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이 생명과 문명의 원천임을 알려주는 비교연구서 <문명의 붕괴>

이재은
충북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위기관리를 연구한 지 20여 년이 지났다. 위기의 궁극적 원천이 무엇인지 그리고 궁극적 결말이 무엇이 될지를 알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기껏해야 내가 발 딛고 살아가고 있는 한반도의 가장 큰 위협 요인이 무엇이 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차치하고라도 말이다. 더불어 지구온난화나 기후변화야 말로 인류의 공멸을 가져오는 재앙이 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으려는 시도조차 얼마 되지 않았음을 솔직히 고백한다.

고려, 조선, 대한민국으로 이어지는 1000년의 역사라는 것도 지구의 탄생부터 현재에 이르는 길고 긴 시간의 관점에서 보면 찰나에 불과하지 않는가. 어쩌면 굳이 지구의 역사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인류의 역사와 비교해 보더라도 한 순간과 다름없다는 것을 금새 알아차릴 수 있다. 이제 궁금해지는 것은 붕괴의 기준은 무엇이며, 인류 역사에서 보면 짧지만 나름대로 번영을 구가했던 문명들이 왜 지구상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었는가 하는 것이다.

한 국가나 사회가 어느 정도 붕괴해야 붕괴라고 말할 수 있는가의 판단 기준은 자의적일 수밖에 없다. 저자는 이웃 민족이나 국가에게 정복당하면 이는 결국 전체 지역에서 인구의 변화와 지리적 변화는 없는 상태로 기존의 지배계급이 전복되고 교체된 것에 불과하다고 한다. 국운의 정상적인 흥망성쇠, 즉 한 사회의 정치·경제·사회적 변화는 일반적인 쇠락의 한 형태라고 보는 것이다.

이런 기준에서 본다면 중앙아메리카의 마야 문명, 그리스의 미케네와 크레타의 미노스, 아시아의 앙코르와트와 인더스 계곡의 하라파, 그리고 남태평양의 이스터 섬에서 번영했던 사회들은 완전한 붕괴를 맞은 사회들이었다. 이 책에서는 붕괴(collapse)를 “상당히 넓은 지역에서 오랜 시간 동안 일어난 인구 규모, 정치·사회·경제 현상의 급격한 감소”라는 뜻으로 사용하고 있다.

환경파괴와 인간욕심이 가져온 재앙

문명이라는 거대한 표현 대신에 인류를 넣는다면 무엇이 인류의 멸망이나 붕괴를 가져올 수 있는 가장 위협적인 요인일까. 대개는 핵전쟁이나 소행성 충돌과 같은 외부의 위협 요인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정작 우리 인류의 삶과 문명을 몰락하게 만들어 왔던 것은 의외로 환경의 파괴와 인간의 욕심이었다는 것이다.

과거의 문명들이 스스로 붕괴되는 자살 과정은 삼림 파괴와 서식지 파괴, 토양 문제(침식, 염화, 토질 비옥도의 저하), 물 관리 문제, 지나친 사냥, 과도한 고기잡이, 외래종이 토착종에 미친 영향, 인구 폭발, 사람의 영향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에 더해 현대에 와서 추가된 요인으로는 인간으로 인해 야기된 기후변화, 자연환경에 축적된 유해 화학 물질, 에너지 부족, 그리고 지구의 광합성 역량을 극한까지 사용하려는 인간의 욕심이라는 것이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이러한 요소들로부터 환경에 따른 붕괴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고려해야할 다섯 가지 요인을 환경 파괴, 기후 변화, 적대적인 이웃, 우호적인 무역국, 그리고 환경 문제에 대한 사회의 대응을 꼽고 있다.

최근 우리 주변에서는 일상적으로 환경문제, 즉 유해화학물질 유출과 관련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화학 물질이 제조되거나 다량으로 사용되는 곳들에서 가장 멀리 살고 있는 시베리아의 이누이트(에스키모)의 혈액에 잔류된 수은 수치는 수은 중독에 가깝고, 이누이트족 산모의 젖에 함유된 폴리염화비페닐의 수치는 모유를 ‘유해폐기물’로 분류할 정도라고 한다.

이런 모유를 먹은 아기는 청각 상실, 뇌 발달 지체, 면역 기능의 저하, 호흡기 감염 등의 증세를 보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환경에서 살고 있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하고 자문해 보는 기회를 준다.

그래도 문명의 붕괴를 가져오는 결정적인 요소가 무엇이냐는 마지막 질문을 한다면, 이 책은 환경의 훼손과 기후 변화가 겹치면 거의 언제나 파국을 맞게 될 것이라는 메시지로 답을 대신해준다. 혹시라도 미지의 전설로 신비감에 쌓여있는 마야 문명, 이스터 섬, 아나사지 문명, 바이킹이 사라져간 이유나 우리나라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기후, 역사, 교역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과 일본의 미래가 궁금하다면 차분하게 앉아 이 책을 읽을 것을 권한다.

제목: 문명의 붕괴: 과거의 위대했던 문명은 왜 몰락했는가?
지은이: 재레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
옮긴이: 강주헌
출판사: 김영사(2007)
원제: Collapse: How Societies Choose to Fail or Succe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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