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운동 노래 튼 채 살충제 소독, 주민 항의 묵살

▲ 최종예 피자집 라피자 오가니카 대표
“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 이 노래를 아시는가? 1970년대를 살아온 사람들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새마을운동 노래이다.

1979년 10월에 박정희대통령이 사망하고 나서는 거의 들리지 않던, 혹은 들을 수 없었던 이 새마을운동 노래를 요즘 심심찮게 여기저기서 듣는다. 녹색바탕에 이파리가 세 개 그려진 새마을 깃발을 부착한채 1톤 화물차량이 확성기의 볼륨을 한껏 높이고 새마을운동 노래를 틀은 채 동네 골목골목을 누비고 있다. 누구라도 거부할 수 없게 들릴 뿐 만 아니라, 화물칸에 탑승한 작업자는 소방호스 비슷한 걸 들고 정체불명의 하얀 액체를 마구 뿌려대고 있다.

지난 금요일 오후 4시, 그 노랫소리가 또다시 들려와 밖으로 나가 봤더니 동일한 차량이 집 앞 소방도로를 천천히 운행하면서 인도에 설치된 화단과 심지어 주택의 정원에까지 무차별로 그 하얀 액체를 분사하고 있었다. 지나는 차량을 세우고 뭐하느냐고 따져 물었더니 대뜸 방역중이란다. 그럼 저 하얀 액체가 무엇이냐고 재차 물으니 살충제란다. 살충제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바로 농약이다.

사람에게 지극히 위험한 살충제를 거주민의 동의도 없이 주택가에 살포하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방역에 대한 사전 고지도 없이 아무 때나 주택과 인도에 마구잡이로 뿌려대는 것도 큰 문제다.

이로 인해 거주민들은 자신들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공기중에 살포된 독극물을 흡입하거나 오염된 음식물을 먹게 되는 피해를 입는다.

▲ 주민이 항의하고 있는데도 살충제를 계속 분사하고 있는 모습.

지난 여름 기온이 얼마나 높았던가. 무더운 여름날씨로 인해 집집마다 항상 창문을 열어두고 있었고, 옥상이나 마당에는 빨래나 음식물을 널어 놓은 집들도 많았다. 그런데도 아무런 사전 고지도 없이 골목마다 집집마다 농약을 분무하고 다닌 것이다.

그렇다면 그 농약이 어디로 갔을까? 내 집 소파에, 나의 작은딸 책상위에, 침대시트위에, 의자위에, 창문틀에, 내 집 거실바닥에, 아들 컴퓨터위에, 고스란히 내려앉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나는 평소에 친환경제품만을 고집하며 식재료를 고르고, 되도록 외식을 피하며, 가족들에게 가능한 한 농약이나 화학비료로부터 안전한 먹을거리를 만들어 주기 위해 애써왔다. 심지어 정원의 유실수에 달린 열매도 건강한 것을 먹기 위해 봄부터 이제까지 모기약 한번 뿌리지 않았는데 엉뚱하게 살충제를 흠뻑 뒤집어쓰게 된 것이다.

평소 가족의 건강을 위해 애써왔던 나의 모든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누가 내집에 있는 모기를 잡아 달라고 했는가 말이다.

우리 가족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집안 곳곳에 묻어 있을 살충제를 만진 손으로 수박을 먹고, 밥을 먹었으며, 과자를 집어 먹은 것이다.

또한 조용한 동네에 약 40년전에 정치적 목적으로 만들어져 현 시대에는 전혀 맞지도 않는 가사(…새벽종, 일하면서 싸우고 싸우면서 일하세 등등…)로 이루어진 새마을 운동 노래를 큰소리로 틀고 다니는 것도 주민정서에 맞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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