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보도 요구·유전자 검사 발언에 조선일보 10일자 무대응 관망

미디어오늘 기사전재/ 조선일보가 채동욱 검찰총장에게 ‘혼외아들’이 있다는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채동욱 총장은 “유전자 검사도 할 용의가 있다”며 정정보도를 청구하는 등 적극 대응에 나섰다. 이 사건이 언론중재위원회로 갈 경우 사실여부를 떠나 조선일보의 보도내용이 공중의 정당한 관심사인지 여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는 6일과 7일에 이어 9일 “채동욱 검찰총장이 혼외관계로 얻은 아들 채 모군(11)이 올해 7월 말까지 다닌 서울 시내 사립 초등학교 기록에는 채군의 아버지 이름이 채동욱으로 돼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채 군의 학교 친구들은 본지에 채 군이 ‘아빠가 검찰총장이 됐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증언했다”고 보도했다.

▲ 조선일보 9일자 10면 기사.

조선일보는 지난 6일 1면과 2면에 걸쳐 “채동욱 검찰총장이 10년 간 한 여성과 혼외 관계를 유지하면서 이 여성과의 사이에서 아들을 얻은 사실을 숨겨왔다”고 단독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채 총장은 대검찰청 마약과장으로 근무하던 2002년 7월 Y(54)씨와 사이에서 아들을 낳았다”고 보도하며 Y씨가 채 총장과 1999년 만났으며, 채 총장의 아들은 지난 8월 21일 미국 뉴욕행 비행기를 타고 출국했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는 9일 지면에서 해당 보도가 ‘검찰 조직 흔들기’라는 일련의 지적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조차 음모론은 엉뚱한 물타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총장의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이며 혼외 아들 존재가 팩트냐 아니냐의 문제다”라고 주장하듯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6일 보도에서 “채 총장은 검찰총장 후보자로서 치명적인 결격사유가 될 수 있는 ‘혼외 자녀’ 문제를 숨기고, 국민을 속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해당 보도내용이 사실일지라도 국가정보원의 대통령선거개입 수사 국면을 흔들려는 세력이 이번 보도에 개입했다는 사회적 의혹이 짙은 상황에서 조선일보의 기사가 기사요건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논란은 불가피하다. 물론 채동욱 검찰총장은 혼외아들 의혹에 대해 여전히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채동욱 총장은 9일 입장을 내고 “정정 보도를 청구할 예정이다. 빠른 시일 내에 유전자 검사도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총장은 1보가 나갔던 금요일(6일)부터 일관되게 사실무근을 강조하고 있다”며 “바로 법적 대응을 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참모의 조언을 듣고 있었으나 오늘 또 보도가 나면서 지금에 이르게 됐다”고 전했다.

즉 채 총장이 명예훼손 소송 등 법적 대응을 할 경우 검찰의 수장이 자신의 의혹 규명을 위해 조직을 이용한다는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이것이 검찰을 흔들려는 세력의 노림수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조선일보는 7일 “보도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민·형사 소송을 내거나 유전자 감식을 통해서라도 진실이 무엇인지 명확히 밝히면 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미디어오늘은 정정보도 청구에 대한 입장을 묻고자 조선일보 경영기획실에 문의했으나 입장을 들을 수 없었다. 정정 보도를 청구할 경우 해당 언론사는 3일 내에 수용여부에 대해 밝혀야 한다. 또한 조선일보의 정정보도 수용여부와 상관없이 언론중재위원회 조정 신청도 가능하다. 쟁점은 이번 보도가 공중의 정당한 관심사인지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제일 중요한 것은 사실여부다. 사실이 아니라면 말할 것도 없이 심각한 명예훼손이고 사생활 침해다“라고 지적한 뒤 “만약 명예훼손혐의로 갈 경우 언론사가 면책을 받기 위해 기사의 진실성을 입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이어 “혼외아들보도가 사실이라 해도 검찰총장 재임 시절에 불륜을 저지른 것도 아니어서 십년이 지난 일을 지금 보도하는 것이 공중의 정당한 관심사인지 따져봐야 할 것”이라 전했다.

이번 보도와 관련해 일부에서는 조선일보가 채 총장과 Y씨의 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사진 등 물증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도 떠돌고 있으나 확인은 어려운 상황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 같은 소문에 대해 “개의치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조선일보 기자는 “아직 공개하지 않은 증거가 많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검찰을 출입하는 한 기자는 “오늘자 보도가 맥시멈이라고 들었다. 대검 분위기는 여유만만”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종합일간지 기자 역시 “오늘 보도 이상으로 조선일보에서 보도가 나온다는 얘기는 없다”고 전했다. 한편 조선일보는 이외수씨에게 혼외아들에 양육비를 지원하지 않았다며 대대적으로 보도했다가 왜곡보도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