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다큐극장’ 첫 방송, 공정성 시비에 제작비 과다 논란

방영 전부터 ‘박정희 정권 미화’ 논란에 휩싸인 KBS <다큐극장>이 지난 27일 첫 방송됐다. 하지만 첫 방송 이후 프로그램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부터 편당 제작비 및 KBS영상자료 대출 관련 의혹까지 벌어지는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27일 방송된 <다큐극장>의 첫 번째 아이템은 ‘88 서울올림픽’.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김현석, KBS본부)는 29일 발표한 성명에서 “‘신이 내린 한 수, 88 서울올림픽’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다큐극장은) 88올림픽을 긍정하려는 의도는 처음부터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면서 “역사 프로그램의 제목에 이렇게 제작진의 주관이 강하게 반영된 경우도 처음 보지만 프로그램이 끝날 때까지 왜 ‘신이 내린 한 수’인지는 설득력 있게 전달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KBS본부는 “88올림픽의 음과 양을 조망하는 방식도 매우 기만적이고 편협하다”면서 “88올림픽의 음지라 할 만한 사회적 약자의 희생은 약 30초 남짓한 화면과 나레이션 처리가 전부”라고 지적했다.

▲ 4월27일 방송된 KBS<다큐극장> 화면캡쳐.


“박정희 정권 치부는 최소화, 전두환은 최대화”

<다큐극장> ‘88올림픽’ 편이 편향성 논란에 휩싸이는 가장 큰 이유는 △정권의 정치적 목적에서 유치가 기획됐음에도 이 부분은 최소한으로 언급됐고 △부마항쟁 등 유신독재에 대한 저항에 위기감을 느낀 박정희 정권이 국민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분산시키기 위해 유치추진을 결정했다는 내막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KBS본부는 “보수 진보를 망라한 다양한 인사들의 인터뷰를 통해 88올림픽이 우리가 이미 선진국에 진입했음을 깨닫게 했으며, 열등감을 털어냈고 심지어는 평화통일로 가는 계기까지 마련하는 위업을 달성했다며 낯 뜨거운 공적을 부각하는데 상당량의 시간을 할애했다”면서 “일말의 균형은 취하되 공정성은 상실한 구성”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KBS본부는 “(다큐극장은) 박정희 정권의 치부는 가급적 최소화하고 있는” 반면 “12.12로 집권한 신군부가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추진했다는 것은 비교적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면서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정리하되 공평성을 기했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일부 비판적인 평가도 섞어 배치했다”고 비난했다. <다큐극장>과 관련해서는 프로그램 내용 뿐만 아니라 ‘외적인 부분’과 관련해서도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KBS본부 “편당 제작비 과도하게 산정” 의혹

방영 전부터 길환영 KBS사장과 밀접한 관계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었던 외주사 ‘인스토리’가 <다큐극장>의 제작을 맡은 것과 관련 KBS본부는 “떳떳하게 밝힐 것”을 길환영 사장에게 요구했다. KBS본부는 “기존의 관행을 고려한다면 파격적인 특혜”라고 주장했다.

KBS본부는 또 제작비와 관련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KBS본부에 따르면 <다큐극장>의 편당 제작비는 4250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역사스페셜>의 작년 기본제작비 3250만원에 비해 1천만 원 정도 더 비싼 편이다.

KBS본부는 외주사에 대한 KBS의 근현대사 영상자료 대출현황과 그에 따른 보안조치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밝힐 것을 요구했다. KBS본부는 “근현대사의 경우 KBS는 희귀 자료들을 어느 방송사보다 많이 보관하고 있지만 불행히도 제대로 된 보안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면서 “외주사에게 대출할 때 저작권 보호를 위해 영상에 기록하는 워터마크(KBS로고)가 방송된 화면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자료 유출 부분에 대해 다른 방식으로 훨씬 강화된 보안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KBS본부의 한 관계자는 “‘다큐극장’은 인터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영상이 자료”라면서 “편당 4250만원의 제작비가 어떻게 소요되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4250만원이라는 제작비가 산출된 경위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KBS “외주제작에 따른 별도 비용 발생”

이 관계자는 “길환영 사장과 특수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논란을 빚었던 외주사 ‘인스토리’의 경우 교체되는 쪽으로 얘기가 됐는데 첫 방송을 제작한 외주사는 인스토리였다”면서 “관련해서 사측에 입장 표명을 요구했지만 아직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KBS 외주제작국의 한 관계자는 “제작비는 합당하게 책정됐으며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새노조는) ‘역사스페셜’을 비교대상으로 했는데 자체 제작은 연출료 등이 별도로 들지 않지만 외주제작의 경우 PD연출료에 카메라 대여료, 인건비, 렌트카 및 제작편집 비용까지 모두 다 별도 비용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영상대출의 경우도 외주에서 프로그램을 제작하지만 (다큐극장은) 결국 KBS의 프로그램”이라면서 “KBS 프로그램에 ‘로고’를 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서 로고를 표시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미디어오늘 기사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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