 그리 긴장이 되지 않았다. 사범대학을 다니고 있지만, 공교육에 대해 큰 기대가 없었기 때문이다. 교권은 이미 무너졌으며, 학생들은 통제의 범위에서 벗어났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참관 실습 첫 날, 담당 선생님과 인사를 하고 담임 반 아이들에게 인사를 했다. 교육 실습생들은 부푼 기대와 긴장감으로 첫 인사말도 생각해왔지만 나의 인사말은 간결했다. “국어과 교생 김혜리입니다.”

내가 맡은 담임 반은 1학년이었다. 갓 초등학생 티를 벗고 이제야 교복이 익숙해진 아이들이었다. 선생님의 수업을 뒤에 앉아 참관했다. 다들 집중력이 짧았으며, 자기 말을 하기 바빴다. 그래도 희망적은 모습을 봤다면, 우리 때와 달리 서슴없이 손을 들고 발표한다는 사실이었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 청소 시간에는 항상 담임 반을 찾아갔다. 아이들과 친해지고 싶었다. 팔씨름을 하느라 알이 베기기도 했고, 아이들과의 배드민턴에서 져 손목을 맞기도 했다.

참관 실습 3일차, 담당 선생님께서는 수업을 한 번 해보라고 권하셨다. 참관 실습에서는 수업을 하지 않는다고 으레 정해져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수업을 하기도 한다. 아이들의 뒤통수를 보고 가는 것보다 큰 공부가 될 거라는 생각에 그러겠다고 했다.


교직이나 수업에 큰 꿈이나 상상을 해 본적이 없어, 수업 준비는 막막했다. 수업 준비는 학생의 입장에서 시작했다. ‘내가 학생이라면 교생 선생님 수업에 무엇을 기대할까?’ 답은 하나였다. 바로 ‘재미’. 수업 시작 전에 동기부여를 위한 퀴즈를 준비하고, 매 시간 하나 이상의 영상도 준비했다. 수업 계획서와 학습지, PPT를 준비해, 나의 첫 수업이 시작됐다.

수업이라곤 한 명의 아이를 앉혀 놓고 했던 과외가 전부인 나에게는 큰 도전이었다. 45분이 어떻게 흘렀을지 모를 정도로 지나가버렸다. 한 번 수업을 진행하고 나니 욕심이 생겼다. 학습지를 수정하고, PPT자료를 보완했다. 그리고 다음 수업을 들어갔다. 점점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며 수업을 할 수 있었고, 시간도 정확하게 맞았다. 담당 선생님께서 나에게 ‘아이들이 그렇게 호응이 좋을지 몰랐다. 배웠다.’며 칭찬해주셨다.

비록 8시간의 수업이었지만, 내게는 가장 잠 못 이루며 준비한 2주의 시간이었다. 평소 대학교를 다니던 시간보다 2시간 이상 일찍 일어나야했고, 수업 준비로 매일 새벽녘에나 잠이 들었지만 힘들지 않았다. 아이들의 모습이 보고 싶어 조회 시간 전에 반을 찾아가기도 했다.

아이들과 헤어지면서 한 말 역시 한 마디였다. 첫 인사말은 할 말이 없어서 한 마디만 했다면, 마지막 말은 눈물이 날 것 같아 한 마디만 했다. “선생님 공부 열심히 해서 진짜 선생님 될게.” 사실 참관 실습 이전에는 선생님이란 직업이 나에게 직업적으로 만족감을 줄 거라는 확신이 없었다.

그러나 2주라는 꿈같은 시간 동안, 많은 생각이 들었다. 참관 실습이 끝난 지금, 2주간의 참관 실습은 잠깐의 꿈인 것 같다. 내 마음 속에 새로운 ‘꿈’이 생긴 것을 보면, 2주간의 참관 실습은 내게 큰 꿈을 준 잠깐의 꿈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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