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남성화와 남성의 여성화 예측한 <유엔미래보고서>

김용국 충북도 공보관

사전적 의미의 현모양처는 ‘어진 어머니이면서 착한 아내’라고 한다. 또한 과거 가부장제하의 전통적 의미의 현모양처는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남성이 지정한 역할을 저항(?)하지 않고 잘 수행한 여성’이라고 정의하면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현진건의 단편 ‘빈처’에 나오는 그런 조신하고 고분 고분한 순종적인 아내! 이러한 현모양처의 상은 중장년층 남성들에게 있어 지고(至高)의 여성상이며 영원한 이상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통적 의미의 여성상은 매우 제한적이어서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아무리 많이 배웠어도 아무리 지혜와 능력이 특출해도 결혼이라는 굴레와 함께 단지 누구의 지어미이자 누구의 어머니로서의 그 역할은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으로 한정되며, 대부분의 여성에게 있어 자신이 가진 학식과 재능이 가정이라는 담장을 벗어나면 당시의 유교적 관습과 통념에 역행하는 반 사회적·시대적 저항으로 여겨져 질책과 비난으로 대상이 되곤 했다. 현모양처의 표상처럼 인식되어져온 신사임당의 삶이 그랬던 것처럼….

그러나 21세기를 사는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우선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을 배출하였으며 법조계, 전문 CEO 등 사회 각계각층에서 여성들의 진출과 두드러짐이 날로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며칠 전 초중고 교원 10명 중 7명은 여성으로 사상 최대치의 비율이라 보도가 있었다.

▲ 제목: 미리 가본 2018년 유엔미래보고서 지은이: 박영숙, 제롬 글렌, 테드 고든출판사: 교보문고
일반직 공무원 역시 마찬가지다. 시군보다 여성공무원 수가 훨씬 적다는 충북도청의 예를 보더라도 십년 전 여성공무원의 비율(소방직 미포함)이 17.5%에 불과했지만 금년 현재 25.9%를 차지하고 있어 10년간 8.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 비율은 지속적으로 상승 곡선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측된다.

특히 충북도청 여성공무원 4명이 국장급이상 고위직을 점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획, 자치, 인사, 경제, 농정분야를 총괄하는 주무관의 핵심보직도 여성공무원이 차지하고 있다.

남성의 Y염색체가 쪼그라들고 있다

<유엔미래보고서(박영숙 著)>에 의하면 다가오는 2018년 한국은 남성의 여성화와 함께 여성의 남성화도 빨리 진행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과학자들은 남성의 Y염색체가 실제로 쪼그라들고 있다고 한다. 남성과 여성의 일자리 구분이 없어지고, 남자가 하던 힘든 일을 여자가 하고, 여자가 하던 요리나 육아를 남자들이 즐겨 하게 된다고 한다.

현대를 사는 중장년 남성의 입장에선 불편한 진실이겠지만 이 쯤 되면 여성의 경쟁력이 곧바로 국가와 지역의 경쟁력과 연결되는 시대가 코앞에 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미래는 여성이 나라의 운명을 좌우한다고 하면 지나친 비유일까!

좀 엉뚱한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삼국지, 초한지, 사기 등 중국의 역사고전들은 고래로 담장안의 여인네와는 거리가 먼 남성의 전유물이었다. 그 내용들도 광활한 대륙을 배경으로 큰 뜻을 품기 위한 호연지기, 치열한 전장과 난세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 인간관계에 꼭 필요한 처세술, 조직을 이끌어 가는 리더십 등 거친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침서로써 황화문명에서 기원하여 오늘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을 이룬 중국의 저력을 이루는 하나의 줄기가 되어왔고 오늘날까지 자신을 수양하고 세상을 경영하기 위한 남성들의 필독서로 여겨져 왔다.

양성평등 시대를 맞아 새로운 관점과 시각으로 성인지 예산을 편성하며 각종 관련제도를 고치고 바로잡듯이 이러한 역사고전들이 이제 더 이상 남성만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미래사회의 주역이 될 우리 어린 여성들도 탐독하길 권하고 싶다. 여성이 중추적 역할을 하는 미래사회에서 이러한 고전이 갖는 호연지기, 처세, 리더십 등에 여성의 섬세함과 유연성을 더해진다면 큰 시너지 효과를 얻을 것 같다.

국가의 동량지재(棟梁之材)가 될 재목이라면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자신의 목표를 세우고 이를 이루어 가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고, 따라서 국가경쟁력 또한 크게 향상될 것이라는 게 필자의 믿음이자 기대이다. 미래의 현모양처는 담장안의, 화폐속의 신사임당이 아니라 날개를 활짝 펴고 세계 곳곳을 누비며 당당히 경쟁하는 여성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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