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재표 · 글씨: 김재천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라는 말이 있다. ‘태산이 요동칠 정도로 울었는데 정작 나온 것은 쥐새끼 한 마리뿐’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권력형 비리, 이른바 게이트에 대한 대부분의 수사가 그렇다. 국민의 대대적인 관심 속에 시작되지만 심부름꾼 몇 명 정도가 쇠고랑을 차는 것으로 끝나기 일쑤다.

국정원이 지난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도 그 갈림길에 선 것 같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뜻밖에 ‘혼외자 논란’으로 물러나고 수사실무선에 있던 윤석열 여주지청장(팀장)을 업무에서 배제시켰다.

그러나 윤 지청장이 국정감사에서 여권과 검찰 수뇌부의 커넥션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 여당은 하극상이라고 발끈했고, 야당은 윤 지청장을 업무에 복귀시키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게이트에 대한 수사에 대한 또 다른 풍자로는 ‘몸통과 깃털’이 있다.

수사가 끝나면 몸통은 찾지 못하고 깃털만 남는다는 얘기다. 아마도 1997년 한보그룹 대출비리에 휘말린 당시 홍원길 청와대 총무수석이 “나는 바람이 불면 날아갈 깃털에 불과하다”고 말한 것이 그 기원일 것이다.

청주시 과장이 옛 연초제조창 건물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KT&G로부터 6억6020만원을 수령한 사건에 대해서도 ‘윗선이 있을 것이다’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10월18일 문제의 공무원에 대한 1심에서 징역 9년에 벌금 7억원을 선고하고, 6억6020만원을 추징토록 했다.

일각에서는 이로써 윗선 중에 하나인 한범덕 청주시장이 모든 의혹에서 자유로워졌다고 한다. 이와 달리 청주시민권익지킴이라는 단체는 “혈세를 낭비한 뇌물사건관련자를 색출하지 못한 청주시장은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태산을 요동치게 한 것이 과연 쥐새끼 한 마리뿐인지, 몸통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밝혀내는 것은 진실의 문제다. 반드시 밝혀야하고 영원한 비밀은 없다. 여기에 하나 더! 깃털이 많이 빠지면 새도 날 수 없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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