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전재/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채널A의 투자자들이 수상하다. 금융회사 등이 신탁회사를 통해 에둘러 109억원을 투자하거나, 금융감독원 공시사이트에 자료가 전혀 없는 회사가 10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재무상태가 불량한 중소기업이 총 자산의 두 배를 넘는 203억을 투자하고, 부채가 자산을 초과한 자본잠식 상태에서 60억원을 투자한 정체불명의 회사도 있었다.

언론개혁시민연대·언론인권센터·언론노조로 구성된 ‘종편·보도전문채널 검증 태스크포스팀’(이하 TFT)는 5일 이 같은 내용의 종편 승인심사 2차 검증결과를 발표했다. TFT는 방송통신위원회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승인 전후 변경된 종편의 주주구성을 분석했다. TV조선, JTBC, 채널A는 투자 약정을 받은 주주자료를 제출해 2010년 말 사업자 승인을 받았으나, 승인 후 실제 투자자는 대거 변경됐다. 특히 채널A의 경우 184개의 법인이 3901억원의 출자를 약정했으나, 그 중 79개사(42%)가 808억원(20%)의 투자를 철회했다.

TFT는 “이를 대체하기 위해 채널A는 43개의 신규 법인에게 915억원을 모집했는데, 이 과정에서 상당히 무리했다”고 지적했다. 정체가 불분명한 투자자가 대거 포함된 것이다.
채널A에 100억원을 신규 출자한 리앤장실업은 금감원 공시사이트(DART)에 아무런 정보가 없다. 203억원을 투자한 이앤티의 경우 DART에 2011 회계연도 이후의 감사보고서가 없다.

TFT는 “중소기업기본법상 중소기업인 이앤티는 2010년 말 자산총액이 97억8000만원”이라며 “2011년 초 203억원이라는 거액을 수익성과 환금성이 떨어지는 종편에 투자한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의심을 받는 회사는 고월이다. 2010년 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납입자본금 5억원인 고월은 156억원의 자본잠식 상태였다. 그러나 고월은 2011년 초 채널A에 60억원을 투자했다.

외부감사인 삼일회계법인은 2011년 말 고월 감사보고서에서 “총부채가 총자산보다 239억원만큼 많다”면서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불러 일으킬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함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어 고월은 2012년 말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TFT는 “이처럼 재무상태가 불량하고 기초적인 회계 투명성도 확보되지 않은 회사가 60억원을 출자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채널A는 여러 금융회사로부터 거액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이들은 직접 투자하지 않고, 신탁회사를 거쳐 간접적으로 출자했다. 신탁회사인 한화생명(옛 대한생명)은 109억9000만원을 출자해 신규 투자자 명단에 추가됐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위탁자는 하나은행(40억원), 하나대투증권(40억원), 효성트랜스월드(20억원), 국민은행(9억9000만원)으로 밝혀졌다.

종편의 주주구성 검증을 주도한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한화생명 위탁자 중 3개는 금융회사인데 결국 고객의 돈으로 투자한 것”이라며 “나중에 이름이 드러날 경우 논란의 여지가 있으니 숨기려고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효성그룹(노틸러스효성테크)은 SK증권의 신탁 투자를 통해 30억원을 신규 출자하기도 했다.

방통위 기준으로는 이런 지적들이 불법은 아니다. 방통위 관계자는 “신규 주주에 대해선 방송법상 결격사유 검증을 했다”면서 “(TFT가) 주주의 재무 건전성을 지적하는데, 기타주주의 경우 승인 세부심사 기준상 검증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기타주주의 재무건전성은 검토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TFT는 “기타주주의 출자 내용이 이렇게 크게 달라졌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하면 애초의 출자약정 내용을 기초로 한 사업자 승인심사 과정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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