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세수 확보 위해 적극 추진 의사… “사행심 조장, 중독자 양산” 비판

한국마사회 마권 장외발매소(화상경마장) 유치가 충주지역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충주시는 지방세수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유치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사행성 논란도 있는 만큼 유치시 자치단체 차원의 대책마련도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마사회는 올해 충북 등 장외발매소가 없는 전국 시·군·구 5곳에 장외발매소를 신규 설치할 계획으로 오는 11월 말까지 신청서를 받아 새 장외발매소 입지를 결정할 계획이다.
도내에서는 충주시의 개인업체와 청주시의 장애인단체가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청주의 경우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등이 비판성명을 내는 등 반발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이에 따라 청주시는 마권 장외발매소 유치에 신중론을 펴고 있다.

▲ 충주시가 마권 장외발매소 유치를 적극 추진할 의사를 밝힌 가운데 사행심을 조장하고 중독자를 양산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 거세게 일고 있다. 사진은 경마장과 경마 장면.

이에 반해 충주시는 자치단체가 나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충주시는 단순히 마권발매소만을 유치하는 것이 아니라 승마장과 목장 등 말을 통한 치유센터 건립을 함께 유치하겠다는 생각이다. 또 연간 100억 원 이상의 세수입이 예상되는 만큼 지역발전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종배 시장은 최근 열린 업무보고에서 “화상경마장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사행성 논란도 있지만 이 시설이 충주에 들어서면 연 100억 원 이상의 지방세수가 확보돼 지역발전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말산업 육성 지원, 인센티브 제시

마사회는 유치조건으로 지방자치단체장과 지역민 100명 이상의 동의를 요구하고 있다. 나중에 제기될 민원 등을 우려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충주시 관계자는 “마사회에서 나중에 민원이 제기될 것을 우려해서인지 주민과 지자체의 동의서를 꼭 첨부해 신청하라고 한다”고 말했다.

마사회는 지난해 6월 서울 서초구와의 소송에서 패소했다. 마사회는 교대역 부근 주거 밀집지역에 지하 6층, 지상 11층 규모의 건물을 지어 관람집회시설 중회의장용도로 허가를 받은 뒤 마권장외발매소로 무단용도변경을 추진하다 2011년 8월 31일 서초구로부터 건축허가를 취소당했다.

이에 마사회는 같은 해 10월 4일 서울행정법원에 서초구를 상대로 건축허가 취소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서초구 측은 “행정법원이 원고의 청구에 기각 판결을 한 것은 취소처분이 적법하고 정당하다는 걸 인정한 것”이라며 “주거·교육 밀집지역에 사행성 업소가 발을 붙일 수 없도록 하는 사회분위기가 확산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마사회는 2011년 서울시를 상대로 강남역~서초역 마권장외발매소 불허용도지정 취소소송도 제기했지만 지난해 5월 열린 1심에서 패소했다.
마사회로부터 장외발매소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자치단체장의 유치 동의서’가 필수적이다. 이런 점에서 충주는 단체장이 장외발매소 유치를 공식화했고, 지역민들이 힘을 실어주고 있어 유치전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지자체 입장에서는 세수확보와 일자리 창출, 말 산업 육성의 효과를 노릴 수 있지만 사행성 조장 논란이 있다는 점이다.

호남권에서는 지난 2005년 익산의 한 사업가가 장외발매소 유치에 나섰다가 사행성 조장 논란이 불거져 끝내 설치가 무산됐다. 2009년에는 정읍시와 장수군이 제4경마공원 유치에 뛰어들었다가 경북 영천시로 결정됐다.

충남 태안군 역시 지난해 마권 장외발매소 개설을 추진하다가 주민반발을 샀다. 청주지역에서는 지난 2005~2006년 유치논란이 벌어졌고, 청주시와 시민사회단체의 반발로 무산됐다.

사행성 오락, 서민피해 우려 높아

마권 장외발매소의 사행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민주통합당 김승남(고흥 보성) 국회의원이 지난해 12월 마사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의 2008년 인식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80.9%가 장외발매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장외발매소 1곳당 평균 연간 매출액은 1840억 원, 입장인원은 47만 9000명으로, 총매출이 경마장에 비해 2.3배, 입장인원은 3.3배가 높은 실정이다.
또 2010년 이후 장외발매소의 주민피해관련 소송이 18건, 민원 27건이 발생했으며, 교통체증유발과 질서위반행위 폭력, 불법사금융 영업행위 등 주거환경피해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같이 장외발매소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이유는 높은 사행성과 지나치게 많은 입장인원에 있다.
사감위는 경마장과 장외발매소의 매출비중을 5:5로 조정하도록 하고 있지만, 장외발매소의 매출 비중은 2008년 68.8%에서 2012년 72.3%로 지속적인 증가추세다.
평균 수익률이 280%인데 그중 수원 615%, 안산 500%, 천안 454%의 수익률을 거두는 장외발매소도 있다.

경마장에 비해 접근성이 용이하고 경마과정이 편리해 지나치게 많은 인원이 입장하는 것이 문제다. 현행 ‘국토계획법 시행령’에 장외발매소는 도시의 상업지역에만 설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현재 전국 30곳의 장외발매소 모두 접근이 용이한 도심 중심지역에 설치돼 있다.

유치 땐 중독 방지대책 마련 절실

마사회는 이와 같은 장외발매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선계획을 수립하고 있지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가까운 천안 장외발매소의 경우 2005년 개설된 뒤 지역민들이 가산을 탕진하고 패가망신까지 이르렀다는 보도가 심심찮게 나온다. 경마가 열리는 주말 사흘간 지역민들이 몰리고,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경마는 카지노, 복권 등과 함께 대표적인 사행산업이며,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유된다. 관광객 유치, 세수증대, 고용창출,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져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행심 조장, 도박중독자 양산 등 폐해를 일으킬 수 있다. 실례로 도박으로 변질되는 걸 막기 위한 베팅상한선이 사실상 의미가 없다. 한 경기에 10만 원까지만 걸 수 있는데 10만 원 씩 수회에 걸쳐 베팅할 수 있다.

대부분의 장외발매소가 베팅상한선을 지키지 않다가 2년 전 감사원에 적발됐지만 현재도 바뀐 것은 없다. 입장객 수를 제한하거나 베팅한도를 두기 위해 전자카드를 도입하는 방안도 시행에 소극적이다. 때문에 마사회와 정부, 자치단체가 나서 제도적 보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충주시는 이와 관련, 전혀 고려치 않고 있다. 시 관계자는 “내용도 모를뿐더러 생각도 안 해 봤다”고 했다.
세수증대도 중요하지만 사행성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자치단체 차원의 자구노력이 보이지 않는 대목이다.

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정부나 지자체가 무분별하게 사행산업을 키우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긍정적인 효과를 위해 유치가 불가피하다면 제도적으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도박꾼을 양산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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