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착오 겪는 사람들이 읽어야 할 <나는 이야기 장사꾼이다>

원광희
충북발전연구원 기획조정실장

요즈음 스토리텔러가 지역발전의 트랜드가 된 듯하다. 언제부터인가 지역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지역계획가, 문화기획가 등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서서히 뒷방으로 밀려 나고 새롭게 뉴 페이스로 스토리텔러들이 부각되고 있다.

과연 스토리텔러가 이야기 하는 스토리텔링이 지역발전의 성패를 달리 할 수 있을까? 스토리텔링은 결국 지역의 역사, 문화 자원 등을 이야기로 엮어 차별화된 새로운 컨텐츠를 만들겠다는 구상의 실현이며, 이는 결국 지역의 소득과 연결되어 지역이 발전한다는 상식적 결말로 귀결된다.

그런데 이러한 일반적인 상식에 무엇인가 빠진 듯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항변하는 책이 출간되었다. 그 많은 스토리텔링을 다룬 서적들과 어떤 차별성을 갖고 있는지 솔깃하여 간만에 정독을 하게 되었다.

작가는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창조지역사업 컨설턴트로 활동하는 등 그동안 문화 마케팅 현장에서 겪은 다양한 사례를 중심으로 새롭게 스토리텔링을 재조명해 오고 있다. 작가가 소개하고 있는 사례 중 하나를 들어 보면 왜 이러한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지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책 서문 중에 지자체 공무원과 작가와의 대화가 의미 있게 다가온다. “도대체 스토리텔링이 뭡니까? 해봐도 별 효과 없던데 왜 다들 스토리텔링, 스토리텔링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우연히 만난 어느 지자체 공무원이 볼멘소리를 했다. 스토리텔링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기에 자신의 지자체에서도 관련 사업을 했지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이다. 어떤 사업을 했는지 질문했더니, ‘스토리텔링이면 스토리로 뭘 어떻게 하는 거 아니겠어요? 스토리하면 작가들이 쓰는 거잖아요. 그래서 유명한 작가들한테 우리 지역 민담이랑 전설을 책으로 써 달라고 부탁했죠. 스토리텔링만 잘하면 관광객도 많이 올 거라고 해서 기대를 하고 책을 냈는데 전혀 변화가 없던데요. 그냥 책 한권 내고 끝난 거죠. 스토리텔링, 이거 완전히 헛것 같아요.’ 우리가 통상적으로 느끼는 스토리텔링의 일반화 현상이다. 무엇이 잘못된 걸까”

많은 지자체에서 이러한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는 느낌이다. 얼마 전 참석한 농림축산식품부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 선정평가 과정에서도 전국 117개 시군에서 제안된 보고서 대부분이 스토리만 있지 어떻게 차별화하고 마케팅을 통해 소득과 연계시킬 것인가에 대한 해답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었다.

독자들은 무엇이 문제인지 간파했을까? 별 문제가 없다는 독자와 문제가 있을 수 있겠다는 독자들로 나눠질 듯하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참여정부 출범과 함께 추진된 다양한 정부지원 사업들이 공모에 의한 상향식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과정에서 다른 지자체와는 차별화된 아이템을 찾는 노력 속에서 나온 듯하다.

아무튼 오해를 하든 오남용을 하든 ‘스토리텔링’은 점차 널리 그리고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며, 정부에서도 스토리산업 육성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거액의 상금을 걸고 공모전을 여는가 하면, 공무원들을 전문 스토리텔러로 양성한다는 계획도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일견 간단하게 이러한 문제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정말로 ‘스토리산업’을 육성하고 싶다면 정부가 꼭해 줘야 할 일은 따로 있다는 것이다 바로 문화콘텐츠와 창의성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 주는 것이다. 결국 스토리텔링은 창작의 영역이 아닌 마케팅의 영역이기 때문에 작가적 역량보다 마케터로서의 자질과 역량의 중요성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스토리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성과주의 사고에 집착하여 추진된 하드웨어 사업보다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는 콘텐츠 중심의 사업이 주도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와 지역발전위원에서는 창의아이디어 사업군과 창조지역사업을 새롭게 사업화 하고 있다.

그러나 관건은 저자가 지적하는 바와 같이 스토리만 난무해서는 성과 확산이 어렵기 때문에 마케터로서의 가치가 접목될 때만이 스토리텔링이 지역발전의 새로운 영역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야기의 영역을 넘어설 줄 아는 스토리텔링 마케터라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의 현장에서 겪은 다양한 시행착오 등을 통해 스토리가 난무하는 사업현장에 마케터로서의 가치를 접목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지자체나 사업주체들이 있다면 꼭 <나는 이야기 장사꾼이다>를 읽어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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