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4주기 봉하마을 동행취재

석가탄신일부터 시작된 3일 연휴의 마지막 날인 19일 아침 9시 상당공원 옆. 전날 밤부터 흩뿌리던 비가 조금씩 잦아지는 일요일 아침에 귀찮음도 잊고 한달음에 달려와 버스에 오르는 사람들이 있었다. 오늘의 목적지는 노무현대통령의 생가와 묘역이 있는 김해시 진영읍의 봉하마을이다.

노무현재단 충북지역준비위원회(공동위원장 조상, 진화)가 해마다 준비하는 봉하마을 방문버스는 올해도 만원이다. 특히 올해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가족단위 참가자가 많았다. 지난해에 이어 다시 참여한 시민도 있었지만 청주 거리에 걸린 현수막을 보고 신청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으며 올해의 특징은 봉하마을에 처음 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고 노 전 대통령과 동갑이라고 소개한 한 참석자는 “ 마음으로 항상 생각하고 있었다. 사는데 바쁘고 상황이 안 되어 가지 못했는데 이제사 가게 되었다. 이번 기회에는 큰 마음을 먹고 일찍 신청했다. 노무현 대통령을 뵌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면서도 설렌다”라고 말했다.

봉하로 가는 버스에서 인사를 나누면서 어떤 마음으로 참여하게 되었는지, 노무현대통령과는 어떤 인연이 있는지 등에 대해 서로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초등학교 4학년 딸과 함께 온 한 아버지는 “노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 딸에게 노 대통령이 얼마나 훌륭한 분인지를 알려주고 싶어서 같이 왔다. 딸과 함께 오게 되어 기쁘다”고 말해 따뜻한 박수를 받았다.

3시간 반을 달려 봉하마을에 도착하기 전에 비는 어느덧 그쳤다. 참석자들은 봉하국밥 한 그릇과 봉하막걸리 한잔으로 봉하마을의 인심을 느꼈다. 4주기를 바로 앞둔 시점이라 많은 방문객들로 붐볐다. 모두 경건하면서도 애틋함이 느껴지는 표정이었다.

참석자들은 주최측 에서 나눠준 국화꽃 한 송이씩을 들고 노 전 대통령 묘역에서 참배했다. 오후 2시부터 진행되는 헌다식(올해 수확한 장군차를 노무현대통령 묘역에 올리는 행사)이 있어서 묘역 바로 앞 너럭바위에서 참배할 수 있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3년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는 크게 슬퍼하는 참석자가 많지 않다는 것이었다. 물론 일부 참석자들은 절을 하며 예를 표하기도 했지만 예년에 비하면 차분하게 진행되었다.

노무현재단도 이번 4주기부터는 추모와 애도보다는 노무현대통령의 어록중 하나인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듯 꿈을 멈추지 말자”라는 메시지를 생활 속에서 녹여 내자고 했듯이 시민들도 이제는 생활 속에서 노 전 대통령의 ‘사람사는세상’에 대한 꿈을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이후 4시까지는 참석자들에게 봉하마을에서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특히 봉하마을을 처음 방문하는 참석자들이 많은 관계로 봉하마을의 곳곳을 자유롭게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참석자들은 대부분 노무현대통령의 마지막 장소인 부엉이 바위를 돌아보고, 기념관에서 노무현대통령을 조금이라도 더 알기 위해 자료를 꼼꼼히 읽어보는 정성을 보였다. 

아이들과 함께 한 가족들은 노란 유채꽃이 만발한 묘역 옆 유채꽃밭과 예쁜 수련이 한창 피어있는 생태공원을 돌면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봉하마을이 나날이 생명을 존중하는 예쁜 마을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2시부터는 시작된 올해 수확한 장군차를 노무현대통령께 직접 올리는 헌다식은 많은 시민들의 지켜보는 가운데 장중하면서도 엄숙하게 진행되었다. 장군차를 직접 올리는 이광재 강원도 전 지사의 모습도 보였다. 이날 이 전 지사는 안희정 충남 도지사와 함께 펴낸 책 <안희정과 이광재, 노무현의 동업자들, 운명에서 희망으로>의 저자 사인회를 하면서 시민들을 만나기도 했다.

아직 더 보아야 할 곳이 많았지만 아쉽게도 일행들은 약속시간인 4시에 버스에 올라타고 봉하마을을 떠나왔다. 시간이 부족해 다 보지 못했다는 한 참가자는 “ 다음에는 꼭 가족들과 함께 다시 오겠다. 찬찬히 둘러보면서 노무현대통령을 기억하고 그분의 뜻을 생각하면서 살겠다”라는 말로 봉하마을 방문 소감을 밝혔다.

참가자들은 가슴속 깊이 새겨져있는 노무현대통령을 뵙고, 생태마을로 변하고 있는 봉하마을을 만나고,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을 만난 봉하방문 하룻길이 짧지 않은 길이지만 피곤한 기색없이 환한 웃음으로 끝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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