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산 고라니 3마리 자연으로 돌려보냈지만…

▲ 박미라 두꺼비신문 편집장
산남동에 있는 두꺼비생태문화관에 주민 제보가 들어 왔다. 산남퀸덤 아파트 뒤쪽 구룡산과 접해 있는 산책로에 새끼 고라니가 있다는 것이다. 생태문화관의 직원과 봉사하러 온 학생들은 차를 타고 산책로로 향했다. 사람들이 웅성성웅성 몰려 있는 곳 사이로 주민들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구룡산 절개지 수풀 속에 새끼 고라니 3마리가 불안에 떨며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가끔 걷는 걸음걸이도 불안했다.

제보를 한 주민은 산남 칸타빌1단지에 사는 김동수씨와 산남초에 다니는 딸 김현진 학생.

“딸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산책을 하고 있는데 어미 고라니가 새끼들을 버리고 가파른 절개지 위로 달아나더라고요. 아마 이 근처에서 새끼를 낳은 모양인데 사람들이 보이자 놀라서 달아난 것 같아요. 새끼들은 어찌할지 모르는데 저도 급한 마음에 생태문화관에 전화 했어요.”

생태문화관 직원과 봉사하러 나온 학생들은 의논 끝에 새끼 고라니들을 한 마리씩 안아 숲 중턱 안쪽 안전한 덤불에 새끼 고라니들을 옮겨 주었다. 새끼 냄새나 울음소리를 듣고 어미 고라니가 찾아 올 수 있도록.

생태문화관에 봉사하러 왔다 처음 이런 경험을 하게 된 심규학(충북고1). 신태희(충북고3) 학생들은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맨 처음 고라니를 구하러 간다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어미 고라니를 멀리서 보기는 했지만 더구나 이렇게 어린 새끼 고라니를 가까이서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죠. 고라니는 마치 강아지를 안는 느낌이었는데 조금이라도 힘을 주면 다칠 거 같이 여렸고, 사람의 손이 낯설고 무서웠는지 계속 울어 댔어요. 아마도 어미를 찾는 울음이었던거 같아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한 뿌듯하고 좋은 경험이었어요. 제가 생명을 구했다는 것이.

▲ 생태문화관의 직원과 봉사하러 나온 학생들은 의논 끝에 새끼 고라니들을 한 마리씩 안아 숲 중턱 안쪽 안전한 덤불에 새끼 고라니들을 옮겨 주고 있다.

산남동에 고라니가 나타나는 것은 간간이 있는 일이지만 흔한 일도 아니다. 가까이에 있는 구룡산에는 산행중 다람쥐나 청솔모가 나무 위아래로 다니기도 하고 근처의 아파트에서는 요즘 꿩 소리와 두꺼비, 맹꽁이, 개구리 소리가 요란하기도 하다. 비 오는 밤에는 잠을 자지 못할 정도로. 이 정도면 행복한 고민이라고 해야 하나?

몇 년 전 산남3지구 입주 초기에도 상가에 길을 잃은 고라니가 나타나 도로로 도망가다 차에 치인 사고가 있었다. 또 어느 날에는 산 속에 껍질이 벗겨진 고라니 털이 발견되기도 했다. 그 많은 올무들은 누가 설치를 해 놓은 걸까? 한 쪽에선 생명을 살리느라 고군분투 하고 또 한쪽에선 그 생명을 잡느라 산 여기저기 덫을 놓는다. 같은 생명을 두고 사람의 생각과 행동이 이리도 다른 것이다.

한적한 야생 시골에 있는 고라니와 두꺼비, 맹꽁이 같은 생명과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곳에서의 이런 생명들은 그 존재가치와 의미가 다르다. 하루가 다르게 파헤쳐지고 개발 되어가고 있는 전 국토의 허물 벗음에서 과연 이런 생명들이 어디까지 도망가고 은신하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들의 터전을 인간들이 빼앗고 점령해 가는 만큼 반대로 인간들이 숨 쉬고 살아가는 환경은 황폐해지고 그 재앙이 다시 돌아올 수 있음을 왜 생각하지 못하는지. 그것은 시간문제일 뿐, 그 시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나만 더 가져야 하고 내가 더 높아야 하고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생각은 결국은 본인뿐 아니라 모두를 피폐하게 만든다. 산남동의 생태공동체 마을이 다른 택지 개발지구와 다른 이유이다. 오늘 밤에도 맹꽁이 소리가 요란하다. 여기서 맹~ 저기서 꽁~ 맹꽁 맹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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